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제재안은 국내법·국제법 근거 없는 위법·월권 행위

등록 2010.09.09 16:01수정 2010.09.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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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환거래법,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법의 규제범위 벗어난 월권행위
- 법적 근거 없이 국내 금융기관 기업의 재산권 행사 과도하게 침해
- 유엔안보리 결의 넘어서는 한국 독자제재는 주권침해행위
- 제재안 집행 중단하고 국회가 행정부 권력남용 여부 검증해야

정부는 어제(9/8) '대이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929호 이행 관련 정부 발표문'이란 이름으로 대이란 경제적 제재조치를 발표하였다. 정부제재안은 우선 안보리 제재 범위를 훨씬 능가한 수준(단체 40개 및 개인 1명)으로 멜라트 은행을 포함한 단체 102개 및 개인 24명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해 한국은행의 허가 없이는 이들과의 외환 지급 및 영수를 금지했다.

또한 ▹이란 은행의 국내 신규지점 개설 금지, ▹대이란 수출보중 축소 및 이중용도 품목 수출 금지, ▹석유, 가스 부문 신규투자 금지 등이 정부제재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재조치는 국제법적 근거뿐만 아니라 국내법적 근거도 빈약한 초법적인 제재로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제평화나 안보상의 이유로 금융거래 특히 외국환 거래를 제한(금지 또는 허가제로 제한)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법)' 제4조 1-2호, 그리고 이와 동일한 조항을 가진 외국환 거래법 제15조 1-2호이다.

이들 법률에 따르면, ▹1.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를 성실히 준수하기 위하여 (공중자금협박자금의 규제)가 불가피한 경우, ▹2.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특히 기여하기 위하여 (공중협박자금조달의 규제가)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법적 근거는 2007년 국회에 제출된 테러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현,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법의 초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었다. 참여연대는 이 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참여하여 해당 조항을 엄격히 하는데 구체적으로 기여한 바 있어 이 법조항이 구체화된 맥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당시 동 법안 논의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합의가 있었는데, 첫째, '테러'라는 용어에 대해 정확한 법률적 개념이 아니고 다분히 정치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대신 그 단어가 의도하는 국제법(협약)과 그 이행을 위한 국내법 위반 행위 등을 열거하고 이를 '공중협박행위'라 명명하기로 했고, 둘째, 정부의 자의적인 금융거래 규제나 사실상의 동결을 제한하기 위해서 그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이었다.


그 결과 당초 원안은 '국제기구 요청, 우방국 요청, 우리정부의 자체정보에 기초하여 금융거래규제 대상자를 지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으나 우방국 요청과 우리정부 자체정보에 기초한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는 할 수 없도록 최종안에서 이를 삭제한 바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정부가 새로 지정한 '단체 102개 및 개인 24명'은 유엔이 지정한 것이 아니라 우리정부가 자체정보에 기초해 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가 합의한 입법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당시 논의 과정에서 우방국의 요청이라는 초안이 국회토론과정에서 삭제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공청회에서 2002년 미국 재무부가 유엔 결의도 없이 단지 미국 대통령령에 의해 이라크 후세인 자금동결을 요구한 것에 대해 우리 재무부가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한다는 이유로 외환거래법 제15조 2항 2호에 따른 외환거래 규제를 실시하는 등 법적 근거를 자의적으로 남용한 사례가 거론되었다.


더 중요하게는 2007년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자금동결요청, 그리고 2007년 당시에 이미 거론되고 있었던 이란계 은행에 대한 미국의 자금동결요청이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요청'으로 해석되어 우리에게 강요되지 않아야 하고, 이러한 자의적 적용을 허용할 국내법적 근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토론도 진행되었다. 요컨대 외환거래법 15조, 공중협박거래금지법 4조의 규정들은 미국의 독자제재를 수용하기 위한 근거로는 사용될 수 없는 조항이다.  

그런데 정부는 어제 이란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1929호에 따라 이미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40개 단체와 개인 1명 외에 이란혁명수비대와 이란 국영해운회사 등 102개 단체, 그리고 개인 24명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하고 이들과의 외환 거래를 금지하거나 한국은행의 허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부가 지정한 금융거래 제한대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자의적으로 지정한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미국이라는 개별국가가 자신의 국내법 혹은 대통령령으로 지정하여 한국정부에 요청해 온 명단임이 틀림없다. 이 모든 경우 전부 우리 국내법에 반하는 일이다. 유엔이 요청하지 않은, 미국이라는 개별국가의 요청을 과연 국제사회의 요청 혹은 국제적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유엔안보리 결의안 1929호는 "이 결의안의 어떠한 조항도 (유엔회원)국가들이 이 결의안의 범위를 넘어선 조치나 행동을 취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이란 제재 방침은 이란 기업을 제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금융기관과 한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다. 정부의 제재방안은 국내법적 근거도 없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제재이다. 또한 국회의 입법권한을 침해하는 행정부의 권력남용이다.

또한 국제법이나 협약, 그리고 유엔안보리 결의와도 무관한 주권침해행위이다. 이란정부가 이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국제법이나 협약에 의해 그리고 유엔과 국제사회에 의해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정부는 이란 제재안 집행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국회는 정부의 월권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

원문보러가기 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1107
#이란 #이란제재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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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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