"안희정 4대강 찬성? 희망사항을 기사로 썼다"

국토부의 "충남북, 4대강 찬성" 왜곡에 일부 언론 확대재생산

등록 2010.08.05 09:41수정 2010.08.0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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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5일 오후 12시 55분]
 
a  안희정 충남지사는 4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 트위터 갈무리

안희정 충남지사는 4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 트위터 갈무리

 

"4대강 사업에 대한 제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충남의 4대강특위 위원들의 재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일부 언론... 과격행동이 아닌 모든 대화, 재검토 요구는 찬성이라(고 보도한다)...과격과 투항.. 둘 중 하나로 몰고 가는 일부 언론은 자중해야."

 

4일 저녁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트위터(@steelroot)에 쓴 글이다. 이날 오후 일부 언론이 "충청남도와 충청북도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입장을 나타냈다"는 국토해양부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에서 4대강사업저지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애 의원(@jk_space)도 이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국토해양부 자료는 왜곡"이라며 "충남은 재검토위원회, 충북은 검증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왜곡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날 트위터 사용자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충·남북 지사의 입장을 왜곡한 국토부와 이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한 <연합뉴스><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에 비판을 쏟아냈다.

 

충남 "속도전 아닌 대화 필요"... 국토부 '찬성했다' 왜곡, 언론의 확대 재생산

 

 <조선일보> 2010년 8월 5일 자 1면

<조선일보> 2010년 8월 5일 자 1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0년 8월 5일 자 1면 ⓒ 조선일보

국토부는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충청남도·충청북도,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상추진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충청남도·충청북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공문에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고 회신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연합뉴스>를 시발로 일부 언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조선닷컴>에 게재한 기사에서 "6·2 지방선거 때부터 '지사가 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업을 계속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공문의 내용은 국토부의 주장과 달랐다. 충청남도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보낸 공문에서 "금강살리기 사업 4개 공구 사업은 모두 정상추진 중에 있다"며 "사업추진 과정에서 기존 계획에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 더 좋은 금강 살리기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여 귀청과 협의, 추진할 계획임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충청남도는 이날 국토해양부에 보낸 '4대강(금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제목의 별도 공문에서 "금강 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이라며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보 건설과 대형 준설 등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청남도는 또한 "지난 7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16개 시도지사와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해당 지역 사업에 대해 자치단체장이 의견을 제시하면 협의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에 따라 재검토 협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논란이 있는 보 건설 및 대형 준설사업과 관련해 충청남도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충청남도가 언론 보도 이후 즉각 반박자료를 냈지만, 국토부는 보도자료 내용을 철회하지 않았다.

 

트위터 사용자 "기사가 아니라 희망사항을 갈겨쓴 듯"

 

국토부가 왜곡된 내용을 바로 잡지 않자, 지상파 TV  뉴스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4대강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트위터를 통해 안희정 충남지사의 입장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사실 왜곡을 바로잡지 않은 국토부와 일부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kairos2009'는 "객관적이지 않은 시각의 주류(?)매체는 어김없이 충남도지사의 국토해양부에 대한 답변에 (4대강을 찬성한다는)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일관성 있는 자세에 칭찬을 해야 되는 건가, 씁쓸하다"고 밝혔다.

 

'jnhnsung'는 "그냥 컴퓨터 앞에만 앉아 트위터만 해도 도지사의 진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세상에, 조중동 등은 일단 거짓말부터 하고 본다"고 비판했고, 'kor119'는 "<조선> 등은 기사가 아니라 희망사항을 갈겨쓴 듯"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안희정 지사에 대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진본부의 팀장급 관계자는 "6일까지 정부가 위탁한 금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통해 전달했고, '정상 추진하고 있고 문제가 있을 경우 협의하겠다'는 충청남도의 회신을 받은 후 이를 보도자료로 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무원은 공문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며 "안희정 지사가 트위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는데, 공무원들은 언론보도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충청남도의 입장을 두고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상추진 의사 밝힘'이라고 확대해석해서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제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특위를 만들어서 검증하겠다"는 충청남도의 별도 공문에 대해서는 "어제 공문이 늦게 도착해서 현재 검토 중"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인데, 전문가 의견을 듣고 지역주민 설명회를 다 했는데, 이제 와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0.08.05 09:41ⓒ 2010 OhmyNews
#4대강 찬성 왜곡 #안희정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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