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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 현수막 안성시 광고협회에서 보내 준 폐 현수막이다. 농협광고가 눈에 띈다. 이 폐 현수막을 지금 학생들이 재단하고 있다. ⓒ 송상호
▲ 폐 현수막 안성시 광고협회에서 보내 준 폐 현수막이다. 농협광고가 눈에 띈다. 이 폐 현수막을 지금 학생들이 재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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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은 천을 보고 열심히 궁리한다. 몇 명은 자를 대고 재단한다. 몇 명은 한 곳에서 천을 자른다. 몇 명은 재봉틀을 돌린다. 왁자지껄 시끄럽다. 각자 맡은 일에 열중이다. 이것만 보면 마치 의류공장에서 의류 제작 하는가 싶다.
하지만, 아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http://www.dima.ac.kr/) 패션스타일리스트과 학생 20 여명이 '산타 자루'를 만드는 중이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하교를 하고 없는 저녁 7시. 이들은 왜 '산타 자루'를 만들고 있는 걸까.
'산타 자루', 이래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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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과 제자 패션스타일리스트과 담당 최원경 교수가 이날 자원봉사를 주선했다. 이날 저녁에 나와서 학생들의 산타주머니 만들기에 지도조언을 하고 있다. ⓒ 송상호
▲ 스승과 제자 패션스타일리스트과 담당 최원경 교수가 이날 자원봉사를 주선했다. 이날 저녁에 나와서 학생들의 산타주머니 만들기에 지도조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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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디어는 '안성동부무한돌봄네트워크팀'이었다. 그 팀에서 '올 해 추석을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독거노인 가정, 재가 장애인 가정,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등의 100개 가정에 선물을 전달하는 데 쓰이는 자루다. 자루 하나에 4000원이지만, 그 자루를 사서 이용하는 것보다 지역의 대학생들을 이용해 자루를 만들고자 했다.
궁리 끝에 팀에서 안성시 광고협회에 전화해서 폐현수막을 섭외했다. 수거하고 남은 현수막을 산타자루를 만드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그 산타자루를 오늘의 주인공 젊은이들이 만들기로 한 것.
산타자루는 사실 이웃 가정에 배달할 때 쓰는 게 아니다. 산타자루를 안성에 있는 일죽중학교, 서운중학교, 명륜여중학교, 죽산초등학교 등 4개교에 걸어두기 위해서다. 걸어둔 그 주머니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집에서 화장지, 참지, 치약, 비누, 양말 등을 집어넣는다. 약 3일 정도 걸어두고 나서 수거한다. 가득 찬 물품을 모아서 이웃가정에 배달한다.
이래저래 지역의 이웃을 위해 여러 사람이 마음을 보태고 있는 게다. 나눔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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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준 씨 직전 과대표인 이승준씨가 재봉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자원봉사의 전두지휘를 맡아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 송상호
▲ 이승준 씨 직전 과대표인 이승준씨가 재봉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자원봉사의 전두지휘를 맡아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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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방송예술대학 패션스타일리스트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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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로 재는 여학생 한 여학생이 폐 현수막을 자르기 위해 자로 재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 ⓒ 송상호
▲ 자로 재는 여학생 한 여학생이 폐 현수막을 자르기 위해 자로 재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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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스타일스트과, 말 그대로 '코디'를 키우는 과다. 2006년도에 생긴 이 과를 통해 벌써 많은 스타일리스트들이 배출되었다. 이미 장근석, 씨엔블루, 은지원,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로 진출했다.
스타일리스트라고 옷만 배우는 게 아니다. 헤어와 화장까지. 옷도 스타일만 봐주는 것이 아니다.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재봉틀로 만들고, 봐주는 것까지. 그야말로 토털 패션리스트다.
그러다보니 이 과를 나온 학생들은 스타일리스트는 기본이고, 의류 업체와 디자인 업체로 진출한다. 왜냐하면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배우니까. 그런데다가 옷을 고르고 입히고 봐주는 것까지 하니까.
2009년 과 신입 지원율보다 2010년 지원율이 2배로 늘었다. 2006년부터 꾸준히 지원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인기 과라는 이야기다.
외모만 아니라 마음도 멋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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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학생들 기꺼이 자원해서 봉사에 참여한 패션스타일리스트과 학생들의 단체사진이다. ⓒ 송상호
▲ 자원봉사학생들 기꺼이 자원해서 봉사에 참여한 패션스타일리스트과 학생들의 단체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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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들, 외모만 멋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안성동부무한돌봄네트워크팀으로부터 산타자루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이 과의 담당 최원경 교수는 두 말 하지 않고 '오케이'를 했다.
그것보다 더 훈훈한 것은 그 뒤였다. 이 오더를 받은 최 교수가 과 학생들에게 자원봉사 공지를 했다. 20여명의 학생들이 자원을 했다. 무엇보다 이 과의 전 과대표 이승준씨가 앞장을 섰다. 안 그래도 지역에 봉사할 거리를 찾고 있었고, 기회가 서로 맞았던 것.
그래서 그런지 산타주머니를 만드는 날 저녁, 모든 일 진행의 전두지휘를 이승준씨가 했다. 적극적이다. 거기다가 최 교수의 지도가 빛났다. 스승과 제자가 힘을 합쳐 나눔을 실천하는 현장이었다.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아주 좋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 과의 전통이 되어 해마다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승준 씨의 당찬 소감이 오늘 자원 봉사하는 학생들 모두의 마음이리라.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6일 저녁 7시, 산타주머니를 만드는 현장에서 전 과대표 이승준 씨와 이루어졌다.
2010.09.10 09:36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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