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흐르는 강, 춤이 흐르는 강

정귀인과 현대 무용단의 기획공연 <가슴에 흐르는 강>

등록 2010.09.23 20:49수정 2010.09.2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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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가리
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
돌아가 고향 하늘에 맺힌 물 되어 흐르며
예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
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보리
살아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
(중략)
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
언젠가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
나 또한 한 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길 흘러 흘러
돌아가 고향 하늘에 홀로 글썽이리
<물의 노래>중-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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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깊은 마음 속에는 누구나 아름다운 강이 하나씩 흐른다.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사람의 깊은 마음 속에는 누구나 아름다운 강이 하나씩 흐른다.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몸 속을 흐르는 강, 몸 밖을 흐르는 강의 융합을 실천하다
 
'뉴욕타임즈'로부터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안무가'라는 상찬을 받은 바 있는 우리 시대의 춤꾼이자 안무가인 정귀인 교수(부산대학교 무용학과, 한국움직임교육연구소 소장)가 창작무용 <가슴에 흐르는 강>을 오는 28일 늦은 7시 30분 부산금정문화회관 대강당 무대 위에 올린다.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은 2010년 9월 현재까지 창작초연작품과 기존 창작품 총 85여 편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창작 무용극 <가슴에 흐르는 강>은 우리의 시대의 모두의 관심사인, 4대강 사업의 '강'과 먼 거리에 있지 않다.

 

그 여느 때보다 청년 실업과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곤곤한 사회현실의 상징적인 '강'과 '내 몸 속을 흐르는 강'과 생태 파괴로 치닫는 '강'의 상처와 아픔 등을 심미적인 춤사위로 풀어낼 예정이다.

 

정귀인과 현대 무용단의 기획 공연 창작 무용 <가슴에 흐르는 강>의 안무와 총연출을 맡은 정귀인 교수는 <가슴에 흐르는 강>의 '작품을 만들면서'를 통해 이렇게 적고 있다.

 

"(중략) 우리는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볼 수 있고,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슴에 흐르는 강>은 우리 몸 속에 흐르는 '강'과 몸 밖을 흐르는 강에 대한 융합의 장으로서, 일테면 사랑의 강, 마음의 강 그리움의 강, 역사의 강, 이별과 죽음의 강들을 현대시에서 그 상징을 찾아내어 재해석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사람의 깊은 마음 속에는 누구나 아름다운 강이 하나씩 흐릅니다. 그 강과 강 사이를 건너는 방편으로, <가슴에 흐르는 강>을 잉태합니다.  우리의 질곡의 역사는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섬진강, 금강, 영산강...크고 작은 강과 함께 호흡하며 숨쉬는 우리 모두 몸에서는 흐르는 그 자연의 강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중략)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하는 시처럼 음악처럼 춤처럼 강은 설명이 필요없는 서사시입니다. 이 서사시 위에 찰랑거리는 물살에 입술 부비는 노을의 고통, 아픔, 별리, 사랑, 그리움, 꿈, 그 꿈속의 꿈과 같이 흐르고 흘러간 저 편의 아름다움을 춤으로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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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처럼 강처럼 오온개공이 흐른다 나의 춤, 나의 달,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강 흐른다.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공(空)처럼 강처럼 오온개공이 흐른다 나의 춤, 나의 달,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강 흐른다.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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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시가 흐르는 강, 춤이 흐르는 강, 그 강에 얼룩진 '달'을 씻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마음의 강'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이 잃어버린 강에 대한 갈증과 정신적으로 메말라 가는 '마음의 강'과 비유되는 4대강 사업의 '강'에 대한 염려 등을 춤의 이미지를 통해 풀어낸다. <가슴에 흐르는 강>에 인유되고 있는 주요시작품은 한용운 시인의 <나룻배와 행인>외 1편, 마종기 시인의 <물빛> 등이다.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의 2010년 기획 공연 작품 <가슴에 흐르는 강>은 지난 시대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보편적 진리나 윤리 등 다양한 문화 구조 속을 가로 지르며 흐르는 우리네 삶의 '강'과 4대강 사업의 '강'과 까맣게 잊혀진 역사의 격변기를 고스란히 감당한 어머니의 강이 중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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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은 99년도부터 환경 무용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세제의 혼탁한 구정물이 콸콸 흐르는 지하철 부산대학교 앞 온천천에서 '제1회 환경무용제'를 열어 성공한 바 있다. 

 

<가슴에 흐르는 강>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생태 위기에 처한 '강'과  우리의 몸 속을 흐르는 오염된 영혼의 강과 동궤한다. 이번 작품 역시 그동안 지구촌의 환경을 생각하는 정귀인 교수 춤작업의 연장선에 다름이 아닐 터.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뉴욕의 한 야외공원에서 상연된 환경춤 공연의 강렬한 인상을 깊이 새겨 우리 사회의 날로 심각해 지는 환경문제에 대해 춤으로 환경무용을 써왔다. 이번 공연에는 여느 때와 달리 직설적인 춤의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다.

 

특별하게 <가슴에 흐르는 강>의 안무와 총연출을 맡은 정귀인 교수가 직접 작품 무대에서 춤공연과 함께 시도 낭송할 예정이다. 낭송의 음악 효과 등 무대의 음악 감독을 맡은 이는, 서울대학교 황준연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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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시와 춤으로 사색하는 '강'
 

<가슴에 흐르는 강>의 공연은, 총 4막으로 구성된, 제 1막은 '가슴에 강이 흐르는 여자' 제 2막은 '우주나무 속으로' 제 3막은 물살에 입술 부비는 노을 제 4막은 '강에서 달을 씻다'로 나뉜다. 특별히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막과 막 사이 알레고리 역할로 정귀인 춤꾼의 낭랑한 시낭송은 난해한 현대무용극이 아닌, 주제 확산 및 구체적 전달력을 고양시키는데 조력한다.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은 1983년 창단했다. 이번 공연의 총 기획은 김정숙, 조안무, 김재덕, 출연진은 김정숙, 김재덕, 허하나, 이수정, 최규식, 강여진, 김미현, 송윤진, 이선림, 이예진, 최단비, 최유정 등이다.

 

강빛, 물빛이 흐르는 현대시를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 <가슴에 흐르는 강>은 탈 장르 창작 무용의 새로운 줄기를 파생케 할 것이다. 더불어 대중에의 끊임없는 관심을 유도하는 한국무용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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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가슴에 흐르는 강 ⓒ 정귀인과 현대무용단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량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몇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물빛>-마종기


 

정귀인과 현대무용단의 주요작품

<동동>, <축제시리즈>, <흙>, <바람의 말>, <산사에 뜨는 달>, <어머니의 등>, <회화 바람>, <토우시리즈>, <보자기>, <가시리>, <D-30> 등 85편

덧붙이는 글 <가슴에 흐르는 강> 공연 문의/ 051-510-2951,1740, 010-5521-0603, 016-557-2843 kicdance@naver.com
#가슴에 흐르는 강 #정귀인 #부산대학교 #동동 #환경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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