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재개발의 아픔을 재현하다

[리뷰] 강홍구 개인전 '그 집'

등록 2010.09.10 13:54수정 2010.09.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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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들은 지난 40여 년 동안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서구화됐다. 그 결과 전통과 역사가 느껴지는 오래된 건축물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 또 어느 순간부터 자본과 개발 논리에 의해 서민들의 소박한 집으로 이루어진 동네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이로 인해 그곳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계속해서 도시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재개발은 얼핏 생각하면 경기부양, 서민일자리 창출, 도시 미관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투기를 부추기고 그것으로 인해 땅값과 집값이 상승하여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서민들은 밀려나게 된다. 이는 한국형 자본주의 제도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부조리한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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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집'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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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집' ⓒ 강홍구


강홍구는 오랫동안 재개발로 사라지게 될 집과 동네를 찍어왔다. 작가는 화소수가 낮은 디지털 카메라로 이러한 풍경을 나누어서 찍은 이후에 디지털프로그램에서 조합하여 재구성한다. 그 이후 작가는 출력한 인화물에 자신의 표현의도에 의해 그림을 그려 최종 결과물을 생산한다.

이번에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개최하는 개인전에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는 붓이나 디지털 사진기를 표현도구로만 생각하지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여기지 않는다. 매체보다는 자신의 콘셉트와 주제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표현의도에 따라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것 뿐이다.

작가는 지극히 사진적인 표현방식과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같은 작업태도를 바탕으로 사진 찍기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성취한 사진이미지를 재료로 선택해서 재구성하고 리터치해 자신의 사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카메라와 붓은 작가가 특정한 사회현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이다. 작가는 매체와 장르에 대한 경계를 제거하고 자유롭게 선택해서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작가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재개발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지속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작가가 찍은 대부분의 집과 마을은 지금 사라지고 없다. 서민들이 평생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뿐만 아니라 소중한 추억을 빼앗아 가는 것이 재개발이다. 그래서 재개발은 결과적으로 다분히 폭력적이고, 서민들에게는 위협적인 단어이다. 이번에 작가가 발표한 작품들은 이러한 재개발의 풍경과 의미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을과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를 떠나서 서민들에게는 삶의 흔적이 담겨있는 공간이자 정신적인 휴식처이다. 그러한 공간을 일방적으로 개발하고 사라지게 하는 것은 폭력행위 그 자체이다. 작가 강홍구는 이러한 동시대의 아픈 사회적인 현실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붓으로 보완하여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사회적인 상처를 환기시키는 전시이다.

덧붙이는 글 | 기간 :2010-09-01~2010-10-03 장소: 원앤제이갤러리


덧붙이는 글 기간 :2010-09-01~2010-10-03 장소: 원앤제이갤러리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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