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남자들은 이발소보다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는 걸 많이 본다. 정말 달라진 세상 풍경이다. 과거엔 단순히 긴 머리를 잘라서 단정히 하는 차원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물들이고 매직하고 파마 하고 세우고 가지가지 다 한다. 그래서 머리 한 번 하는데 몇 만원씩 든다고 한다. 그걸 보고 어떤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 "다 돈 '지랄'이야~"

 난 가끔 남자로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여자들은 화장을 한다. 머리 하고 그러는 데 시간 투자를 많이들 하던데 난 천성이 게을러서 그럴 시간이 없다. 난 머리에 기름이 많이 내려서 매일 머리 감는 것만 해도 일이다. 드라이로 말리지는 않고 빗으로 잘 빗으면 하루는 잘 견뎌 준다. 머리에 무스를 바른다든지 머리를 세운다든지 뭐 그런 걸 당최 할 줄 모른다. 이 나이에 그건 배워서 뭘 하겠는가. 얼굴에 뭘 바르는 것도 안 한지 벌써 오래다.

 머리도 나는 늘 4천 원짜리 이발을 하는데 요번엔 5천 원짜리 이발을 했다. 그래. 이발이라는 표현이 맞다. 머리를 깎는다는 건 왠지 섬뜩한 표현이다. 머리가 뭐 나무토막이나 되는 것처럼 깎아내는 게 아니 잖는가. 하긴 내가 이웃 나라에서 머리를 진짜 낫으로 풀 깎듯 깎는 광경을 보고 놀란 적도 있긴 하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발이라는 표현이 더 바른 표현 같다.

 근데 요번에 이발을 너무 짧게 했다. 내 평생에 여자가 남자 커팅 하는 데를 딱 두 번째 간 건데 역시 재미를 못 봤다. 첫 번 갔을 때는 커팅을 하고 머리를 감겨 준다고 드러누우라는 것이다. 아니, 무슨 머리를 엎드려서 감지 않고 누워서 감는단 말인가. 그래도 시키는 대로 했더니 얼굴은 놔두고 머리만 기가 막히게 잘 감겨 준다. 아, 미용실에선 이렇게 하는구나.ㅋㅋ 거 참 생소하다. 근데 중요한 건 머리가 내 맘에 덜 든다는 것이었다. 

 요번에 두 번째 간 남자 커팅 전문 미용사는 묻는다.

"머리 어떻게 자를까요?"

"아, 네. 적당히 잘 자르세요."

 찰칵 찰칵 쉭쉭 몇 분 만에 난 딴사람이 됐다. 영 어색하다. 가뜩이나 앞머리가 없는데 바짝 잘라버리니까 그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에이, 가던 이발소 갈 걸~' 지금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자리가 안 잡혔다. 그렇다고 모자를 쓰고 다닐 수도 없고 불편하다. 내가 이거 따지는 거 보면 아직 젊다는 얘기다. 내가 사람들한테 이렇게 조크를 했다.

"아, 내가 말이예요. 항상 4천 원짜리 이발을 하는데 요번에 5천 원짜리 이발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이발소에서 천원어치를 더 깎아 주는 바람에 이렇게 바짝 깎인 거 아니겠습니까?"

 진짜 한 3개월 정도는 이발소에 안 가도 될 것 같다. 사람들이 나보고 위로를 한다.

"목사님 10년은 더 젊어 보입니다."

 경찰서에 갔더니 경찰들이 나보고 목사님 동안으로 보인다느니 경찰 같다느니 새로운 분위기가 좋다느니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 삼가 위로의 말씀인지 분간이 안 간다. 

 가끔 남자들이 머리를 이상야릇하게 하고 너무나 보무도 당당히 걸어 다니는 걸 보고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 머리를 여자들처럼 길게 길러서 따고 거기다 양복을 걸치고 다니는 분들도 본다. 난 꼴통보수인가. 그게 영 수용이 안 된다. 그렇다고 그런 분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다 자기 개성대로 사는 거니까 뭐랄 수는 없다. 개성시대 아닌가.

 시대가 바뀌니 건물도 패션이고 머리도 패션이다. 칼라풀 하게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려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상큼한 이미지를 주는 것은 다 자기 연출이니까 기왕이면 예쁘게 하고 멋진 인생을 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