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폭력이 망가뜨린 열네 살 소녀의 꿈

[서평]사이버폭력의 실태를 다룬 <난 네가 싫어>

등록 2010.10.10 13:57수정 2010.10.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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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이 휴대전화를 쥔 내 손을 붙잡았다. "읽지 마. 아발론." 그가 말렸다. "지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읽지도 않은 채 지울 수는 없었다.

더러운 매춘부야, 조심해


화면에서 메시지가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귀까지 아파왔다. 그 말이 귓속에 끝없이 맴돌았다. 바람에 실려 나뭇잎 사이를 지나가며 쉴 새 없이 바스락거렸다. 더러운 매춘부, 더러운 매춘부, 더러운 매춘부, 더러운 매춘부. 마침내 삭제를 눌렀다. 친구들이 날 지켜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었는데 눈물이 나려고 했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다.
- <난 네가 싫어> 중에서

<난 네가 싫어>(다른 출판사 펴냄)는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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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싫어> 겉그림 ⓒ 다른 출판사

주인공 아발론은 부모의 승진으로 시골 학교에서 도시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 전학 첫날 선생님의 지시로 교실 안내를 해주기로 한 앨리스의 의도적인 행동으로 수업 시간에 지각하게 된다. 그것도 앨리스의 흡연 때문에.

촌년 아발론, 더러운 창녀, 잡년, 매춘부, 걸레 같은 년, 두더지 같은 년…. 아발론에게 붙여진 별명들이다.

전학 첫날부터 아발론을 괴롭히기 시작한 앨리스 패거리들은 사사건건, 의도적인 행동으로 아발론을 괴롭힌다. 단지 전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발론은 점점 더 많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의 표적이 되어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그리고 학교 공개 사이트 게시판에 전학생 아발론이 '남자 몇을 후렸다더라.' '거기가 큰 남자 친구와 뭣 했다더라' '남자만 보면 달려든다' 등과 같은 근거 없는 소문의 글들이 셀 수 없이 올라온다.

터무니없는 소문이건만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아발론을 소문 속 그런 아이로 믿게 된다. 나아가 아발론이 친아버지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던가, 터울 많은 동생이 실은 아발론이 낳은 사생아라던가 등과 같은 치명적인 소문들로 부풀려지고 만다.

아발론은 낮에는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밤이면 사이버 폭력과 악성 문자 메시지에 시달린다. 그리하여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에 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숙제는 손도 대지 않았고, 무언가를 먹을 수도 없었고, 가족들 주변에 있기도 싫었다. 아빠 차를 타고 집으로 올 때면 아빠를 보고 방긋 웃으면서 말을 잘 듣는 척했다. "그래,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흐으으음. 글쎄, 무슨 일이 있었냐고? 가는 곳마다 매춘부, 더러운 년, 두더지 같은 년이라는 욕을 셀 수 없을 만큼 들었어. 아이들이 손가락질 하면서 날 비웃기도 했고, 못된 년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내가 낙태를 세 번 했고, 아기도 낳았다는 소문을 냈어. 휴대전화에는 나보고 잡년이라는 문자가 하루에 열다섯 개씩이나 와. 왕따 몇을 빼놓고는 다들 날 미워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특별한 건 없었어!" 머릿속에는 집에 가서 인터넷에 접속할 생각만 가득한 채 창밖을 보며 말했다.
- 책속에서

청소년 대부분은 사이버폭력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이 소설에는 '사이버폭력이 망가뜨린 열네 살 소녀의 꿈'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안전한가. 사이버 폭력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생각은? 어떤 아이들이 사이버 폭력을 즐길까?

청소년폭력예방재단(http://www.jikim.net)에 따르면 우리의 초·중·고 학생 40%는 사이버 폭력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단다.

KT문화재단도 이에 대해 조사했는데(2006년) ▲ 한번이라도 사이버 폭력을 당해본 청소년은 87.9% ▲ 사이버 폭력을 한 번이라도 가해 본 청소년은 71.1% ▲ 사이버 폭력을 행하여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41.6% ▲ 처벌될 것이다 28.1% 라고 답했다고.

이는 우리의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이버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사이버폭력은 일부 불량학생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런 조사결과도, 소설 속 평범한 아이들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고 사이버폭력 가해자로 가담하는 것에 좀 혼란스러워졌다.

  저자 케이트 맥카프리
호주를 대표하는 청소년 소설 작가인 케이트 맥카프리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호주의 퍼스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점에 진열된 자신의 책을 보는 게 꿈이었던 작가는, 학교에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언젠가는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 읽고 싶은 작품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이버 폭력, 약물중독, 다이어트 열풍 등 점점 심각성을 더해 가는 청소년 문제를 사춘기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작가의 작품은 호주 전역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표작으로는『In Ecstacy』,『Beautiful Monster』등이 있다.

작가의 이 소설 <난 네가 싫어>는 호주아동도서협회 주목할만한책으로 선정, 호주청소년도서상, 호주프리미어북 청소년상을 수상했다. - 책에서
현직 교사로 그동안 청소년들의 사이버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 청소년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저자 '케이트 맥카프리'는 전학생 아발론에게 가해지는 사이버폭력의 위험성을 청소년들의 또 다른 문제인 집단 따돌림과 이성 문제와 맞물려 들려준다.

소설을 읽는 동안 최근 몇 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사이버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학교내 폭력 등으로 자살했거나 사망한 일련의 사건들이 떠올랐다. 뉴스를 통해 이런 사건들을 접하며 청소년들이 왜 부모나 학교에 알리지 않고 죽음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선택하는지 의아하고 안타까운 한편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소설 덕분에 아이들이 힘든 상황에도 부모나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그 이유가 어느 정도는 이해되었다. 소설은, 특히 아발론의 독백들은 청소년들이 학교나 부모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왜 쉽게 내보이지 못하는지,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사춘기 소녀의 어른들에 대한 반항 등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쓴 작가가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현직교사이기 때문일까? 작가는 청소년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을 읽는 중에 지난 몇 년간 사춘기 내 아이들과 시시각각 곤두세웠던 신경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소설 속 배경과 상황이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좀처럼 이해되지 않던 아이들의 행동이 조금이나마 이해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런지라 나처럼 청소년을 둔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싶다. 또한 우리의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내가 장난삼아 단 악성 댓글이, 기분풀이로 보낸 문자 메시지가 내 친구를 죽이는 무서운 흉기(범죄)가 될 수 있음을 피부로 실감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다.

덧붙이는 글 | <난 네가 싫어>|케이트 맥카프리(지은이)|박미낭(옮긴이)|다른출판사|2010-06-08|값:11000원


덧붙이는 글 <난 네가 싫어>|케이트 맥카프리(지은이)|박미낭(옮긴이)|다른출판사|2010-06-08|값:11000원

난 네가 싫어 - 사이버 폭력이 망가뜨린 열네 살 소녀의 꿈

케이트 맥카프리 지음, 박미낭 옮김,
다른, 2010


#사이버폭력 #집단 따돌림(왕따) #청소년(1318) #자살 #학교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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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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