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무섭다고? 난 당신이 더 무서워!

[공모-잘못된만남] 아내의 가장 무시무시한 만남은 바퀴벌레

등록 2010.09.06 14:07수정 2010.09.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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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빨리 들어와! 무서워…."
"어…? 무슨 일이야! 왜?"
"바…방…안에 바퀴벌레가…."


회식 중에 걸려온 아내의 다급한 전화에 나는 미친 듯이 웃고 말았다.(평소에 잘난 척은 다하더니 그딴 일로 전화를 하다니….)

벼룩 잡다 초가삼간 다 태워버리고도 남을 아내의 대처법

평소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멧돼지라도 때려 잡을 듯 한 강력한 포스를 자랑하는 최여사(아내). 아이들과 TV를 보던 중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식탁아래에서 무엇인가 후다닥 지나간다. 순간 멈칫하는 최여사. 헉! 바퀴벌레! 순간, 아내는 발조차 뗄 수 없다. 기겁하여 일단 비명을 질러본 후 아무리 마음을 가다듬고 싶어도 덜덜 떨리는 건 막을 수 없다.

'침착해지자. 그래, 침착해야 해' 아내에게 문득 떠오른 것은 화장대 위의 'OO킬라'. '휴~!, 역시 교회 다니기를 잘했어, 이럴 때 OO킬라가 떠오른걸 보면 분명 신은 존재해. 넌 이제 죽었어!' 호흡을 가다듬고 잽싼 몸놀림으로 혹시라도 바퀴벌레와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고개를 돌려가며 OO킬라를 강력하게 분사한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뿌리니 절반이상이 빗맞는다. 아무튼, 오늘 이 생명체를 잡지 못하면 심히 공포의 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아내는 오금이 저려온다. 겁에 질리니 더욱 손가락에 힘이 간다. '빗맞아도 한방'이라고 연신 뿌려대니 마침내 요동치기 시작한다. 드디어 날갯짓 하는 소리가 우우우윙~우우우윙~. 이제는 벽에도 부딪히며 탁탁!


여기서 물러날 최여사가 아니지. 기어이 OO킬라 한통을 다 뿌리고도 분이 안 풀린다. 마침내 파르르 떨며 명을 다하는 바퀴벌레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허나 죽은 바퀴벌레도 무서워 시체를 치울 수 없고, 그 놈하고 가장 멀리 있는 방으로 옮겨 쪼그리며 눕는다.

'혹시 또 한 마리 있는 건 아니겠지?' 바퀴벌레 한마리에 온갖 호들갑을 떨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니 드라마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아까 본 바퀴벌레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무서운 놈들, 죽어서도 겁을 주다니…. 그래도 남은 희망은 하나, 잽싸게 아직 귀가하지 않는 나에게 전화를 돌린 것이다. 아마도 이 상황을 읽어본 여성들의 99%는 최여사의 대처방법에 공감하고도 남으리라.

당신의 가장 무서운 경험은 무엇이었나?

사람에게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경험은 무엇일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만남에 대해 사람마다 답은 각자 다르리라. '끔찍한 사고를 경험했을 때'부터 시작하여 '군대를 다시 가는 꿈을 꿀 때'  '막차를 놓치고 돈이 떨어졌을 때' '수능시험일 늦잠 잤을 때' '충치를 뺀 후 마취가 깨었을 때'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누구라도 자기와 관련된 사건만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대답 못지않게 공통적으로 끔직한 순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바퀴벌레에 대한 기억이 아니겠는가?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아름다운 그 얼굴…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그립다 그 얼굴...'

스페인 민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라쿠카라차'(La Cuccaracha)는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라는 뜻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이 노래는 멕시코혁명 당시 농민혁명군이 부르던 투쟁가로 농민들의 비참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했다고 전한다. 얼마나 끈질기고 무서운 존재였으면 '바퀴벌레'를 투쟁가에 비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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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보다 바퀴벌레가 더 무서운 대상으로 패러디한 BAYGON(BAYER사의 바퀴벌레약)의 광고 ⓒ 공식홈페이지캡쳐


"13일의 금요일 제이슨과 스크림의 마스크맨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이 있다면?"

BAYGON(BAYER사의 바퀴벌레약)의 광고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바퀴벌레가 얼마나 무섭고 끔찍하게 싫으면 벌레보다 더 무서운 대상에게 안겨버릴 정도일까? 영화 '13일의 금요일'과 '스크림'에 나오는 살인마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유머가 담긴 위협적 광고이다.

