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운영비 최대 50% 삭감... 인천지역아동센터 '대란'

정부, 평가 거부 센터 운영비 30%~50% 삭감... "나홀로 아동 사회적 책임 먼저"

등록 2010.10.21 17:40수정 2010.10.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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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천 부평구 부평6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참나무학교. 2001년 11월 문을 연 참나무학교는 올해 보건복지부 평가를 거부했다. 복건복지부가 평가를 거부한 곳에 운영비 지원액을 삭감할 방침이라, 내년 시설 운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인천 부평구 부평6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참나무학교. 2001년 11월 문을 연 참나무학교는 올해 보건복지부 평가를 거부했다. 복건복지부가 평가를 거부한 곳에 운영비 지원액을 삭감할 방침이라, 내년 시설 운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 한만송


참나무학교 윤수현 시설장의 걱정

올해로 10년을 맞은 지역아동센터 참나무학교(인천 부평구 부평6동 소재)의 윤수현 시설장은 내년 센터 운영을 놓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1년 11월 문을 연 참나무학교는 화재로 살림을 다 잃기도 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도움 등으로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곳을 떠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현재 중학생 5명을 포함해 23명의 아이들이 참나무학교를 이용하고 있다.

참나무학교는 문을 연 뒤 한동안 후원금과 자원봉사로만 운영됐다. 시설장과 교사(사회복지사)의 헌신적 노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공부방은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러다 공부방의 명칭이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됐고, 현재 참나무학교는 국비와 시비로 지원되는 월300만 원의 운영비와 아동 수에 따른 급식비, 복지시설 도우미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비 지원액 월300만 원에서 25%는 프로그램 진행비로 사용하게 규정돼있어, 그것을 제한 나머지로 2명의 인건비, 공간 운영비(난방비·공과금 등)를 충당해야 한다.

a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절반이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다. 정부의 운영비 지원액(=월 200만~350만원, 아동 수에 따라 차등 지원) 중 25%는 프로그램 진행비로 지출해야 하고, 나머지로 공간 운영비, 인건비를 충당해야한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절반이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다. 정부의 운영비 지원액(=월 200만~350만원, 아동 수에 따라 차등 지원) 중 25%는 프로그램 진행비로 지출해야 하고, 나머지로 공간 운영비, 인건비를 충당해야한다. ⓒ 한만송

그런데 정부가 지난해부터 아동센터들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평가 점수에 따라 운영비 지원액(아동 수에 따라 200만 원에서 350만 원 지원)을 차등 지원했다.

정부는 올해 평가를 거부한 아동센터에 내년도 운영비 지원액의 30~50%를 삭감 지원할 방침이라, 인천지역 다른 아동센터와 함께 평가를 거부한 참나무학교는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생겼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왔는데, 운영비 지원액의 30~50%가 삭감되면 결국 둘 중에 한 명의 인건비는 없어지는 셈이다.

아이들을 위해 교사 인건비를 줄일 수 없는 만큼, 결국 윤수현 시설장은 자신의 인건비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그나마 윤씨는 비혼이라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지만, 인천지역 대다수 아동센터 시설장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공과금과 4대 보험료 등이 연체되고 교사 급여가 제때에 지급되지 못할 경우 교사의 근로 의욕은 저하될 것이 뻔하고, 이는 고스란히 아동센터를 찾는 아동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아동센터가 문을 닫게 되면 주변 시설로 아동을 인계하는 노력을 하지만, 이를 받아줄 인프라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평가 자체가 아니라 평가 방식이 문제"

아동센터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아동복지시설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동센터들을 평가했다. 복지부가 밝힌 평가 목적은 아동센터의 공공성과 책무성 인식, 제도 개선의 기초자료 확보 등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5%에 속하는 시설은 운영비 지원액 전액을 삭감하고, 하위 15%에 해당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운영비 지원액의 50%를 삭감했다.

아동센터들은 복지 예산을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 또한 공정하지 못하고 아동센터를 줄 세우려하다며 평가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복지부는 올해도 평가를 강행했고,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아동센터가 평가를 수용했다. 다만 인천지역 아동센터의 80%인 150여 곳이 평가를 거부하면서 복지부와 대립해 왔다.

'아동센터 올바른 평가 정착을 위한 인천비상대책위원회' 홍계옥 사무국장은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지표가 만들어졌다"고 한 뒤 "무엇보다 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동을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으로 한정지으면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나홀로 방임아동'의 소외를 더욱 초래했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한 "운영비 지원액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번의 평가로 이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10년 넘게 운영해왔던 아동센터가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평가 결과 미흡기관으로 되기도 했다. 운영비 지원액이 삭감되면서 후원금이나 시설장의 사비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부평의 A아동센터는 기초생활 수급가정의 아동이 적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하위 점수를 받아 운영비 지원액을 삭감 당했다.

아동센터의 전신인 공부방은 1995년에 전국적으로 100여곳도 되지 않았다가 IMF를 거치면서 2000년에는 500여곳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는 3500개소를 훌쩍 넘었다. IMF 이후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방임아동이 기하급수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18만명 정도가 아동센터, 방과후 보육시설, 종일 돌봄교실 등에서 보호되고 있지만, 보호되지 못하는 아동이 여전히 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평가 거부 '페널티' 불가피... 피해 최소화 노력"

a  보건복지부의 평가를 거부해온 ‘지역아동센터 올바른 평가 정착을 위한 인천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나 홀로 방임아동을 위한 아동복지정책 수립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나 홀로 방임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평가를 거부해온 ‘지역아동센터 올바른 평가 정착을 위한 인천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나 홀로 방임아동을 위한 아동복지정책 수립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나 홀로 방임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한만송


정부의 평가 방식을 거부한 인천지역 아동센터의 종사자들과 이곳을 이용하는 수천여 명의 아이들이 운영비 지원액 삭감으로 일차적 피해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0여 곳이 평가를 거부했고, 한 아동센터 당 아동수가 25명이라 해도 3750명 정도가 피해를 입는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가졌지만, 평가를 거부한 시설에 대한 '페널티'는 불가피하다. 운영비 지원액 30~50%를 삭감하는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아동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비 지원액 전체를 삭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평가 방식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지난해 평가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있어 올해는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수정했고, 3년에 한 번씩 하기로 약속했다. 연구용역을 통해 평가 방식을 합리화할 계획"이라며 "평가 거부는 부실 시설을 방치할 수 있고, 평가는 아동센터의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한 수단이다. 하향평준화는 결국 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공무원도 "평가 거부로 인한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평가를 수용하고 향후 투쟁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는데 아쉽다"면서 "청와대에서도 관심이 있어 왔다갔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법을 찾지만,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어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아동센터 올바른 평가 정착을 위한 인천비상대책위원회' 김성욱 상임대표는 "평가와 운영비 지원액 지급을 연동한 정부 정책에 대다수 지역의 아동센터들이 손을 들었다. 우리는 평가의 부당함과 차별적 대우, 구조적 모순 해결을 외치며 아동센터의 올바른 위상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 뒤 "평가 문제를 넘어 나 홀로 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 정책 방향과 지자체의 역할 등을 정부나 나서서 먼저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보건복지부 #참나무학교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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