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꿈을 이루는 시민대학으로

부평기적의도서관 이희수 관장 추천도서,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을 읽고

등록 2010.09.01 18:00수정 2010.09.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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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에 세워진 뉴욕공공도서관은 이미 그 유명세를 타며 시민의 대학으로 발돋움하였다. 시민의 대학, 이름만으로도 그 기능과 역할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미래를 만드는 공공도서관은 이제 지역사회의 교육 문화 정보센터이자 레크리에이션 커뮤니티센터로, 시민의 활동 기반을 형성하는 인프라로 거듭나야 한다." (역자 이진영)

책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세계 곳곳의 유수 도서관 문화를 책을 통해 벤치마킹하고 있는 부평기적의도서관 이희수 관장. 단순히 책만 빌리고 읽는 공간 개념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필요한 정보와 교육,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창조적 대안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 관장은 오늘도 기적을 만들어간다.


기적의 도서관의 진정한 기적을 꿈꾸는 이 관장의 지향점은 어떤 것일까? 그가 최근 읽었다는 책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이라는 책의 저자인 스가야 아키코는 재미 저널리스트로 뉴욕 공공도서관(이하 뉴욕도서관)의 문화, 예술, 비즈니스 탄생의 보고를 이 책을 통해 생생히 담아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도서관, 상상 그 이상의 세계로 초대하다

a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권양숙 (재)아름다운봉하 이사장이 읽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추천하고 싶어 했다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권양숙 (재)아름다운봉하 이사장이 읽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추천하고 싶어 했다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이정민

'도서관은 책을 빌리거나 조사를 하기 위한 장소라고 생각했던 나는 도서관에는 훨씬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뉴욕도서관을 통해 배웠다.'

저자 스가야 아키코는 미디어와 공공 공간, 인터넷과 시민사회 등을 주제로 '뉴스위크'의 일본판 스태프로 취재하는 도중 뉴욕도서관의 운영 과정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도서의 수도 그러했지만 방대한 양의 사진ㆍ판화ㆍ지도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창고처럼 느꼈던 것이다.

저자가 돌아봤던 뉴욕도서관은 전문 분야로 특화한 대학원 수준의 4개의 연구 도서관과 커뮤니티에 밀착한 85개의 지역 분관으로 구성돼 있다. 연간 예산은 2억 8000만 달러, 37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2002년 연간 방문자 수는 1500만명, 이밖에도 1000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방문한다. 이는 국립도서관 수준에도 뒤지지 않는 것이다.


뉴욕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방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 중 하나는 본관 3층에 있는 목록실이다. 이곳에는 약 40대의 컴퓨터가 마련돼 있고, 이용자는 이곳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한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관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목록을 체크할 수 있다.

뉴욕도서관은 또한 뉴욕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연극ㆍ음악ㆍ무용 등의 무대가 되는 극장이 모여 있는 링컨센터에는 무대 예술에 관련된 전문도서관인 무대예술도서관이 있다. 베토벤ㆍ바흐ㆍ모차르트의 자필 악보도 소장하고 있으며, 장르 역시 음악ㆍ무용ㆍ연극에서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서관은 과거의 유산을 수집ㆍ보관하는 아카이브(Archive) 기능도 중요하지만, 무대예술 도서관에서는 미국 각지에서 공연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도서관이 독자적으로 촬영해 비디오테이프에 수록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디지털 도서관 구축과 미디어 센터의 공간 확대로 이어진다.

지역 주민과 소통하라

위에서 언급한 뉴욕도서관 본관의 본래의 연구 목적과는 별개로 지역에 뿌리내려 활동하고 있는 85개의 지역분관이 시내에 점재해 있다. 분관에는 서적부터 데이터베이스에 이르기까지 충실하게 갖춘 의료건강정보센터가 있어 건강 유지나 병을 치료할 때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강좌도 개최하고 있다.

또 취직이나 전직ㆍ기술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지원을 한다. 이력서 작성법부터 면접 전략과 같은 강좌가 진행되고, 숙제 보조ㆍ독서회ㆍ교사의 수업 계획 등을 공유하며 학교를 보완하는 교육기관 역할도 맡고 있다.

이민자를 위한 다문화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무료 영어교실이나 모국과 자국 간의 문화 가교 역할, 일상생활의 행정편의 지도 등 다양한 학습관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 분관은 행정정보의 창구로서 시민이 정치 계획에 참여해 더 민주적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

이밖에도 투자 세미나, 마이 홈 강좌, 은퇴 전략, 양자 맞이하기, 중년의 다이어트, 인터넷 비즈니스 시작하기 등 원스톱 사회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의 평생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학문보다 비즈니스, 비즈니스 특화 도서관

'도서관에서 사색에 잠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곳은 오히려 행동을 위한 도서관이다.'

