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반딧불이 축제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있는 인천지하철 계양역.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서 어색한 분위기 속에 둘러서 있다. 계양구를 비롯해서 인근 서구, 부평구를 넘어 부천에서 참석한 반딧불이 탐사자들이다(탐사 행사는 8월 30일, 31일 이틀간 열렸다).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어린 손자,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안고 온 엄마, 그리고 임신한 몸으로 참가한 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버스를 타고 간다.
계양산(桂陽山). 서울에서 지근거리에 있으며, 높이도 395m에 불과한 수도권의 나즈막한 산. 이런 계양산에 반딧불이가 산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계양산에서 반딧불이 축제를 한다고 하니, 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반딧불이를 양식해서 나눠주나요?""반딧불이는 어디서 가져와요?"8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계양산 나비농장, 솔숲, 군부대 일대에서 열리는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가 올해로 3회를 맞는다. 첫 해는 시작에 의미를 두고 자그마한 행사로 진행이 됐고, 작년에는 첫 해 경험을 근거로 1년을 준비해서 14일 동안 1000여 명이 참가하는 행사를 상근자 한 명 없이 치러냈다.
그리고 3회를 맞은 올해는 15일간 9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만 접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5일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마감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접수시작 1주일 만에 대기자가 150명을 넘어서 더 이상 접수를 받지 못하여 항의전화로 일상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반딧불이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반딧불이가 3종류인데 계양산에는 이 3종류의 반딧불이가 모두 살고 있다.5-6월에는 애반딧불이와 파파리 반딧불이가 나오고, 지금은 늦게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늦반딧불이가 나오는 시기이다. 애반딧불이는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고, 암수 모두 날며 쉴새없이 깜빡깜빡 빛을 내며 짝을 찾는다.
파파리 반딧불이는 북한의 파발리라는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며 세 종류중에 습성이 가장 잘 안 알려진 반딧불이다. 애반딧불이와는 다르게 양식 또한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의 주인공, 늦반딧불이는 8-9월에 나오고 일몰 후 1-2시간 활동하다가 일찍 들어가서 해진 후 잠깐 동안의 시간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늦반딧불이는 불을 켠 채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서는 더 좋다.
반딧불이의 먹이로 다슬기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것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다슬기를 주 먹이로 하는 반딧불이는 일본의 겐지 반딧불이인데 우리나라에 반딧불이를 설명하는 번역책자가 이 겐지 반딧불이를 소개하면서 그렇게 알려졌다고 한다.
다슬기가 살지 않는 계양산에 반딧불이가 많은 것만으로도 그 설명의 오류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 반딧불이는 무얼 먹고 사나? 주로 달팽이를 먹고 산다.
반딧불에 축제에 참가한 가족의 이야기다.
"저는 서울에 살다가 인천에 작년에 왔는데요. 아이와 함께 반딧불이를 보러 분당에도 가고, 무주까지 갔는데 지금처럼 많은 반딧불이를 본 것은 처음이에요. 우리가 사는 곳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반딧불이가 많이 있는 것을 안다면 굳이 무주까지 갈 필요가 없었을텐데요.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가 앞으로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이 가족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한다.
"계양산의 반딧불이가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반딧불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내가 살고 있는 인천, 계양구에 계양산이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2010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조직위원회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를 내년 계양구 정책으로 반영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사업하기를 요구하는 청원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89년부터 시작된 계양산 골프장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방법으로 3년 전에 계양산에 사는 소중한 생명들을 알리고자 시작된 반딧불이 축제. 이제부터라도 골프장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한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의 사업으로 만들어 시민 모두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지역 축제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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