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게 범죄도 아니고, 회사에 누 끼치는 것 같아"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경력단절 실태' 조사 결과 발표 및 대안 모색 토론회 열어

등록 2010.09.16 17:29수정 2010.09.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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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를 낳아라 낳아라 하는데 낳아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낳았는데 해결책이 없잖습니까. 빚내서 애를 키우라는 것도 아니고….(남성 34세, 대기업 직장인)

임신했다 하니까 회사도 힘들고 나오지 말라고…. 법대로 하려면 해보라고…. 어차피 벌금 내더라도 늦게 주거나 안 주면 그만이라고…. 둘째가 안 생기란 법은 없는데 회사에 말을 안 해야겠다…. 굉장히 무슨 사회적 범죄처럼…. 회사에 누를 끼치고 하는 것처럼 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서 그런 두려움을 느껴요…. 여자로 태어나서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거든요. 근데 아이를 키우면서 내 능력이 도태되고 사회에서도 하나의 자리매김을 못한다는 게 국가적인 손실 같기도 하고…. 여자들도 남자들과 견주어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여성 29세, 파견직노동자)

지난 9월 13일(월) 오후 2시,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서울여성노동자회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후원으로 '여성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경력단절문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일 가정양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추진되는 '돌봄노동의 사회화'가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확인하고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제언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여성 경력단절 현황 파악을 위해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위원은 지난 3~7월 서울, 인천, 안산, 수원, 광주, 마산·창원,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30·40대 여성으로 10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한 경험 등이 있는 여성 1181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여성 경력단절 현황 및 돌봄노동 사회화 정책의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맡은 장지연 선임위원은 '돌봄노동의 사회화라는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권이라는 개념부터 들여다봐야한다'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71%가 출산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고, 8.9%는 다른 일로 바꾸어 전체 응답자의 80%가 출산으로 인해 일을 조정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출산이 여전히 경력단절의 가장 큰 원인임이 드러났다. 특히 출산 전에는 정규직 비율이 62.9%였는데 출산 후 재취업한 경우에는 정규직 비율이 28.5%로 뚝 떨어져 출산이 여성 경력단절의 원인이면서 비정규직화의 원인임이 밝혀졌다.

또한 비정규직 여성의 산전후휴가 사용율은 1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비정규직 여성의 경력단절이 정규직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정규직 여부가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부와 재취업시 고용형태 여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재취업을 할 경우에는 새 일자리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며 소득도 감소하게 되는 것을 볼 수있는데 그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방향은 경력단절 자체를 피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심층면접을 통해본 30대 남녀의 일·가정 양립 저해요인 연구' 주제로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대졸여성이나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이나 노동시장의 진입 자체가 어렵고, 나이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시장의 구조나 임신으로 인한 퇴직의 압박 등 여성의 일자리가 외주화, 비정규직화 등으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애는 여자가 봐야지'라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장시간 노동에 의해 남성들의 육아 포기가 합리화되면서 여성들은 일과 동시에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높은 육아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일, 가정 양립의 애로점으로 드러났다.

어렵게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의 제도를 사용하는 경우,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커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눈치 안보고 마음 편하게 이 제도를 사용하기는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심층면접을 통해 나온 일가정양립을 위해 여성들이 제안하는 제도 개선안은,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제도에 대한 대 국민 홍보와 처벌조항 강화 , 비정규직여성의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보장을 위해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한시적으로 임신한 여성의 계약해지를 금지하고 출산 때까지 고용을 보장, 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와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방안이 마련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무상보육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 ▶보육료 지원 ▶야간보육시설 확충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 ▶방과후 시설 확충 등으로 나타났다.

심층면접에 나선 30~40대 남성들은 일가정양립의 어려움에 대해, 일 중심 장시간 노동 문화, 유교의 영향으로 위계질서에 충성하는 직장문화, 실업과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일자리 불안, 성공만을 추구하는 원웨이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성과 보육은 별개'라는 인식이 바뀌어 남성들도 직장과 보육을 병행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제도가 도입, 활용될 수 있어야 하고, 일상화된 야근 업무가 정시에 퇴근하는 칼퇴근하는 문화로 바뀌어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간대 자체가 확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 경력단절 실태 조사와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전 여성 산전후휴가 실질적 보장, 90일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 무상보육 및 공보육 강화, 맞벌이·한부모가정에 보육, 가사 서비스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추진 등을 담은 여성 경력단절 예방대책 추진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일.가정양립 #경력단절 #비정규직여성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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