개관 비용 1억 달러의 절반을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금으로 조달해 탄생한 시블도서관. 시블의 관내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도처에 새겨져 있고, 기부를 한 기업이나 개인이 도서실이나 센터의 이름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시블에는 130만점의 자료가 소장돼 있으며, 그밖에도 11만 종류의 간행물이 수집돼 있다. 저녁 이후에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오는데, 창업 준비는 말할 것도 없고 패션ㆍ출판ㆍ금융 등 뉴욕의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특허나 상표 등록 현황을 조사하는 이들이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소장 자료의 분야는 마케팅ㆍ광고ㆍ바이오테크놀로지ㆍ컴퓨터 등 폭이 넓다. 기업 연감이나 각국의 무역 통계, 법ㆍ규제에 관한 자료 외에도 비즈니스 응용과학이나 테크놀로지에 관한 자료까지 갖추어진 대단히 실천적인 도서관이다.

1층에는 5만점의 책이 있는 개가 서고와 독서실이 있고, 모두 대출이 가능하며 200종류의 신문ㆍ잡지도 그곳에서 열람할 수 있다. 서적 이외에도 비즈니스 관련 카세트 북이나 비디오테이프, DVD,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해설한 CD-ROM 등도 관내 이용이나 대출이 가능하다.

지하 1층에도 리서치용 열람 자료가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으며, 케이블 텔레비전도 자료로 제공되고 있다. 벽 한구석에는 뉴스 전문 CNN이나 경제 전문 채널 등의 텔레비전 모니터가 있어 최신 뉴스를 체크할 수 있다. 그야말로 비즈니스 정보의 지상 낙원이다.

장애인에게 지식의 문을 열다

a  뉴욕 공공도서관 홈페이지 화면 캡쳐. '발견하고(Discover) 소통하면서(Connect) 창조적 지식의 영감을 얻다(Get inspired)'

뉴욕 공공도서관 홈페이지 화면 캡쳐. '발견하고(Discover) 소통하면서(Connect) 창조적 지식의 영감을 얻다(Get inspired)' ⓒ 이정민


뉴욕도서관 지역 분관의 점자ㆍ녹음자료도서관은 문턱을 없앤 설계로 관내의 모든 곳을 휠체어로 돌아다닐 수 있다. 관내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활자 낭독기, 문자를 최고 6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확대 독서기, 자료의 색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비롯해 장애인을 위한 형광등이나 시각장애인용 테이프 레코더, 타이프라이터 등이 갖춰져 있다.

점자ㆍ녹음자료도서관에는 대활자본, 점자본, 녹음도서, 자막이 있는 비디오 등이 갖추어져 있다. 사서가 학교나 시설을 찾아가 출장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하고, 학급에 한 명이라도 장애인이 있는 경우에는 도서가 무료로 송부되며, 재생기기를 대출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링크집 등 인터넷상의 정보원도 충실하다. 작가 강연회, 시 낭독회, 콘서트 외에도 도서관 서비스를 충실히 하기 위한 시민의 모임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벤트에서는 희망하면 보청기 대출이나 수화 통역도 받을 수 있다.

정보사회는 누구에게나 열린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경제적으로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점자 녹음자료 도서관장의 말은 많은 의미를 전해준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도서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지역이 소통하는 공공도서관을 위해

퀸즈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배우고 새롭게 발견해 계속 알아가는 것이 가능하며, 원한다면 최고의 것에 접근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유일한 장소"라고 언급했다. 이는 공공이라는 말과 도서관이라는 단어의 조합을 가장 의미 있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엔 기업가의 기부로 이루어진 도서관이 많다. 관이 할 수 있는 재정적 한계를 기업의 사회 환원으로 극복하도록 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기부는 미국 도서관 건립과 운영의 중요한 재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듯 기업의 후원으로 제공된 공공도서관은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행정정보의 창구로서, 문화예술도시의 근간이 되는 장치로서, 지역주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생학습 배움터로서 그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즉,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네트워크하고, 새로운 지(知)를 창조하며, 알 권리와 지에 대한 접근을 만인에게 보장하는 도서관의 생생한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독서 강국 미국의 비밀은 무수한 재능을 싹트게 하는 이러한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시스템의 뿌리가 바로 뉴욕 공공도서관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 스가야 아키코 지음 / 이진영ㆍ이기숙 옮김. 지식 여행 출판. 2004.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 스가야 아키코 지음 / 이진영ㆍ이기숙 옮김. 지식 여행 출판. 2004.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스가야 아키코 지음, 이진영 외 옮김,
지식여행, 2004


#부평기적의도서관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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