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빈(이소연 분).
MBC
<수문록>에 따르면, 궐내에 임신한 궁녀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중전 장 희빈은 그 궁녀를 잡아들일 것을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최 숙빈은 장 희빈에게 끌려갔고 그 앞에서 결박을 당했다. 임신 상태에서 결박을 당한 것이다.
결박을 당한 상태에서 최 숙빈이 어느 정도의 린치를 당했는지는 사료 속에서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때마침 숙종이 중궁전에 나타나 장 희빈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뱃속의 태아가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수문록>에 의하면, 숙종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당황한 장 희빈은 다급한 나머지 최 숙빈에게 큰 항아리를 덮어씌워 상황을 은폐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숙종의 엄명에 눌려 항아리 속의 주인공을 숙종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장 희빈이 최 숙빈을 항아리로 가리려 했다는 것은 최 숙빈의 신체에 구타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흔적이 없었다면 그냥 결박을 풀어주는 것으로써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숙종이 나타나기 전까지 장 희빈이 최 숙빈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인 동시에, 뱃속의 태아 역시 그만큼 위험에 처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숙종의 갑작스러운 출현이 최 숙빈은 물론 태아까지도 함께 구한 셈이다.
유산 경험할 뻔한 뒤, 증오심을 불태운 최숙빈이처럼, 하마터면 장 희빈 때문에 첫아이를 잃을 뻔했던 경험은, 최 숙빈이 장 희빈에게 뿌리 깊은 증오심을 품도록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훗날 최 숙빈이 아무 증거도 없이 자신에 대한 장 희빈의 살인미수를 숙종에게 보고하여 장 희빈을 중전 자리에서 끌어내린 데에 이어, 역시 아무 증거도 없이 인현왕후에 대한 장 희빈의 저주행위를 숙종에게 보고하여 장 희빈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최 숙빈은 장 희빈에 대해 죽이고 싶을 정도의 증오심을 갖고 있었다. 최 숙빈의 첫아이를 위험에 빠뜨린 장 희빈의 행동이 그런 엄청난 보복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장 희빈에 대한 최 숙빈의 증오는 2단계의 과정을 거쳐 발전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상전을 폐위시킨 장본인이라는 이유에서 증오심을 품게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장 희빈을 불구대천의 원수로까지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 희빈 때문에 태아를 잃을 뻔한 경험을 한 이후로 최 숙빈은 장 희빈에게 불타는 증오심을 품게 되었다. 그것은 장 희빈과는 도저히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그런 증오심이었다. 이런 증오심이 장 희빈에 대한 최 숙빈의 가혹한 보복을 낳은 결정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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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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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의 죽음, '결박당한 임신부' 동이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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