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이 아닌 '사람다운' 일 할 사람이 필요해

변하는 세상, 변하지 않는 교육...시대가 원하는 아이로 키우자

등록 2010.08.27 09:59수정 2010.08.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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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물건이 귀하던 시절에는 물건만 가지고 있으면 부자가 되었다. TV가 처음 나왔을 때, TV 만드는 회사의 관심은 오로지 얼마나 빨리 많은 TV를 만들어낼 것인가였다. 만들기만 하면 파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당연히 직원을 뽑는 기준도 성실함이 으뜸이었다.

 

주어진 업무를 기계적으로 해낼 수 있는, 그래서 단시간에 가장 높은 효율을 올릴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일류대학 졸업장을 확인하는 것이다. 일류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그가 최소한 게으르거나 이해력이 낮은 사람은 아니라는 증빙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 우리는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TV도 똑같은 TV를 만들어서는 팔리지 않는다. 새로운 TV, 사람들이 원하는 TV를 만들어야 장사가 된다. 게다가 기계적인 업무는 이제 그야말로 기계와 전산시스템이 다 해 준다. 사람은 사람다운 일, 새로운 생각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미 기업도 그런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이 과외를 열심히 받아서, 학원에 열심히 가서 길러질 수 있을까.

 

새로운 생각은 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생각의 흐름을 바꿀 때 생긴다. 습관처럼 굳어진 사고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그것을 다른 방향으로 옮길 줄 알 때 생긴다. 그것은 '나의 생각'이 아니라 '대상의 생각'에 집중할 때 생긴다. 예를 들어, 가로수에 대한 시를 한 편 쓴다고 생각해보자.

 

가로수(街路樹) : 길가에 줄지어 심어 놓은 나무. 통상 도시 미관과 신선한 공기,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등의 환경 개선을 위해 조성되는 나무들.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시가 될 수 없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다. 내 머릿속에 있는 가로수에 대한 지식을 끄집어내서는 백날 궁리해봐야 다른 사람과 다른 가로수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고 가로수의 마음에, 내 마음을 집중하면 그 때 비로소 새로운 생각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익숙한 대지를 떠나 낯선 도시로 옮겨지던 아픔, 어느 뙤약볕 내리쬐던 날, 힘겹게 가로수작업을 하던 공공근로 인부 아저씨의 깊은 주름, 매연 가득한 도시의 한가운데 서서 스스로를 정화하기 위해 흘렸을 땀방울, 그곳에 서서 세상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간직하게 되었을 수많은 사연들...

 

가로수는 비로소 '가로수'가 아니라 내 앞에 서 있는 하나의 나무가 되고, 그 때 비로소 나무와 나의 연결, 그리고 새로운 생각은 시작된다.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가로수에 나무를 심은 사람의 사진을 붙여서 시민들이 감사할 줄 알게 하자거나, 아니면 주변 상인이나 주민과 연계해 '한 가로수 가꾸기 운동'을 하자고 제안하거나 하는, 도시풍경과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만한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에 기여하고 그로 인해 나 또한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변화를 이루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학원에서 가로수는 길가에 심는 나무라는 기존 생각의 습관을 강화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놀이터에서 뛰어놀며 나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연습을 하고 있는가. 이렇게 자란 아이들 중 누가 미래의 주역이 되겠는가.

2010.08.27 09:59 ⓒ 2010 OhmyNews
#창의성 #교육 #시대 #인재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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