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소녀들 리코더만 쥐어주면...'큰일낸다'

충남 태안여중 리코더부 도 음악경연대회서 15년째 연속 우승 기록

등록 2010.10.05 20:02수정 2010.10.0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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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 합주는 이렇게 충남 태안여자중학교 리코더부(지도교사 김소영)가 올해 도 음악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무려 15연패를 달성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 정대희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을 꼽자면 단연 리코더(피리)일 것이다. 소리가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과 같다고 해서 'Recoder'라고 이름 붙여진 이 악기는 탬버린,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일명 짝짝이) 등과 함께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다뤄본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국민악기다.


그러나 리코더가 플루트와 클라리넷 등 서양 관악기와 달리 배우기 쉽고, 가격이 저렴해 제대로 된 악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 것도 사실이다.

충남 태안여자중학교 리코더부(지도교사 김소영)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리코더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음색을 살려 무려 15년 동안이나 음악경연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총 60여명으로 구성된 태안여중 리코더부는 일반 합창과 마찬가지로 음역대에 따라 소프라리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등으로 나뉜 리코더를 연주한다.
각 파트별 리코더의 특징으로 살펴보면 가장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소프라리노(23cm)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소프라노(30cm)보다 크기가 약간 작으며, 알토는 주로 독주용으로 사용된다. 또한, 테너 리코더는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며, 베이스 리코더는 최저음을, 콘트라베이스 리코더는 크기가 몹시 커 일반적으로 잘 볼 수 없는 합주용으로만 사용되는 악기다.

올해 출전한 충남도 중·고등학생 음악경연대회에서 리코더 합주로는 비교적 긴 곡인 오펜바흐의 오페라 '지옥의 오르페우스(천국과지옥)'을 선보인 태안여중 리코더부는 악기 특유의 고유한 소리로 원곡을 완벽히 재해석해 양악합주부분에서 우승 릴레이를 이어갔다.

1995년 창설된 태안여중 리코더부는 충남도 음악경연대회 이외에도 제17회 전국리코더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8~9회 춘천古(고)음악콩쿠르 대회에서도 연속 금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짧은 역사에 비해 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할 수 있는 요인을 꼽자면 학생들의 적극 참여와 대대수 부원들이 1학년 때부터 활동을 하며 호흡을 맞추는 것을 들 수 있다.

독주와 달리 합주는 각 파트별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해야만 완벽하게 조화로운 하나의 소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약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기량을 뽐내려 한다면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

김소영(25) 지도교사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길게는 2년 동안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부원 모두가 한 호흡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때 비로소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올해 출전대회를 모두 소화한 리코더부는 대회출전을 앞두고 매일 점심시간과 방과후 시간, 방학기간 중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연습을 했던 것과 달리 주말에만 모여 합주를 하고 있다.

리코더부원이었던 학생이 지도교사가 됐어요
[인터뷰] 리코더부 김소영 지도교사

지난 6월 우연찮게 리코더부의 지도교사를 맡게 된 김소영(25)교사는 남다른 감회에 휩싸였다. 10여년전 리코더부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음악교사를 꿈꾸며 리코더를 연주했던 단발머리 여학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리코더부와 인연을 맺은 그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도교사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단순히 음악이 좋아 자연스럽게 리코더부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세월이 흘러 다시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며 "처음 지도교사 권유를 받고 혹시나 누를 끼치지 않을까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위업을 이어나가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도교사는 연주자로 활동할 때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그는 "연주자로 활동하던 학창시절에는 마냥 친구들과 함께 음악 한다는 것이 좋아 무작정 선생님의 지휘에 집중해 연주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그러나 지휘자로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합주를 하다보니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리코더만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코더와 얽힌 그녀의 특별한 인연은 지난 8월 열린 음악경연대회에서도 이어졌는데 단발머리 여중생 시절 음악교사로 재직했던 은사를 다시 만나게 된 것.

그는 "떨림과 기대로 출전을 앞두고 있던 경연대회 현장에서 여중생 시절 음악교사로 재직했던 은사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연주자에서 이제는 지휘자로 리코더부와 계속해 인연을 맺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매우 뿌듯해 하셨다"고 사연을 전했다.


#태안군 #리코터부 #태안여중 #충남 태안 #리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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