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추석 눈물, 어쩐지 많이 본 듯하더니만

대선 후보 당시 출연한 <좋은 아침>과 21일 방송된 <아침마당>, '판박이'

등록 2010.09.28 16:06수정 2010.09.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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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눈물을 흘린 이명박 대통령 부부 ⓒ 청와대


"내가 늘 이야기를 했거든. 돈 벌면 새옷을 해 주겠다. 대학 졸업을 하고 내가 운동권 학생이었잖아요. 감옥을 갔다가 나오니까 달동네 단칸방에서 나 때문에 걱정해서 장사도 못하고 누웠더라고요.

그래서 내 어머니한테 정치도 뭐도 안하고 돈을 벌어야 겠다고, 돈 벌면 어머니 새옷을 사드려야겠다, 근데 돌아가셨죠. 12월에 돌아가시고, 난 운동권 학생이라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가 (다음 해) 7월 달에 현대 건설에 들어간 거죠."

이 감동적인 발언(?)의 주인공, 누구긴 누구겠는가.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눈물 콧물 다 짜며 방송에 나와 풀빵 장사를 하던 어머니, 그리고 옷 한 벌을 못 사드렸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감동스런 연출을 자아내는 우리의 대통령.

근데 좀 이상하다. 저 방송과 멘트는 지난 21일 KBS <아침마당>에 나와 명절날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일으키며 다수의 국민들을 불쾌하게 했던 그 영상 속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방송의 클라이맥스인 눈물은 분명 재방송이 맞다. 그것도 3년의 시차를 둔 재방송 말이다.

대선 후보 때 눈물과 다를 것 없네?

"추석 민심을 후벼 팠던 '대통령의 눈물'은 재방송이나 다름없었다. 2007년 12월 대선 직전 SBS <좋은아침>에서도 MB는 같은 이유로 울었다."

대선후보시절 출연한 <좋은아침> 방송 화면 ⓒ SBS


28일 새벽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자 현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그리고 링크에는 SBS 홈페이지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 'NeTV 명장면'가 걸려있었다. 제목은 '어머니 생각에 눈물 보이는 이 후보!'.


대선 당시 각 후보와 후보 부인과의 만남을 방송한 기획물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김은옥 여사와 함께 출연해, 올 추석 방송과 똑같이 카메라 앞에서 눈물과 콧물을 짜며 어머니를 목놓아 불렀었다. 심지어 배경음으로 깔린 잔잔한 피아노 선율마저 판박이처럼 닮아있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3년이라는 시간과 방송사, 세트와 방청객 정도가 달라져 있다랄까?

눈시울을 붉히다 결국 펑펑 눈물을 쏟는 남편 옆에서 당시 김윤옥씨는 이렇게 도와줬다.


"몰랐습니다. 이렇게 가난한 집 아들인 줄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직책을 맡고 있을 때 만났기 때문에 이렇게 가난한 집 아들인 줄 몰랐는데, 결혼하고 보니 구구절절하게 가난하게 살았더라고요. 이렇게 못 살았는데도 마음이 삐뚤지 않았다는 거. 돌아가신 다음이라 어머니를 못 뵈었는데 참 존경하는 분입니다. 아이들을 항상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육시켜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운동권에 잠시 몸 담았다 가난이 싫어 자수성가해 지금의 성공을 일구었다. 그놈의 성공신화, 참 '징하게' 우려먹는구나. 그러니까 <아침마당>은 3년 전 홍보의 재생산 내지는 확장판이었단 말씀.

대통령, 자기미화는 이제 그만!

<아침마당> 방송을 다시 확인해 보니, 3년 전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썼다는 저서 <어머니>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완벽한 재방송'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있지 모르겠으나, 결국 하는 얘기는 오십보 백보였다.

특히 재미있는 건 "재래시장 갔을 때 우리 어머님같은 분이 계시니까, 그런 거 볼 때마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 이후에 이어진 시어머니에 대한 김윤옥씨의 기나긴 에피소드였다.

"첫 애기 낳고 미국에 계시는 우리 시이모님이 한국에 다니러 오셔서 저한테 얘기했어요. 우리 어머님과 (남편이) 어릴 때부터 장사를 같이 했잖아요? 어머님께선 '명박이는 나중에 사장이 될 텐데 배가 안 나온다'고 걱정하셨대요. 옛날엔 사장이면 배가 나오고 그러는데 못 먹어서 바싹 마르니까. '명박이는 배가 나와야 되는데, 사장이 될 텐데.' 우리 어머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장이 될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늘 기도를 하셨나 봐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연소로 35살에 현대건설 사장이 됐잖아요.

어머님을 못 뵈었지만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존경하고요. 우리 어머님이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식들한테 기도를 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요. 또 우리 어머님의 삶을 이어받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저도 지금부터 우리 애들에게 비전을 가지고 기도를 합니다. 되고 안 되는 건 본인 능력에 달렸고 여건이 갖춰져야겠지만."

이제 임기의 반환점을 돈 대통령이여, 부디 더 이상 어머니와 '풀빵' 운운은 그만하기 바란다. 적어도 자기 미화에도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그렇게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재래시장 상인 어르신 분들께 반말 좀 하지 마시라. 아무리 '엄마' '엄마' 하던 어린시절이 생각나도 말이다.
#이명박 #아침마당 #좋은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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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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