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25) 논리적

― '논리적이지 않은 일' 다듬기

등록 2010.08.20 13:54수정 2010.08.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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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적이지 않은 일

.. 그래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끔찍한 일들을 상상하게 되는 거야. 논리적이지 않은 일이지 ..  <타하르 벤 젤룬/홍세화 옮김-인종차별 야만의 색깔들>(상형문자,2004) 19쪽


'이유(理由)'는 '까닭'으로 다듬고, "상상(想像)하게 되는 거야"는 "생각하게 되고 있어"나 "상각하게 돼"로 다듬어 줍니다.

 ┌ 논리적(論理的)
 │  (1) 논리에 맞는
 │   - 논리적 사고 / 논리적 추리 / 논리적 근거를 대다 / 논리적으로 생각하다
 │  (2) 사고나 추리에 능란한
 │   - 논리적 판단 / 그 사람은 참 논리적인 사람이다
 │  (3) 논리학적 지식에 합당한
 ├ 논리(論理)
 │  (1)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   - 논리의 비약 / 논리가 정연하다 / 그 나름대로의 논리를 펴다
 │  (2) 사물 속에 있는 이치. 또는 사물끼리의 법칙적인 연관
 │   - 기업 논리 / 힘의 논리 / 수요와 공급의 논리
 │
 ├ 논리적이지 않은 일이지
 │→ 말도 안 되는 일이지
 │→ 말이 안 되는 일이지
 │→ 어이없는 일이지
 │→ 어처구니없는 일이지
 │→ 터무니없는 일이지
 └ …

"논리에 맞는" 무엇이 '논리적'입니다. 다음으로, "생각이 깊거나 생각이 뛰어난" 무엇이 '논리적'입니다. 그리고 "논리학 지식에 걸맞는" 무엇이 '논리적'입니다.

한자말 '논리'를 뒤집어 놓으면 '이론'입니다. 한자말 '이론'이 무엇을 뜻하는가 알아보고자 국어사전을 뒤적여 봅니다. 첫째로, "사물의 이치나 지식 따위를 해명하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일반화한 명제의 체계"라 하며, 둘째로, "실증성이 희박한, 순 관념적으로 조직된 논리"라 합니다. 그러니까, '이론'이란 "논리적인 무엇" 또는 "논리"인 셈입니다. 거꾸로 살펴 '논리적'을 따져서 그렇지, 이 자리에서 '이론적'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려 했다면 머리가 아주 뒤죽박죽이 되었겠다고 느낍니다.

엉터리 말풀이 국어사전을 뒤적이면서 말을 배우거나 익힐 수 없음을 새삼 깨닫고, 엉터리 말풀이 국어사전일 뿐 아니라 사람들 말씀씀이 또한 엉터리로 망가져 있지 않느냐고 다시금 곱씹습니다.


 ┌ 논리적 사고 → 논리에 맞는 생각 / 앞뒤가 맞는 생각 / 올바른 생각
 ├ 논리적 추리 → 논리에 맞는 추리 / 앞뒤를 살피는 생각 / 앞뒤에 맞춰 미루어 보기
 ├ 논리적 근거를 대다 → 논리에 맞는 까닭을 대다 / 빈틈없는 까닭을 대다
 └ 논리적으로 생각하다 → 논리에 맞게 생각하다 / 올바르게 생각하다

차근차근 생각해 봅니다. 논리에 맞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어떠할 때 논리에 맞고 어떠할 때 논리에 안 맞는다고 할까요. 논리에 맞는 일이란 "이치에 맞는" 일이라 나오는 만큼, 한자말 '이치'를 살펴봅니다. 이치는 "사물의 정당한 조리(條理)"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조리'란 "앞뒤가 들어맞고 체계가 서는 갈피"라고 합니다. '정당(正當)'이란 '올바르고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치란 "올바르고 앞뒤가 들어맞는" 무엇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그런데, 올바른 일과 앞뒤가 들어맞는 일은 같은 소리입니다.

국어사전 말풀이는 이리저리 뒤틀린 채 돌림풀이로 되어 있지만, 가만히 따지고 보니 겹말 풀이입니다. 이 얄딱구리한 뜻풀이를 하나씩 헤아리는 동안, '논리'란 "올바른 생각" 또는 "올바르게 풀어나가는 생각"을 가리킨다고 깨닫습니다. '이론'이란 "올바른 이야기" 또는 "올바로 엮어나가는 이야기" 또는 "올바로 세워 놓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리킨다고 깨닫습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나 빈틈없는 이야기나 틀림없이 잘 맞추어 놓은 이야기가 '이론'이라 한다면 그저 책상머리 이야기가 아니라 "올바른 이야기"가 되어야 할 '이론'이어야 합니다.

 ┌ 논리적 판단 → 뛰어난 생각 / 빈틈없이 훌륭한 생각
 └ 논리적인 사람이다 → 논리가 뛰어난 사람이다 / 생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앞뒤가 들어맞는 생각, 그러니까 올바른 생각이라면 "마땅한 생각"인 한편, "뛰어난 생각"이 되곤 합니다. "훌륭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올바르다고 모두 뛰어나거나 훌륭하지는 않고, 뛰어나거나 훌륭하여도 올바르지 않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만, 글흐름에 따라 이 세 가지는 고루 쓰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논리적이지 않은' 무엇을 가리키려 한다면, 이때에는 "올바르지 않은" 무엇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는 가운데, "얼토당토않은" 무엇, "어처구니없는" 무엇, "터무니없는" 무엇이라고 가리키면 넉넉하겠다고 느낍니다. 올바르지 않은 무엇이니 "말이 안 되는" 무엇이나 "말이 될 수 없는" 무엇이기도 합니다. "엉터리 같은"이나 "엉터리인"이나 "엉망진창인"이나 "엉망진창 같은"이라고 나타내어도 잘 어울립니다.

'논리를 갖추어 무엇인가 생각하거나 따진다'고 할 때에는, 앞뒤가 잘 들어맞도록 생각하거나 따지는 셈인 만큼, 어느 한 구석 뒤틀리거나 엇나가지 않게끔 생각하는 매무새를 살펴보건대 '차분한' 매무새일 터이니, "차분히 생각하다"나 "가만히 생각하다"나 "곰곰이 생각하다"처럼 나타낼 때에도 걸맞겠다고 느낍니다.

 ┌ 올바름 / 바름 / 알맞음 / 앞뒤 맞음
 ├ 꼼꼼함 / 빈틈없음 / 틀림없음 / 어김없음
 ├ 차분하게 / 곰곰이 / 가만히 / 깊이있게
 └ …

실마리를 잡으면서 한 올 두 올 풀어낼 말이요 글입니다. 두루뭉술하게 내버려 두지 말고 가만히 헤아리고 널리 나눌 말이요 글입니다. 얄궂은 굴레에 가두어 놓지 말고 부드럽고 시원하게 펼쳐 보일 말이요 글입니다.

가장 알맞는 때에 가장 알맞을 말 한 마디를 찾고, 가장 걸맞는 자리에 가장 걸맞을 글 한 줄을 찾습니다. 흐름을 붙잡을 말 한 마디를 붙잡고, 느낌과 뜻을 북돋울 글 한 줄을 붙잡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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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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