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잇따른 무기 결함 의혹에 "설계문제는 없어"

'K계열 전투장비' 사고대책도 책임인정도 없는 브리핑 비판

등록 2010.09.15 21:29수정 2010.09.15 21:30
0
원고료로 응원
a K21 보병전투차 지난 7월 29일 상무대 수상조정 훈련장에서 침몰해 조종수 1명이 사망한 사고를 일으킨 K21 보병전투차

K21 보병전투차 지난 7월 29일 상무대 수상조정 훈련장에서 침몰해 조종수 1명이 사망한 사고를 일으킨 K21 보병전투차 ⓒ 국방과학연구소


15일 오전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K계열 전투장비 사고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최근 육군의 K9 자주포, K21 보병전투차, K1 전차 등 이른바 'K'계열 무기의 결함에 대한 잇따른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 성격의 이 브리핑에는 국방부와 육군,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K1전차의 포신파열, 화재발생, 변속기 결함, K9 자주포 엔진 결함, K21 보병전투차량 침수 사고에 대한 개요와 향후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985년 이후 9차례 있었던 K1 전차 포신 파열 사고 가운데 원인이 밝혀진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만 포강 내에 포신을 닦는 천이 제거되지 않아 포신이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을 뿐 나머지 사고는 명확한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포신파열의 원인을 밝히지 않고 사고를 은폐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인명 피해가 없었고 일부 장비가 파손된 사안으로 대외발표 사안이 아니므로 군 계통으로 보고 및 조치되었다"고 해명했다. 또 책임규명이 어려운 이유로는 "파열된 포신 훼손으로 정확한 원인규명이 제한되어 책임추궁이 제한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발견된 K1 전차의 변속기 결함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시 육군은 1329대의 변속기를 점검해 그중 102대 고장을 확인했다. 고장난 변속기 중 경미한 고장으로 확인된 77대는 정비했지만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25대는 정비창으로 보냈다. 이후 군은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K1 전력화를 중단했다가 이듬해 3월 제작상의 결함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전력화를 재개했다. 하지만 작년 감사원 감사결과 변속기 결함이 지적되자 올 들어 다시 생산을 중단 시켰다.

군 당국이 '국산 명품 무기' 가운데 대표적인 무기로 선정했던 K21 장갑차는 치명적인 결함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말부터 910억 원을 투입, 개발에 착수해 2007년 6월 기술 및 운용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이 장갑차는 지난 7월 29일 전남 장성군의 상무대 수상조종 훈련장에서 교육훈련 중 침몰해 부사관 1명이 숨지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설계 자체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이 장갑차는 작년 12월 9일에도 경기 양평 남한강 일대에서 도하 시험을 하던 3대 가운데 1대가 강을 건너던 도중 물구덩이에 빠져 엔진이 정지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갑자기 속도가 급감하고 차체 무게도 앞으로 쏠려 침수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군 당국은 조종수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지적했을 뿐 설계결함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사중'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05년부터 발생한 K9자주포 엔진 결함과 관련해서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용부동액 미사용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지 종합적인 감사에 나서겠다는 것이 국방부의 계획이다.


국방부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20~30년을 사용해야 하는 군 전투장비의 특성상 처음부터 완전무결한 장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전동운 국방부 군수기획관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발견된 결함은 신형 장비를 개발 및 획득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단기간에 전력화를 하려다 발생한 것으로 품질관리와 전투장비 개선을 통해 최선의 전투력을 갖추도록 노력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배치된 장비에서 결함이 발견되었으나 예비부품, 업체 수리, 정비 등의 즉각 조치를 통해 현재 전차, 자주포, 차량은 95% 이상의 장비 가동율을 보이고 있어 전투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는 명확한 사고 재발 방지대책도 나오지 않았고, 장비 개발 과정이나 설계상에서의 문제를 인정하는 부분도 없었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K21 장갑차의 침몰사고에 대해서도 방사청 관계자는 여전히 '설계나 요구 성능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하나마나한 이런 브리핑을 왜 하는건가?" 1시간 30분을 넘긴 브리핑을 마치면서 어느 기자의 볼 멘 소리가 들려왔다.
#명품무기 #K9 #K21 #K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