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관룡사용선대에서 내려다본 우리의 산수우리의 산수에는 깊은 협곡도 칼날같은 바위가 우뚝 솟은 요란스러운 곳이 적다. 산은 둥글고 산줄기는 중첩되어 부드러운 맛이 있다. 한국미는 여기에서 나온다
김정봉
그러나 선조들은 무작정 곡선미만 추구하지 않았다. 곡선과 직선을 조화롭게 표현하든지 아니면 직선을 강조해야할 때에는 곡선을 과감하게 버리고 직선을 취하였다.
예를 들어 종묘와 같이 죽은 자를 위한 엄숙한 공간에서는 직선을 강조한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단순하며 깨끗한 불국사삼층석탑(석가탑)은 곡선이 철저히 절제되어 직선미가 강조된 것이다. 하늘을 가르는 무위사 극락보전의 맞배지붕의 측면 지붕선은 직선미의 극치라 할만하다.
직선은 엄숙, 기품, 장엄, 정숙, 위엄, 정중, 간결, 절제, 단순, 인위(작위)라는 말과 어울리며 차갑고 정이 없으며 한결같고, 빠른 느낌을 준다. 반면 곡선은 부드럽고 세련되며 온화하고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 그리고 자연스럽고 자유 분방하며 다양하고 느린 느낌을 준다.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는 해인사 대장경판전대적광전 위, 해인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장대한 석축을 쌓고 그 위에 별꽃무늬 꽃담을 쌓아 법보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경판을 보관하는 대장경판전이 있다. 해인사 다른 건물들이 거의 소실되는 가운데에서도 이 판전은 살아남아 해인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