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실 거면, 차라리 입양하지 마세요

[주장] 유기동물 입양, 신중 또 신중해야만 합니다

등록 2010.10.20 17:35수정 2010.10.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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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던 할머니께서 입원하신 뒤 오갈 데가 없어진 시추 대국이. 노령견인 대국이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함께 살던 할머니께서 입원하신 뒤 오갈 데가 없어진 시추 대국이. 노령견인 대국이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과 '동물학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최근 들어 도움의 손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쌍한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는 분들의 문의 또한 증가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동물 키우기'를 결정하기에 앞서 키우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신중하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유기동물 입양을 신청하신 분들 중에는 힘이 없고 약한 동물의 보호자가 되어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닌,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거나 커가는 자녀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함을 목적으로 삼는 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최근 들어 관내에서 관리중인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들이 키우던 동물을 맡아줄 수 없느냐는 사회복지사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면, ▲ 본인이 먹고 살기도 힘든 생활이라 키우는 동물을 전혀 돌보지 않거나 ▲병원에 입원하여 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 외로움 때문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동물의 수를 늘여 이웃들의 항의로 강제퇴거 명령이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나는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이고 너무 외로우니 개를 한 마리 보내 달라'는 입양문의도 적지 않습니다.

 

치료받지 못해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던 몰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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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가 없어 다리가 절단 된 몰티즈 연두 ⓒ 동물자유연대

치료비가 없어 다리가 절단 된 몰티즈 연두 ⓒ 동물자유연대

지난 6월, 동물자유연대의 협력병원에서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 왔습니다. 다리가 썩어가는 몰티즈 한 마리를 누가 데려 왔는데, 동물학대가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몰티즈를 데려 온 사람은 다름 아닌 개 주인이었습니다.

 

지체장애의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개의 주인은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개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몸이 성치 못하니 개를 돌보는 것이 힘에 부쳐 이웃집으로 개를 입양 보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는 이웃집 딸의 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다리가 골절 되었고, 한달 40만 원 안팍의 수급비를 받는 개의 주인과 입양자는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개를 방치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결국 그 개는 다리가 썩어 절단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이한 것입니다.

 

한 해 평균 10만여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안락사의 비중을 줄이는 방법은 유기동물의 입양을 활성화 하는 것입니다. 유기동물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들어 입양에 대한 문의도 많으며 입양률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단체의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의 동물보호시설에 있다가 입양되는 경우, 입양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시 재유기 되거나 학대에 노출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되곤 하니까요.

 

동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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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의 입양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보호 중인 동물병원을 통해 3번의 입양과 파양을 반복 한 몰티즈 코코 ⓒ 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의 입양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보호 중인 동물병원을 통해 3번의 입양과 파양을 반복 한 몰티즈 코코 ⓒ 동물자유연대

 

몰티즈 코코입니다. 코코는 한 동물병원에 유기견으로 들어온 개입니다. 아직 어리고 예쁜 외모가 눈길을 끕니다. 그래서인지 보호하고 있는 동물병원을 통해 3번이나 입양을 갔습니다. 개를 한번도 키워보지 않은 두 번의 입양가정에서 코코는 일주일도 안 되어 파양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입양가정에서는 다시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된다는 말에 충동적인 동정심으로 입양을 하였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알레르기가 생겼다는 이유로 파양당했습니다. 코코를 파양한 세 가정에는 모두 다 어린 자녀가 있었습니다. 개를 입양한 가장 큰 이유가 자녀들을 위한 것이었죠.

 

시험 삼아 먼저 키워 보아도 되는 동물. 언제라도 돌려보낼 수 있는 동물. 비싼 분양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동물. 이런 동물이 유기동물인가요? 유기동물의 입양에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한번 이상 버려진 유기동물에게 또 다시 위태롭고 불안한 미래를 짊어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설픈 관심과 동정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동물을 사거나 입양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 들이기 위해서가 아닌, 내 마음의 위안이 우선이고 내 자녀의 흥미충족 등 어떤 수단으로서의 목적이 우선이라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또 다른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동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정해진 사용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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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우울증을 호전시키기 위해 입양됐다 파양 된 시추 예삐 ⓒ 동물자유연대

딸의 우울증을 호전시키기 위해 입양됐다 파양 된 시추 예삐 ⓒ 동물자유연대

덧붙이는 글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소식지 '함께 나누는 삶'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동물입양 #애견분양 #유기동물 #유기견 #동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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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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