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보다 비싼 '양배추' 배추값 폭등을 의식한 이명박 대통령이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식단에 올리라고 발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배추 1포기가 8,800원에 양배추 1통은 9,480원에 팔리고 있다.
유성호
4대강 사업으로 줄어든 채소 재배면적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또 폭등하는 채소값이 4대강 탓인지, 날씨탓인지 판단하는 것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든 정부의 물가관리 능력은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날씨탓으로 배춧값이 오른 거라는 정부의 발표도 책임면피용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정부의 물가 대책이 나올 때마다 물가는 오히려 오른다며, 급조된 물가 대책 좀 그만 내어 놓으라는 볼멘소리도 많다. 정부의 물가 정책이 이런 식이라면 약발이 먹힐리도, 서민의 호응을 받기도 힘들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닥칠 김장철에 대비한 뽀족한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자칫, 김장 없는 겨울철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무와 파, 배추 같은 채소류를 공장에서 밤새 기계 돌려 찍어낼 수는 없으니, 하루아침에 특별한 대책을 내놓는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정부는 물가가 언론의 관심사가 될 때마다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할 것처럼 처방을 내놨다. 그러나 그것은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이었고 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더 높게 뛰어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저 주방장에게 배춧값 폭등을 고려해 자신의 식탁에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내놓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농식품부 제2차관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치 한 포기 덜 담그자"는 제안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오죽 절박했으면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질까'란 생각도 들지만, 배춧값이나 양배춧값이나 오르긴 매한가지다. 언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실물 경제를 제대로 알고나 있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농식품부 차관의 '김치 한 포기 덜 담그자'는 제안도 그렇다. 배춧값이 폭락하면 배추 더 먹기 운동을 벌이고, 돼지고기값이 떨어지면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좋다고 홍보하더니…. 배춧값이 오르니, 이제 조금만 먹자고 한다. 농식품부 차관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은 김장 담그는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관료라는 분이 방송에 나와 이것 먹어라, 저것 줄여라 하는 것은 그리 보기 좋지 않다. 유신시대 '혼식 장려 운동'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물가 대책이 항상 이런 식으로 즉흥적이니 효과가 있을리 만무한 것 아닌가? 날이 갈수록 물가는 치솟고 정부의 고강도 처방이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 형국. 정부는 이쯤에서 생색내기식 물가정책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우선 정부의 자기 반성이 먼저다. 물가가 들썩일 때마다 '국제 유가탓' '환율탓' '날씨탓'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정부는 반성을 해야 한다. 처방의 주체는 누가 뭐래도 정부다. 정부가 물가 폭등 요인을 밖에서만 찾으려 한다면 물가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억지로 가격을 맞추지 말고, 국민의 이해 구해라

▲ 배추값 폭등으로 인해 포장김치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 '업체측 공급사정으로 인해 1인당 1박스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권우성
배춧값 폭등 사태만 해도 그렇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경작지 감소가 배춧값 폭등의 요인이 될 수 없다고 강변하기보다는, 고온과 폭우로 인한 작황 부진에 경작지 감소가 얼마나 배춧값을 끌어 올리데 영향을 줬는가를 면밀히 분석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또 현재 농업기반이 대한민국의 식량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비록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이런 근본적 인식의 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물가는 항상 불안하고 농민이나 도시서민들은 항상 폭등과 폭락의 널뛰기에 고통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물가정책은 이렇게 할 테니까 따라 오라는 식이어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작황이 좋지 않아 배춧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사정이면 나중에 나올 물량까지 끌어내어 가격을 맞추기보다는, 당장은 비난을 받더라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편이 나은 정책일 수 있다.
추석 전 대형마트 배추 세일 때 남들이 버리고 간 배추 겉잎을 모으는 할머니를 본 적이 있다. 매일 폐지를 주우러 다녀 안면이 있던 할머니는 배추 겉잎을 모아 겉절이를 해 드실 거라며 남들이 버리고 간 배추 겉잎을 비닐에 담고 있었다. 정부가 물가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을 내어 놓는다면 우선 이런 분들에게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시세로는 김장을 엄두도 내지 못할 이런 사람들. 이 사람들의 겨울나기에 정부는 무엇을 해줄 것인가가 물가정책의 목적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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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김치' 먹겠다는 대통령, 그럼 국민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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