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에 함께 한 사람들과 함께 오른쪽부터 안치환, 이지상, 이동수, 이갑용
이선옥
지난 6일,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태일다리에 섰다.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버들다리를 전태일다리로 만들자'는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다. 하루 8명이 릴레이로 1인 캠페인을 벌이는 행사에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이들 모두 선뜻 동참해 주었다. 포크가수 이지상이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서고, 안치환은 바로 그 뒤를 이어받아 5시부터 6시까지 그날 캠페인의 마지막 주자로 전태일 동상 옆을 지켰다.
둘은 요새 말로 '절친'이다. 같은 나이, 같은 직업, 같은 취미, 같은 동네…안치환의 매니저 표현에 따르면 "절친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춘" 사이라고 한다. 80년대 뜨거운 청춘을 전공과 관계없는 '노래'와 함께 보냈고, 지금도 가수를 업으로 삼고 있으며, 둘 다 일주일에 한차례 이상은 꼬박 공을 차는 축구 마니아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에, 때론 시대를 읽고, 때론 시대를 거스르는 감성의 결까지 닮았다. 그리고 둘 다 싱어송 라이터다.
안치환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가수였다. 솔로로 나선 후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당당하게' 등을 히트시키며 민중가수에서 대중가수가 되었다. 대중가수가 되었다고 해서 그를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노래'에서 '산업'으로 바뀌면서 그처럼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아이돌'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하던대로 콘서트를 열고, 음반을 내고, 노래를 '부르는' 음악프로그램에 가끔 출연도 하면서 가수로 산다. 열린음악회 같은 큰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촛불집회처럼 다른 성격의 무대에 서기도 한다. 대중가수이지만 촛불집회 같은 무대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는 그처럼, 그가 부르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관제행사와 촛불집회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국민애창곡이기도 하다.
이지상은 시대의 사명을 온 몸에 짊어진 이름의 노래패 '조국과 청춘' 의 가수였다. 한 때 운동권의 애창곡이었던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 을 만든 사람. 세상이 혁명과 반혁명만으로 가득찼던 시절, 혁명에는 목숨을 바치는 결기만이, 혁명의 적들에게는 불타는 적개심만이 허락됐던 그 시대에 말랑말랑한 연애담을 표현한 그 노래는 파격이었다.
여성의 주체성을 폄하했다는 이유로, 혁명의 기운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비판을 받았던 노래라고 들었지만, 나는 귀동냥으로 들은 그런 사연들을 흘리면서 그 노래를 곧잘 흥얼거렸다. 운동가요 가운데 드물게 경쾌하고 입에 감기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 이지상이라는 걸 알았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혁명에 가려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시절에도 '사랑'을 놓지 않았던 가수였으니. 그는 변하지 않았구나.
이지상은 요즘 주말마다 라디오방송을 진행한다.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나지막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삶과 노래를 이야기하는 그의 방송 제목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포크가수인 그는 방송이 없는 날에는 주로 평화와 인권, 과거청산을 얘기하는 무대에 기타를 들고 선다. 그리고 계속 노래를 만든다. 이상하게 통속적인 노랫말도 그가 부르면 포크가 된다.
"이 다리가 왜 전태일 다리가 아닌지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