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이제 어떻게 학생들 지도하나요?

[주장] 학생인권에 대한 오해 풀기

등록 2010.10.15 14:08수정 2010.10.15 14:08
0
원고료로 응원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발표 이후 학교에서는 '인권조례가 제정되었는데 왜 바뀌는 게 없냐?'는 목소리와 '이제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하느냐?'는 우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교실에서 학생들이 인권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교사들이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교사들 사이에 많이 퍼져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권침해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인권조례가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이 인권을 주장하게 되면, 교사들의 인권은 정말 침해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것은 그보다 열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득이 되면 되었지 실이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에게만 편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갖가지 규정들을 강요해야 하는 교사는 이를 지시하는 입시경쟁사회의 대리인 역할을 해오면서 함께 고통받아왔다. 가장 큰 문제는 통제와 강요 속에서 학생·교사 사이의 관계 악화가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통제와 강요라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반대로 이해와 소통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쏟는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런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면 어떨까?

 

'학생 인권' 존중할 때, 따뜻한 공동체로의 변화 시작될 것

 

많은 선생님들이 우려하듯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에는 민감하면서 타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무심하다는 생각이 일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타인에 대한 인권과 배려는 더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의 입시경쟁구조는 교육의 본질을 기형적으로 만들고 있다. 친구가 나보다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르고, 어쨌든 나만 좋게 되거나, 나만 아니면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은 바로 우리 사회다. 소수의 우수아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나 세우겠다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다. 이 사회의 논리가 뿌리깊이 내면화되어 박혀있는 아이들에게 인권이라고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교사들에게 소위 '덤비는 행위'를 하는 학생들, 학생들 사이의 폭력 사건이나 왕따·성폭력 문제 등의 가해자들은 정의가 아닌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 사회와 어른들 모습의 반영이다. 얼마 전 한 여교사에게 사귀자며 희롱하는 동영상에서 대상이 된 것은 '비정규직'이며, '여성' 교원이었다. 힘없는 자에게 강하고 힘있는 자에게 약한 조폭 논리를 우리 사회가 내면화 시킨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권력에 빌붙어 자기 살 길을 찾아야 하거나, 아니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자가 되거나, 잘못된 제도·정책임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는 어른들을 따라 부모의 돈으로, 주먹으로, 지식으로 청소년들은 권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그보다 더 큰 권력-체벌이나 점수, 배제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이들을 올바르게 이끌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생각할 것이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인권은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최소한의 권리다. 최소한의 권리라는 것은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권리다. 물론 그것은 자신만의 권리가 아닌 모두의 권리여야 한다. 자신을 포함한 모두의 권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다. 폭력과 통제로 인한 일사분란함이 아니라,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로의 변화다. '학생도 사람이구나, 사람에게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거나, 동물이나 물건 취급을 해서는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대학을 잘 보내기 위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이길 때, 비로소 따뜻한 공동체로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2010.10.15 14:08ⓒ 2010 OhmyNews
#경기도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