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나 혼자 잘살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2010 시민경제강좌 3] 유종일 교수의 '거시경제의 원리와 정책'

등록 2010.10.01 12:37수정 2010.10.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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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10 시민경제강좌' 3번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10 시민경제강좌' 3번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선대식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10 시민경제강좌' 3번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선대식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을까?

 

한국 경제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품을 법한 궁금증이다. 이명박 정부가 시민사회와 야당이 반대해도 대대적인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편 것도 대기업 투자 증가에 따른 경제 성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기대와 달리, 혜택을 받은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자기들 곳간만 채우는 탓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기업 투자를 늘리면 정말 일자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할까?'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2010 시민경제강좌' 3번째 강의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에 문제가 생긴 것은 투자 부진이 아니라 혁신 부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유 교수는 '거시경제의 원리와 정책'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케인즈학파와 신고전파의 경제학 모델 비교, 경기변동의 원인과 그에 따른 정책 등에 대해 강의했다.

 

투자가 부족해서 감세한다고? "거짓말, 투자보다 혁신이 부족"

 

유 교수는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예전과 같이 큰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로 '수확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이는 경제가 성장해 자본 축적이 많이 진행될수록, 예전과 같은 수준의 노동·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투입해도 생산량 증가 속도는 과거보다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개발도상국보다 낮다는 사실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이전 산업화 시대에 노동·자본 등의 막대한 투입을 통해 높은 경제성장을 일궈냈지만, 이후 이러한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30개 회원국가의 '자본의 한계생산성'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은 28위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수준의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생산성이 다른 OECD 회원국가들에 비해 그리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 투자가 늘면 고용이 늘고 양극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투자는 일자리를 없애는 투자가 대부분"이라며 "또한 참여정부 5년 동안 수출은 연평균 14% 늘어났지만 소비는 3% 수준에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만 큰 이득을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무엇보다 "대기업 투자가 부족하다"면서 온갖 '친대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말은 사실과 다르고 강조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1995년, 2000년, 2003년 30개 회원 국가의 투자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한번도 1위를 뺏기지 않았다.

 

그는 "다른 어떤 OECD회원국가보다 투자율이 높은 상태에서, 경제활성화를 이뤄내려면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며 "투자의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다, 다시 말해 혁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혁신을 하려는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며 "남의 혁신을 뺏으면서 돈 벌고 투기하는 사회에서 누가 혁신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남들이 가지 않는 혁신의 길을 가더라도 쫄딱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10 시민경제강좌' 3번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10 시민경제강좌' 3번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선대식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10 시민경제강좌' 3번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선대식

 

"이명박 대통령, '나 혼자 잘 살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날 유 교수는 케인즈주의와 신고전학파의 이론을 비교·설명하며, 신고전학파의 이론을 따르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가 정부지출 확대보다 경기 부양에 효과적이라며 감세를 밀어붙였다"며 "하지만 감세는 정부지출 확대보다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대세"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감세의 대상이 부자인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소득계층별 소비성향을 살펴보면, 하위 30%는 늘어난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데 반해, 상위 30%는 늘어나는 소득의 60%만 소비한다"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전파의 주장인 작은 정부론, 부자 감세 등에는 정치적인 저의가 담겨 있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나 혼자 잘살겠다는 사람들이 재정팽창을 반대하고 감세를 주장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그런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밝혔다.

2010.10.01 12:37ⓒ 2010 OhmyNews
#유종일 #시민경제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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