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 원 없는 시민은 서울 살 자격 없나"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김형식 시의원, 오세훈표 뉴타운 정책 질타

등록 2010.08.27 15:36수정 2010.08.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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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서울시의원(민주당, 강서구)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뉴타운 정책 문제점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 권우성


"오세훈 시장, 그동안 도대체 뭐했나. 서민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그동안 어디에 관심을 쓰고 있었나. 한강에 배 띄우는 일, 디자인 서울에만 관심 기울이고 있었나."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가득 김형식 서울시의원(민주당, 강서구2)의 격앙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시정 질문 마지막 날인 27일, "오세훈 시장과 40분간 토론하겠습니다, 나와주십시오"라며 오세훈 시장을 불러 세운 김 의원은 오 시장의 뉴타운 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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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뉴타운 대책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극악한 정책" ⓒ 오대양


"4000만원도 없는 시민은 서울에 살 자격 없나"

도시관리위원회 소속 김형식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주택정책 분야에서 잘못한 점을 한 가지 꼽겠다"며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서민주거 불안을 바로잡지 못한 것"을 들었다. 그는 "뉴타운 사업은 서민주택을 멸실시키는 사업"이라며 "서울시내 뉴타운 사업지 가운데 총 15만 임차가구가 멸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뉴타운 사업지의 83%가 전세가 4000만원 미만의 주택이다, 뉴타운 사업이 완성되면 저 가구가 완전히 사라진다"며 오 시장을 향해 "4000만원도 없는 시민은 서울에 살 자격이 없나"라고 물었다.

이에 오 시장이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서울시에서도 원주민 재정착 대책을꽤 내놓았지만 그 대책들은 대개 공공관리자 제도처럼, 관리의 투명성에 집중되어 있었다"며 "서민주택을 멸실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재개발이 재건축으로만 이루어지던 시절에도 저소득층은 원래 살던 곳에서 이전했다, 이것은 뉴타운 사업만의 단점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원주민 재정착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어서 오 시장은 "그 단점을 인정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내놓은 게 공공관리자 제도"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뉴타운 사업이 민간주도로 이루어지면서 거품이 끼고 부정과 부패의 소지까지 있었다"며 "(공공관리자 제도를 통해) 그 거품을 걷어내면서 투명하게 되면 결국은 그 조합에 들어온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이 낮아지고, 그것이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에게도 그 혜택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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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서울시의원(민주당, 강서구)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뉴타운 개발 문제에 대해 질문하는 가운데 대형 모니터에는 철거민 사진이 나오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은 무분별하게 내쫓고, 오세훈은 투명하게 내쫓아"

그러자 김 의원이 "논점을 이탈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서민들이 자기 동네에서 다시 살아갈 권리를 물어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민의 목소리를 말씀드리겠다. 이명박 시장 시절, 서민들을 무분별하게 내쫓았다면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서민들을 투명하게 내쫓고 있다. 군사독재 정권시절에도 개발 앞세워서 서민들 내쫓을 때는 대체 주거지라도 마련해줬다. 21세기 서울은 주거 대책비 찔끔 내주면서 이사할 곳 알아서 찾으라고 한다. 서민의 입장에서 주거정책만 놓고 따져보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극악한 정책이 펼쳐져왔다. 용산참사는 갑자기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 서민 삶을 파탄시켜온 서울의 개발정책이 일으킨 초대형 참사다."

담담한 표정으로 김 의원의 말을 듣고 있던 오 시장은 "서민에 대해서 의원님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있다, 업무보고를 들으시면서 상당부분 파악하셨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뉴타운 문제 많았다, 사기다, 바로 잡겠다 선언하셔서 서민들에게 희망주실 용의가 있나"라고 다그치자, 오 시장은 "감정적으로 격해지신 것 같다, 조금 가라앉혀라"며 말을 받았다. 

"주거지 관련 종합대책은 기존의 주거환경개선사업 패턴을 정말 큰 틀에서 바꾸는 시도다. 이런 큰 틀에서의 시도는 어느 날 갑자기 일거에 되지 않는다. 꾸준히 신경을 쓰고 부작용 최소화하면서 실효성 거둘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달라. 도와 달라. 그런데 열정만 가지고 일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뉴타운 관련해서 서울 권역별로 주택멸실량을 계산해서 공급량을 조절해주셔야 한다"며 "서민주택멸실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때 설령 지정되어 있는 뉴타운 지역이라도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오 시장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미 지정됐던 곳의 해지를 고려하면 기존 발표 이후 형성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감과 행정의 신뢰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김 의원은 "서민의 입장에서 서민들이 자기집 주변에서, 자기집에서 살 수 있는 그런 정책을 펼쳐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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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서울시의원(민주당, 강서구)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오세훈 "참여연대 고발, 도시철도공사에 전화위복 될 것"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비리의혹 문제도 나왔다. 김 의원은 우선, 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비리의혹'를 문제 삼았다. 지난 24일 참여연대 역시 음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오 시장에게 "지난 8월 16일 서울시 부채대책 발표 기자회견 날, 서울시 산하기관장, 공기업 사장들과 모임이 있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오 시장이 "예"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질문을 이어갔다.

"제가 도시철도공사 직원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음성직 사장이 그 자리에서 시장님께 시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며 물러나겠다고 하니까, 오 시장이 음 사장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임기까지 같이 가자고 격려해주셨다는데 사실인가?"

이에 오 시장은 "중도에 일을 그만두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음 사장의) 임기가 많은 것도 아니"라며 "현재 음 사장이 여러 가지 오해를 받고 있는데 본인이 이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김 의원의 질문에 긍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서울시 감사보고서 받아봤나, 거기에 어떤 내용이 있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흥분했다. 이에 오 시장이 "제가 파악한 바로는 일이 결과적으로는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일단 일을 맡긴 이상 그 분(음 사장)의 변명을 믿어주고 싶었다"고 다시 한 번 더 음 사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김 의원은 "시 감사는 못믿고 음 사장 소명은 믿을 만한가"라고 오 시장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오 시장이 말을 받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 시민단체가 도시철도 공사가 해오던 일에 대해 검찰에 고발을 했다.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차라리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

이에 김 의원은 "음성직 사장의 전횡과 폭거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셔야 할지도 모른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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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이 출석한 가운데 '서울시정 및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김형식 #오세훈 #도시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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