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수 2집(1985)
임병수
학창시절 카세트의 정지버튼과 재생버튼을 번갈아 부지런히 눌러가며 열심히 받아 적었던 이 노래는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이라는 노래였다.
경쾌한 리듬에 마치 염소가 '음매~'하는 듯 묘한 떨림의 독특한 음색(일명 '염소 바이브레이션')을 자랑하는 이 노래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였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국의 가사를 그대로 받아 적어 뜻도 모른 채 외우게 되었고, 그 가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이다. 스페인어 후렴구로 이뤄진 그 복잡한 가사들을 당시 10대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정도였으니 얼마나 주야장천 불러댔는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길을 걸으면 밝은 햇살이 흘러내려와 나를 부르네Chiquilla mia Somos como el temporal(찌키야 미아 소모스 꼬모 엘 땜뽀랄)que arrastra todo y no le import!!a donde va(께 아랄스타 또도 이 노 레 임뽀르타 돈데 바)Nuestro carino es un barco en alta mar(누에스타 카리노 에쓰 운 바르꼬 엔 알타 마르)Navega libre Sin temor a naufragar Carino mio, somos dos(나베가 리브레 씬 때모르 나우프라가르 까리노 미오 소모스 도쓰 )Y tu y yo el pajaro y la flor Y tu y yo lanzamos el amor(이 뚜 이 요 엘 파하로 이 라 플로 이 뚜 이 요 란싸모쓰 엘 아모르Y tu y yo directo al corazon al corazon eres carino mio(이 뚜 이 요 디렉토 알 코라쏜 알 코라쏜 에레쓰 까리노 미오)사랑스러운 나만의 그대여 언제까지 곁에 두고파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입 맞추고픈 영원한 나의 사랑아(중략) / 임병수 - 아이스크림 사랑(1985) 중에서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니 영어발음으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곤 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신성한 단어로 쓰일법한 가사가 우리에게는 괴상하고 민망한 발음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Ship(십), Amy(에이미), You do(유두), Jersey(저어지), Body(보디), Judge(저지)를 우리말로 발음하면 좀 민망한 단어가 되는 것처럼…….
팝송 패러디 개그 하면 떠오르는 개그맨 하면 박성호를 꼽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보다 앞서 박세민은 '냉장고를 녹이는 뜨거운 남자'라는 닉네임으로 'Physical'의 가사 'Let me hear you body talk'을 '냄비 위에 밥이 타'처럼, 들리는 대로 번역(?)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개그를 선보여 가공할 인기를 누렸다
"냄비 위에 밥이 타..."로 대표되는 손발 오그라드는 팝송 패러디부분들로 잘 짜맞춰 내서 들려주던 팝송개그, 중년층이라면 이 패러디 개그를 불러보지 않았거나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냄비 위에 밥이 타'로 대표되는 이 패러디는 '기분 나뻐유'( 'If not for you') 로 이어지며, 손발 오그라드는 '촌스러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고 지금까지도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엄마바지 아빠바지'를 아는가? 기분 좋아 하지 마시라. 이 노래를 안다면 당신은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노땅'에 접어든 것이다.
Your body, my body (← 이 부분부터 'OO바지 OO바지'로 들린다)Everybody move your body Your body, my body Everybody work your body 이 노래는 'The Michael Zager Band'의 70년대 말 디스코 히트곡인 'Let's All Chant'라는 곡을 개사한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초 이덕화의 '부탁해요~!'를 유행시켰던 MBC의 '쇼2000'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때 전 국민의 유행가였던 '냄비 위에 밥이 타~', 이 노래는 올리비아 뉴튼 존의 최고 히트곡인 'Physical'의 가사 일부분인 'Let me hear you body talk'이 '냄비 위에 밥이 타~'처럼 들린 다하여 한반도 전역을 강타한 패러디의 원조이다.
'냄비 위에 밥이 타~' 부분은 어떻게 들으면 '웬일이니 파리똥~'처럼 들리기도 해, '냄비 위에 파리똥'이라는 변종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한때 이 노래는 '육체를 즐겨요. 당신 육체가 말하는 걸 듣게 해주세요…'로 이어지는 가사의 선정성 때문에 물의가 된 적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최고의 곡이었다.
I wanna get physical let's get into physicalLet me hear your body talk,(← 이 부분)Your body talk let me hear you body talkLet's get physical Let's get into physicalLet me hear you body talk나는 왜 "MB 위에 파리똥~"으로 들리지?사연도 많은 이 괴상망측한 가사를 가진 노래를 다시 들어본다. 헉! 그런데 내 귀에는 왜 'MB 위에 파리똥~'으로 들리는 걸까? 다시 돌려서 몇 번을 들어봐도 변함없이 'MB 위에 파리똥~'이다. 도대체 이 노래의 정체는 무엇일까? (기사내용은 특정인과 관련없음)
이밖에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패러디 팝송 가사를 몇 가지 소개한다.
*'엠비여 귀파요~ 꼭꼭!!' (Wake me up before you go go)-'Wham'의 'Wake me up before you go go' 중에서
*'정말 뻥까네~ 짜샤' (Una poca de gracia)-'Los Lobos' (라밤바 OST)의 'La Bamba' 중에서
*'워~ 동감이지' (Words, don't come easy)-'F.R. David'의 'Words' 중에서
*'원칙틀 만들면 벗겠다' (Won't you take me to Funkytown) -'Lipps Inc.'의 'Funky Town' 중에서
*'안 예뻐요 적기사! 요~' (I'm your fire At your desire)-'Bananarama'의 'Venus' 중에서
*'오빠니? 오빠다! 아퍼좀 앙!' (Ob-la-di, Ob-la-da. Life goes on. La.)-'Beatles'의 'Obladi Oblada' 중에서
*'오나가나 간 날이 강이 깊어 왜~잉!' (You're the kind of guy that I gotta keep away) *'비밀인데 사람 왜 불러 어!'(Livin'in the shadow of your love) -'the Dooleyes'의 'Wanted' 중에서
어떤 이는 영어 뜻도 모르면서 나불대지 말고 가요나 들으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팝송 영어발음 먼저 공부하라고 운운하지 말라. 적어도, 그땐 그랬다. 원곡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모를지라도 그 대신 토속적이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우리만의 웃을거리를 그 어느 재미에 견주랴. 뜻도 모르는 영어발음으로 유행가를 불러대는 아들에게 나무랄 수 없는 이유다.
아무튼 부를 때마다 추억이 새록새록 하고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저나 ' '기분 나뻐유'( 'If not for you')을 열창하셨던 아리따운 올리비아 누님은 요즘은 뭐 하고 지내시나? 기분은 좀 풀리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