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보은 장터 시위 장면
진옥경
총무를 맡고 있는 나는 회의에서 결정된 대로 지난 8월 26일 보은 장터 시위에서 사용했던 '결사반대' 머리띠 50개에 스무 개를 추가하여 맞추어 놓고, 어르신들 점심도 예약해 놓았다. 청주의 몇몇 언론사와 환경 단체 관계자들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위원장은 '쌍암 주민들은 왜 저수지 둑높이기 공사를 반대하는가'하는 요지의 성명서를 만들었다.
봉고차를 가지고 계신 마을 분들의 협조를 받아, 버스 편마저 없는 이 오지 주민들이 면사무소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지난 시위에서 처음 뵈었던 이웃 마을 어르신들도 구수하게 말을 걸어오신다. 회의장 뒤편에는 자칭 '추진위' 관계자 대여섯이 자리를 잡았을 뿐, 그 외 250명이나 된다는 찬성 측 서명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대회의실을 꽉 채운 쌍암 주민들은 '결사 반대'라고 쓴 붉은 머리띠와 '둑높이기 공사를 반대한다'는 어깨띠를 일제히 꺼내 두르고 위원장의 선창에 따라 '결사 반대'를 외치기 시작하였다. 70세 고령의 농부들이 주먹을 흔들며 외치는 단호한 목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약 30분 가까이 연호가 계속되는 동안 자리에 참석한 농수산식품부, 도청, 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설명회를 진행하게 하면 본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을 취소하겠다"고도 주문했지만, 주민들은 "이처럼 참석자 대다수가 결사반대의 뜻을 표했는데 설명회 및 공청회를 더 진행할 필요가 무엇이냐"고 항변하였다.
결국 주최 측은 자리를 비웠고, 주민들은 연신 구호를 외치고 성명서를 함께 읽으면서 자리를 지켰다. 얼마 후 자리에 돌아온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여러분들의 뜻을 잘 알았고 쌍암 저수지 둑높이기 공사는 하지 않도록 하겠으며, 관련된 100억 예산은 다른 곳으로 이관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쌍암 주민들은 박수치며 환호하였고, 일부는 만세를 외치기도 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우리 마을 할아버지는 "내 땀 흘려 먹고 살지, 거저 주는 돈은 몇 십억이라도 안 받아"하시며 주민들을 보상으로 회유하려는 농어촌공사를 꾸짖으셨다.
농어촌공사여, 산골 농부들의 끌끌한 자존심을 허황된 회유책과 맞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말라. 보은 군수도 근래 이 지역에서 농업 용수 부족 관련 민원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하는 판에 '논에 물이 부족하다'는 거짓 장광설로, 또 100억 예산이 다른 지역으로 갈 것이라는 반 협박으로 주민들을 현혹하여 관제 시위나 조작된 서명을 통해 저수지 둑높이 공사를 밀어붙일 생각 말라. 우리 쌍암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의 이 부당한 압력에 맞서 온 힘을 다해 끝까지 저항할 각오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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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을 하다가 7년 전 보은 회인 산골에 들어와 매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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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땀 흘려서 먹고 살지, 거저 주는 돈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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