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각과 구리 분리작업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톡톡 때리며 철조각을 때어냅니다.
철조각을 때어 내고 나면 구리만 남습니다. 검은 것이 철조각이고
하얀 테잎으로 감긴 것이 구리입니다.
변창기
첫 출근해서 제가 맡은 작업은 철조각에 붙어 있는 구리를 분리해 내는 일이었습니다. 모터나 작은 변압 장치에 보면 철조각에 구리가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덩어리를 쇠 절단기로 반을 싹둑 자릅니다. 이미 잘라 놓은 고철 덩어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절단기로 자르는 일은 다른 직원이 했습니다.
그 동네엔 그런 고물 수집상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제가 임시 직장으로 들어간 그 고물상은 그 중 규모가 큰 곳이었습니다. 다른 곳은 직원 한 명만 있는데 그곳은 저를 포함해서 네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또 저는 고물로 쓰이는 게 박스나 책, 신문 정도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 일하면서 고물로 수집되는 물건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신문이나 박스, 책은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수집 물품 중 하나였습니다. 그 외에도 빈병, 헌옷, 전자제품, 플라스틱, 건설 자재, 쇠붙이, 구리, 동,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깡통이 있었습니다. 수집 비용을 알아보니 박스 110원, 신문·책 120원, 동 3000원, 구리 6000원. 대략 그랬습니다. 1㎏ 당 그렇게 책정된 금액이고 그 가격은 매일 금리에 따라 변동이 되는 듯했습니다. 또, 고물상마다 가격이 다 달랐습니다. 위 가격은 평균치라 보면 될 듯합니다. 위 가격 이상도 이하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물상 주인 마음이니까요.
저는 일자형으로 된 작은 망치를 들고 쇠붙이를 톡톡 두드렸습니다. 단단하게 붙어있는 쇠조각을 분리해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것은 쉽게 분리되었으나 어떤 것은 본드를 붙인 것처럼 단단하게 붙어 있어서 용을 쓰고 쇠붙이를 내리쳐야 했습니다. 쇳조각은 쇳조각 대로, 구리는 구리대로 분리해서 큰 양동이에 모았습니다.
작업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몹시 힘들어졌습니다. 목욕탕에서 쓰는 낮은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망치질한다는 게 쉬워 보이면서도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점심 먹으라는 말에 시간을 보니 12시가 훨 넘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 외에는 별도로 쉬는 시간도 없었습니다. 점심 시간도 밥 먹는 시간 후 차 한잔 마시고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 다 일하는데 혼자 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같이 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