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전 오리엔테이션에서도 그녀들은 진지했다.
최형원
"동대문의 원단 상가를 시작으로 평화시장에 포장지 사러 청계천의 나염공장으로 성산동에 재단과 박음질을 맡기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었다니까요."
그 모든 일을 단 하루 만에 임무 완수했다니 과연 아줌마들의 저력이 놀랍기만 하다. 결과물이 예상했던 것에 조금 못 미치긴 했지만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오후 4시 오프닝 공연을 앞두고는 판매 부스 꾸미기에 한창이었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궁리는 많은데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주눅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공들여 허투루 만든 책이 아니기에, 만들기 위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손수건이기에 자신은 있다.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뭐 좋은 생각 없어?"때마침 볼 일을 보고 온 핑크가 합류했다. 물건을 진열한 디스플레이를 보고는 금세 아이디어를 내고 다시 디스플레이를 했다. 다행히 처음보다는 보기가 좋았다. 사진과 책으로 부스를 꾸미고 판매 문구도 그럴 듯하게 써놓고 보니 그제야 한시름이 놓여 오프닝 공연이 귀에 들어온다. 뭔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음에 "저건 뭐니?"라며 한바탕 웃고 나니 자신감이 부풀어 올랐다.
글로벌 아줌마, 우리는 능력자들금요일 저녁 파도처럼 넘치는 홍대의 인파가 부스 앞을 오갔다. 혼자서 거리에 섰다면 아마도 부끄러움에 입 한 번 열기 어려웠을 테지만 함께 라는 이름 앞에 낯선 사람들을 향해 저절로 말문이 열린다.
"저희가 직접 만든 책이에요." "동네 잡지랍니다." "A4 용지에 직접 손으로 그려서 인쇄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