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평전> 1권 겉그림.
시대의창
국가든 기업이든 한 역사의 창업자가 떠나면 남은 자에게는 기록과 계승이라는 책무가 안겨진다. 김대중이 남겨 놓은 자산 탓에 이를 상속받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계승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고, 그의 진정한 유지와 정신의 의미를 둘러싸고 후손들은 또 많은 역사 투쟁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다.
계승자에 비하여 기록자를 자처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일기로든 단편적인 에세이로든 조그맣게라도 그를 어떻게 느꼈고 그와 어떻게 호흡하고 살아왔는가를 기록으로 남겨야 할 책무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이 펴낸 <김대중 평전1·2>(시대의창)은 기록자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한 첫 번째 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 지은이도 거목의 생애에서 흘러나오는 무게감을 느낀 탓인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지 않았나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거목이 주는 무게감을 이기고 200자 원고지 4천여 매에 달하는 분량을 썼다는 사실에서, 저자의 노력과 발품의 무게가 느껴진다.
<김대중 평전>, 이보다 더 촘촘할 수는 없다개인적으로 김대중을 살아온 현실의 무게로 느끼기 시작한 시기는 그가 1985년 미국 망명을 끝내고 들어올 때부터였다. 미국 하원 의원과 세계적 기업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장 등과 함께 들어온 김대중의 무게를 당시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거물이 내가 사는 공간으로 들어옴을 중학생인 어린 나이에도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 이전의 김대중의 삶은 나에게는 역사 속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김대중 평전>은 두 권으로 출간되었는데, 2권의 시작은 19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귀국한 시점부터 전개된다. 따라서 나에게 1권의 내용은 역사요, 2권의 내용은 그와 함께 걸었던 현실로 생각된다.
연령대에 따라서는 1권과 2권 전부가 자신의 생애 속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내용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거의 모든 내용이 지나간 역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면, 김대중의 전체적인 삶을 조감하고 살펴보는데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의 정치적 삶을 지켜봐온 50살 이상의 기성 세대에게는 지나간 기억의 편린들을 정리해주는 책이 될 것 같고, 그가 역사 속 할아버지로 생각되는 20대 이하에게는 그를 알아가는 기초 자료로서 훌륭한 역사책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언론에 비친 정치인으로, 어떤 때는 무명의 선거 운동원으로, 어느 시점에서는 열렬한 지지자이자 비판자로 함께 했던, 조각난 세월의 기억들 사이로 새록새록 무언가 올라오곤 했다. 그만큼 이 책이 김대중의 생애를 촘촘하게 썼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다만 촘촘함이 때로는 평이함으로 다가서는 아쉬움이 한켠에 있다. 그렇지만 김대중이라는 거목의 생애를 빠짐없이 다루는데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다른 사람이라면 생애 은퇴를 준비할 나이인 60살 이후의 삶만 해도 <김대중 평전 II>를 꽉 채우고 있다. 그 시기에 있었던 큰 역사적 격랑만 손꼽아도 6월항쟁, 3당합당, IMF위기, 노벨평화상 수상 등이 나온다.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건들만 기술해도 각 권당 500~600페이지의 책의 면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민주주의와 통일조국, 우리가 김대중에게 진 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