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학년때부터 대학입시 생각해야 한다니...

10살 아이를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며 드는 생각

등록 2010.08.29 13:26수정 2010.08.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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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를 데려다 키우면 커서 뭐가 되냐고 물었던 아들은 10살이 됐다. 느닷없이 똑똑한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사촌누나란 대답에 그러냐며 손을 씻다 또 묻는다. "그런데 엄마, 정말 간절히 기도하면 비누가 공중에 뜰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세상은 거대한 물음표다.

공부를 왜 해야 하냐고 묻는 아이

로봇과학과 마술은 10살 아들의 뇌 구조에 가득한 것들이다. 언젠가 동생을 공중에 뜨게 하리라는 각오를 보이는 아이의 선생님은 "아이가 공부를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학기 초 선생님은 3학년부터 대학입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다. 수학은 기초를 모르면 고학년에서 공부를 해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말씀과 함께 집에서 서너 시간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후렴구처럼 되풀이 하셨다.

공부를 강조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아이가 개정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있는 3학년이기 때문이다. 교과서 과정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학교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초등교과서와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연재하고 있는 신은희 기자의 글도 읽는다. 그저 우울하다.

수험생인 조카는 강남의 고등학교에서 전교 1, 2위를 하는 상위권이다. 무슨 과를 가고 싶냐는 물음에 어떤 학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 11시에 집에 돌아오는 고단한 일상으로 얼굴이 많이 상한 조카는 대학에 들어가면 하이힐을 선물해 달란다. 나는 그러마했고 언니와 형부는 그런 딸이 있어 웃을 수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집안 모임이 있을 때 한번 씩 만나게 되는 조카는 나에게 "무조건 책을 많이 읽히고 영어랑 수학을 잡아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 아직 어린 동생들의 입시를 생각하는 조카는 공부하는 법을 아는 것 같았다. 아직은 놀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알기에 뒤끝이 쓰다.


10살 때부터 시작되는 입시교육에 아들을 내몰다

잔인한 어른들은 10살 아이들에게 학부모도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와 뜻도 알 수 없는 교과서로 공부하라고 한다. 사교육의 힘을 빌리라는 소리다. 개정교과서의 문제를 알고 있는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공교육이라는 말은 따로 할 것도 없다. 3학년인 우리 동네 부모들 중 학원을 보내지 않은 엄마는 드물 것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다. 지금의 학교공부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필요하기 때문이며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 그래야 한다고 인정한다.

고민했다. 학원을 보내야 할지를 두고 며칠 밤 맘이 편치 않았다. 학교 공부가 끝난 뒤 또다시 아이를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 10살 아이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과연 아이가 이런 상황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놀란 것은 아들이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쉽게 수긍한다는 것이다. 친구 모두가 학원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제 자신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땅에 사는 10대의 일그러진 일상은 10살 때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3학년은 세상에 태어난 지 9년 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이다. 아직 시험시간에 '배가 고프다'고 말을 하고 창문 밖으로 날아간 풍선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순수함이 존재하는 나이다.

세상엔 수학문제를 푸는 공식보다는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고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려줘야 할 때 아닌가. 그런데 입시 위주의 교육열이 초등학교에서 부터 시작되고 있다. 일선 교사들도 대학입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불합리한 이 땅의 교육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선 선생과 학생, 부모 모두 피해자다.

아이는 끊임없이 책상에 앉아 공부를 강요당해야 하고 부모는 그런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며 교사는 엉망인 교과서로 무조건 가르쳐야 한다.

학부모들은 누구나 같은 말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 애들을 교육시키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한번 지르고 이민 가라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사육 당하듯 교육받는 아이들은 고위 공무원의 자식이 아닌 우리 같은 서민의 자식이라는 데에 우리는 모두 동의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자각이 우선이다

분명한 것은 대학을 목표로 이루어지고 있는 잘못된 교육제도라는 말이다.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부귀영화를 누릴 것만 같은 허상에서 깨어나게 해야 한다. 대학에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더 나은 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임을 사회구조가 증명해야 할 것이다.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은 핀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삶의 질 면에서는 29위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백 개의 나라 중요 2위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삶의 질이 낮은 순위인 것은 그로인해 인생의 행복을 좌우할 수는 없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교육 수준에 33위를 기록한 노르웨이는 삶의 질 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건 바로 사회전반적인 복지제도가 잘 된 나라일수록 교육 여하에 상관없이 삶의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교육수준 2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10대는 우울하다. 공교육에 저당 잡힌 10대의 인생은 책상에서 시작해 책상에서 끝나는 것이며 제도에 잘 순응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의 벽 앞에 행복을 느낄 새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체벌금지를 하고 무상급식을 논하지만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은 너도나도 유학을 보낸다. 이런 교육현실에서 자기 자식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안 될 말이다. 고위 공무원의 자녀부터 우리 교육의 정석을 따라서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교육제도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까.

5, 6학년만 되도 쉴 새 없는 시험에 내 모는 상황 속에서 반항하는 아이가 나온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을 병들어 가게 하는 공교육의 현실 앞에서 체벌을 운운하는 것부터 맞지 않은 말이다. 체벌을 금한다는 말이 우선이 아니라 무엇을 가르쳐 왔는가를 먼저 자각하길 바란다.
#입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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