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있는 풍경... 쇠똥과 강태공

가을을 찾아 나서다

등록 2010.09.03 15:49수정 2010.09.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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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저수지 둑에는 거미들이 집짓기에 분주합니다. ⓒ 조찬현


가을을 찾아 나섭니다. 여수 소라면 들녘은 어느새 벼를 베어내고 택사를 심고 있습니다. 2모작을 하는 이곳은 해마다 8월 중순경이면 벼 수확을 합니다. 오랜만에 나왔더니 들녘의 풍경이 새롭습니다.

풍류저수지에는 강태공이 낚시채비를 합니다. 섬달천으로 향합니다. 달천마을 담장에는 통나무를 실은 경운기 3대가 나란히 있습니다. 엊그제 한반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지나간 7호 태풍 곤파스의 심술로 인해 도로 곳곳에 물이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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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무렵 여수 소라면 들녘의 가을하늘 모습입니다. ⓒ 조찬현


섬달천의 바다는 언제 태풍이 이곳을 지나갔을까 의아할 정도로 평온하기만 합니다. 섬달천 마을회관, 할머니 서너 분이 하릴없이 마을을 지나치는 낯선 이들의 모습을 주시합니다. 섬마을 해변에는 어구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자물쇠가 굳게 채워진 포장마차는 나그네의 마음을 쓸쓸하게 합니다. 방파제 끝자락에서 서너 명의 낚시 객들이 보입니다. 포구에선 아직 가을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되돌아 나와 풍류저수지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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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둑길의 이곳저곳에 쇠똥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 조찬현


저수지 둑길의 이곳저곳에 쇠똥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농부가 이곳에다 소를 매어 놓은 모양입니다. 어린 시절 소 먹이던 고향마을 친구들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쇠똥에 불을 붙여 돌리며 불장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옛날 시골집에서는 집집마다 소를 키웠습니다. 먼지 폴폴 날리는 마을길에는 쇠똥이 줄지어 떨어져 있곤 했습니다. 비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불쏘시개로 인기 있었던 쇠똥, 이제 길거리에서 보기가 귀해졌습니다.

케냐의 유목민 마사이족은 쇠똥을 건축 재료로 사용해 집을 짓습니다. 쇠똥은 나무보다 결합력이 좋아 친환경재료라고 합니다. 쇠똥을 땔감으로 사용하는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소가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용인시에서는 연간 300톤의 쇠똥을 생산해 보일러 연료로 사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쇠똥을 연료로 사용하면 연료비 절감은 물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꿩 먹고 알 먹고'입니다.

수초와 마름이 가득한 저수지 둑에는 거미들이 집짓기에 분주합니다. 잠자리는 하늘을 배회합니다.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가 저수지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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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물길에는 강태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조찬현


저수지 물길에는 강태공(43·이우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짬낚시(잠깐하고 가는 낚시)를 왔다는 그는 낚싯대 3대를 편성해놓고 세월을 낚습니다. 최근 여수 소라면 복산지에서 4짜(40cm)를 낚기도 했답니다. 이후로 이곳에 전국의 꾼들이 많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일상을 벗어나면 잡념이 사라져요. 낚시를 즐기다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져요. 낚시를 제대로 하려면 혼자 다녀야해요."

낚시터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제일 꼴불견이라고 지적한 그는 낚시문화가 바뀌어야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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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머문 저수지 수면에 잔잔한 파문이 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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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만이 공허한 저수지에 어느새 어둠이 밀려들었습니다. ⓒ 조찬현


저수지 수면에 잔잔한 파문이 입니다. 가을빛이 머물고 있습니다. 해가 저물자 고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집니다. 고기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해질녘과 동틀 무렵이면 고기들의 입질이 많아집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유영하는 베스들의 모습만 간간이 보일뿐 아직도 붕어의 입질은 없습니다. 이따금씩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만이 공허하게 들려옵니다. 저수지에 어느새 어둠이 밀려들었습니다. 고기를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낚시를 즐긴다는 그의 말을 뒤로하고 어둠속에서 발길을 재촉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쇠똥 #가을 #풍류저수지 #섬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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