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서의 뿌리는 '농촌'이다

등록 2010.09.24 12:17수정 2010.09.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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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지구 기후환경의 변화로 앞으로는 점점 더 팔월 보름달을 보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서도) 올해 추석연휴에도 어김없이 민족대이동이 고속도로마다 장관을 이루었다.

 

급속한 생활환경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에도 상관없이 줄기차게 이어지는 '장엄한' 풍경을 볼 때마다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유화, 고향 마을 서산시 부석면 출신 이운구 화백이 그린 천수만의 갈마리 마을 풍경이다.
유화, 고향 마을서산시 부석면 출신 이운구 화백이 그린 천수만의 갈마리 마을 풍경이다. 지요하
▲ 유화, 고향 마을 서산시 부석면 출신 이운구 화백이 그린 천수만의 갈마리 마을 풍경이다. ⓒ 지요하

 

명절에 '귀성고생'을 겪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는 자신이 태어난 곳은 아닌, 아버지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고향이거나, 오직 조상들이 묻혀 있는 곳일 뿐인 사람들도 없지 않을 터이다.

 

부모는 계시지 않더라도 부모의 체취가 남아 있기에 피붙이의 흡인력을 체감하며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은 아니더라도 아버지가 태어나고 할아버지가 사셨던 곳은 바로 고향이다. 조상들이 묻혀 계신 곳이기에 영원한 고향이다. 그곳은 흙냄새가 나는 농촌이고, 인간의 먹을거리가 생산되는 곳이며, 대자연이 숨 쉬는 곳이다.

 

어떤 형태로든 농촌에 뿌리를 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런 연유로 앞으로도 세월과 상관없이 명절 때마다 민족대이동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그런 현상 속에서 농경민족의 정서는 끊임없이 힘차게 작동하며 유지될 것이다.

 

우리 민족이 농경민족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정부의 철학적 농업정책은 필연이고 당연지사다. 농민들의 숫자가 줄어들어서 현실적으로 선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도 도시 사람들 상당수가 기본적으로 친농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 MB 정부는 친농(親農)정책의 근처에도 가 있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MB 정부는 친농 정책을 한 적이 없다"는 기억과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 7월 5일 너무 많이 남아돌아 처리 곤란한 쌀을 가축용 사료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이었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말도 있는데, 북한 동포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같은 발표는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다.

 

뒤늦게 북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규모 '적선'을 하기로 하면서 "북한이 천안함 사과를 해야 대규모 식량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도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농경민족의 정서 속에는 '나눔과 베풂'이 중요한 뼈대임도 잊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4일치 <대전일보> 문화면 칼럼 ‘한밭춘추’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 

2010.09.24 12:17ⓒ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4일치 <대전일보> 문화면 칼럼 ‘한밭춘추’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 
#한가위 #민족대이동 #농촌 #농경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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