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래가 반짝이며 흐르는 것이 보인다.
안미소
나는 안동과 문경을 거쳐 낙동강 하류까지 내 몸에 있는 고운 모래들을 멀리멀리 흘려보냅니다. 은빛 모래사장으로 둘러싸인 안동 하회마을과, KBS <1박2일> 촬영지로 유명한 '육지 안의 섬' 회룡포, 낙동강 하구의 여러 모래섬들은 그렇게 만들어졌지요.
그런데 며칠 전 40여 명이 저를 찾아와 '사귀자'고 고백했습니다. '
4대강·
귀하다·지키
자'(아래 상자기사 참조)고 하더군요. 그들은 내 몸의 한가운데 서서 몇 번이고 '사귀자'를 외쳤습니다. 또 모래톱 위를 걸으며 나의 고운 모래를 맨발로, 맨손으로 쓰다듬고 어루만졌습니다. 조금 깊은 물을 만나면 풍덩 빠지기도 하며 온몸으로 내게 안겼습니다.
이렇듯 정성어린 구애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었습니다. 나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주댐이 생기면 나와 내 주변의 마을들은 물에 잠긴다고 합니다. 강변을 따라 드리운 버드나무들과 은빛 모래톱, 사람들이 살던 집터나 기찻길까지도 말입니다. 수몰되는 면적은 여의도의 약 1.25배이며 그 안에 살던 516가구의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벌써 15개 마을의 주민들은 보상을 받고 타지로 떠났습니다. 400여 년간 이곳을 지켜온 금광리 인동장씨 집성촌을 포함하여 83점의 문화재들도 함께 물에 잠깁니다.
1999년, 정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이곳에 송리원댐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일어나 궐기대회를 열고 격렬히 반대해 댐 건설을 무산시켰습니다. 그 후로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댐 건설 시도를 막아왔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취소됐던 댐 공사가 올해 다시 시작됐습니다. 영주댐으로 이름이 바뀐 채 말이죠. 영주댐이 4대강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수질 개선과 하류지역 용수 공급을 위해 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갈수기에 수질이 나빠지면 영주댐의 물을 방류해 깨끗하게 하고, 낙동강 중‧하류지역에 부족한 물을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에 유입되는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이고, 낙동강은 갈수기에도 물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나와 인접한 곳에 이미 안동댐과 임하댐이라는 대형 댐이 두 개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목적은 낙동강 하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나는 정말로 사라지게 될까요? '사귀자'며 찾아온 이들은 나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