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민들레 - 진미령
나 어릴 때 철부지로 자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떠나는 것을
엄마품이 아무리 따뜻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요 할 수 없어요
안녕 안녕 안녕 손을 흔들며
두둥실 두둥실 떠나요
민들레 민들레처럼
돌아오지 않아요 민들레 처럼
지난 9일 토요일에는 큰딸 효경이와 집사람, 그리고 나 셋이서 준우(예비사위) 차를 타고 청주에 다녀 왔습니다. 준우어머니께서 결혼식 때 양쪽 어머니가 입을 한복을 기왕이면 같은 집에서 맞추는 게 보기가 좋다고 하여, 준우네 집이 있는 청주를 찾은 것이지요.
준우어머니는 집사람에게 먼걸음하여 고맙다고 하면서 진주목걸이를 선물하였고 우리 애한테도 팔찌를 선물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대청호 옆 유명한 송어횟집에서 저녁을 먹게됐습니다. 그리고 암사동 집으로 돌아왔더니, 오후 10시가 넘었습니다.
일요일에는 청담동 스튜디오에 가서 미리 찍은 사진 중 결혼앨범으로 만들 사진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청담동에서 점심을 먹고 동대문종합시장으로 갔습니다. 동대문종합시장 주방용품 전문도매점에서 효경이가 쓸 주방용품과 북촌 한옥마을에 침구류를 납품했다는 집에 가서 침구류를 샀죠.
그런 다음 종로4가 종묘 옆에 있는 보석전문상가에 가서 예물반지와 목걸이 등을 구입했습니다. 항상 나이만 먹었지 철부지로만 알았던 녀석이었는데, 필요한 물건을 이것 저것 척척 고르는 걸 보니 '아, 저 녀석이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 잠시 목이 메입니다.
그러고 나서 잠실에 있는 백화점에서 결혼식 때 입을 내 양복과 구두, 아들녀석 양복 등을 구입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8시가 훨씬 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천호동 뼈다귀탕집에서 저녁을 먹었죠. 저녁값을 효경이가 내는데 그동안 우리에게 진 빚을 갚는 건가 싶어 목이 메입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매일 오전 6시가 되면 일어나는 녀석이 얼른 일어나지를 못합니다. 어제 그제 계속 신경쓰면서 이곳 저곳 돌아다녀 너무 피곤했나 봅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피곤해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이내 목이 메입니다.
밤 늦게 아들녀석이 라면을 끓여 먹고 난 그릇을 아침에 설거지하다가 효경이 잠든 모습 보는 게 이제 딱 한 달 하고 이틀 남았구나 생각하니, 기어이 눈물이 납니다. 우리몸은 참 이상합니다. 슬플 때는 눈물만 나면 될 텐데 왜 콧물이 같이 나는 겁니까? 설거지하다가 혹 누가 볼까봐 눈물을 훔치면서 코를 훌쩍거립니다.
그저께는 한 달 하고 하루 남아서 목이 메었습니다. 어제는 딱 한 달 남아 목이 메었습니다. 오늘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목이 메었습니다.
2010.10.14 17:4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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