과연 바퀴벌레가 얼마나 두려운 만남인가? 아주 드물게 바퀴벌레를 보는 순간 발로 밟거나 화장지를 이용해서 눌러 죽이는 희귀한(?) 여성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바퀴벌레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섭고 두려운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바퀴벌레는 그야말로 '징글징글' 10종세트

일단 생김새에 위축된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예쁜 구석이 한군데도 없다. 꼭 큰 놈들은 갈색이 아닌 시커먼 색이다. 온몸에 니스 칠을 한 듯 뺀지르한 피부, 양 갈래로 갈라져 바삐 움직이는 더듬이, 날개 달린 놈은 공포가 두 배. 다리가 예쁘길 하나, 몸이 예쁘나 그렇다고 눈이 예쁘나? 온통 징그러운 것들로 가득한 그야말로 징글징글 10종 세트다.

바퀴벌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조의 아파트'가 아닐까? 뉴욕 빈민가의 더러운 아파트에서 수 만 마리의 바퀴벌레들과 함께 살고 있는 주인공 '조'. 물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바퀴벌레들은 '조'가 사랑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공원을 지어주는 등 착한 존재이다. 하지만, 그래도 흉측한 바퀴벌레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마 이 영화를 본 후 바퀴벌레를 고마운 존재라고 마음을 바꾼 이는 없을 것이다.

바퀴벌레는 고생대 석탄기에 나타나, 지금도 세계에 4,000종 이상이 남아 있는 오래된 곤충류로 일명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도 7종이 알려져 있으며, 그중 집바퀴는 단순한 불쾌곤충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쓰레기 등에 있는 병해충을 운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바퀴를 조사하면 몸에서 바이러스나 세균·곰팡이류·원생동물 등이 발견되고 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정도로 생존능력을 가진 존재라면 싱크대 안쪽의 어둡고 칙칙한 곳에서 벗어나 진화를 거듭하여 마침내 모니터를 보며 마우스를 딸깍거리고 있을 지구의 주인이 되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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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극 '동이'에도 바퀴벌레가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동이' 47회에서는 숙종의 곤룡포 오른쪽 어깨 위로 바퀴벌레가 지나가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 MBC화면캡쳐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수십 여종의 전염병을 옮긴다고 알고 있는 (집)바퀴벌레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 바퀴벌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야생 바퀴벌레이며, 우리가 공포에 떠는 바퀴벌레는 아주 소수일 뿐이니 너무 염려하지는 마시라. 그나마 있는 소수이지만 그마저도 걱정된다면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일단 바퀴가 한번 번식을 하게 되면 보이는 개체수의 최고 10배까지 살고 있다고 하니 완벽한 자가퇴치는 거의 힘들다. 유인제나 살충제를 이용하여 퇴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만일 집에서 바퀴벌레 눈앞에 나타난다면 최여사의 방법을 쓰거나, 그것도 무섭다면 해충방역업체를 부르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당신이 바퀴벌레가 무서운 것처럼, 나도 당신이 무섭다네

우리가 알고 있는 바퀴벌레의 선입견이 잘못된 오해였든 확인된 사실이든 무섭고 혐오스러운 것만은 어쩔 수 없다. 바퀴벌레가 인간의 오해로 외면 받는 외로운 생명이라고 설득해도 할 수 없다.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해도 결코 멸종하지 않을 것 같은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 바퀴벌레.

우리에게 해악인 존재라고 해도 사라지고 나면 무슨 소용인가. 인간이 다른 종들과 더불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생태계유지를 위해 소중하고 이런 유지를 위해 어딘가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닐까. 그래도 무섭다고?

(중략)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난 울었어
내 사랑과 우정을 모두 버려야 했기에
또다른 내 친구는 내 어깰 두드리며
잊어버리라 했지만 잊지 못할것 같아
(김건모 <잘못된 만남>중에서)

여보, <잘못된 만남>의 가사처럼 아직도 바퀴벌레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은가? 벼룩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지 말고 오는 놈 막지말고 가는 놈 신경쓰지 말게나. 나는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최여사, 바로 당신이라네. '4대강사업' 다음으로 당신이 가장 무서워.

덧붙이는 글 | 기사공모-잘못된만남


덧붙이는 글 기사공모-잘못된만남
#바퀴벌레 #잘못된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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