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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늦은 밤 10시에 어느 꾸부정한 할머니가 좁은 골목길에서 담배꽁초며 휴지를 골목주차된 차 뒷편까지 꼼꼼히 줍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자동차 하나가 빠듯이 지나갈 정도인 그 좁은 주택가 골목에서 폐지나 재활용품이 아닌 쓰레기를 하나 하나 꼼꼼히 천천히 줍고 계셨습니다. 늦은 약속 때문에 낯선 길에서 처음 온 길인데가 1시간째 길을 헤매던 기자지만 의아할 수밖에 없어 말을 걸었습니다.
기자 :"할머님, 지금 운동하시는 거에요?"
할머니: "아니야~신경쓰지 말구 가~"
찬 바람에 감기가 걸린 기자는 '참 이런 날씨에도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 겸 청소를 하시나보다'하고 몇 걸음을 더 지나쳤습니다. 뒤에는 자동차가 불빛을 내며 한 대 다가오고 그 불빛에 뒤를 돌아보며 인도에 올라서니 그 할머니는 주차된 차 사이로 끼어 숨다시피 계시다가 다시 또 나와서는 쓰레기를 천천히 한 발자욱 한 발자욱 옮기시며 치우시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운동하실 일은 아닌데, 좁은 도로에서 날씨도 추운데...'하며 어차피 길을 잃어 지친 김에 가게 앞에 서서 이젠 그 할머니를 보고 있게 되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자동차가 지나간 후 30대쯤 보이는 행인으로부터 담배 한 대를 얻고 피우셨습니다. 담배 인심 참 좋은 나라지요. 그 남자분은 담배를 하나 꺼내드리고 불을 붙여 드리고 유유히 걸어갔습니다.
이 할머니, 계속 길 바닥의 쓰레기를 하나 하나 어쩜 그리 꼼꼼하게 줍는 지 모르겠습니다.
어르신들이나 주부들이 시장에 가실 때 끌고 다니시는 작은 손수레에 쓰레기 담을 단단한 봉지를 하나 매달고는 쓰레기를 담배곽, 아이스크림 비닐, 담배꽁초, 휴지조각, 우유팩 등 하나 하나 그렇게 느린, 그렇게도 느린 걸음으로 꾸부정하게 걸으시며 하나씩 담습니다.
이젠 도저히 궁금해서 여쭈어봤습니다.
기자: "할머님~ 지금 운동하시는 거에요? 아니면 동네 청소하시는 거에요? 추우신데요.
환경미화원분들이 치우시는거 아닌가요?"
할머니: " 어~ 이거? 공짜는 아니야. 돈 받는게 있어."
기자: "네? 이시간에 하는 게 어딨어요? 낮에 동사무소에서 하는 건 알지만. 그것도 얼마
안된다는데 이렇게 밤까지 하세요?"
할머니: " 내가 사정이 있어서 못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 꼭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
기자: " 아니 그래도 이렇게 밤에 해도 아무도 모르잖아요?"
할머니: " 어떻게 해? 난 내가 해야 맘이 편한 걸."
기자: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할머니: " 당신 기자야? 안돼. 찍지마"
기자: "......" (명함도 없는 터라)
기자: " 할머니 한 장만 찍으면 안될까요? 얼굴 좀 이쪽으로 해주세요."
할머니: " 찍지 마- "
기자는 할머니가 싫다는데 무례하게 카메라가 없어 핸드폰으로 옆 모습과 뒷모습을 두세장 찍었습니다. 성씨만이라도 알려달라는 기자에게 할머니는 끝까지 말씀을 안하시고 얼굴도 못 찍게 하시고는 그렇게 골목을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걸으시며 가을의 찬바람 부는 좁은 골목을 늦은 밤 10시에 그렇게 당신의 할 일을 한 걸음 한 걸음 채우시고 계셨습니다.
서울 대림동의 늦은 밤 길 잃은 골목에서 만난 이름 모를 어느 할머니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책임감으로 추운 밤거리에서 꼬박 꼬박 채우고 계셨습니다.
갑자기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기업인들이 생각나는 까닭은 왜 일까요?
'공정한 사회'란 준법이라는 빌미로 개인과 가족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떤 사람들의 집단들보다, 그 할머니 같은 분을 모델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며 떨리는 심정으로
그러나 후세에게 바른 세상을 물려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눈으로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한 구석을 조명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해 봅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하여 그 할머니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오직 이 세상의 귀감으로 남길 바라며...
첫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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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manofher@nate.com
2010.10.16 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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