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쯤은 놀아도 괜찮아, 아일랜드처럼

[주장] 대학생들에게 휴학을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꿈을 권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등록 2010.10.28 13:56수정 2010.11.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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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두고, 휴학을 하려는 친구가 있어 갑자기 휴학을 결정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졸업하기 전에 왜 굳이 휴학을 하려고 하는거야? 뭐 별다른 계획이라도 있어?"

"뭐 요즘 다 휴학 하잖아, 그동안 영어공부랑 공모전 준비랑 이것 저것 해봐야지, 요즘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드냐? 괜히 무턱대고 빨리 졸업해봤자 취업도 안되고. 학교에서 과 생활하고 시험보면 시간 금방 가잖아. 다들 스펙 쌓느라 정신없는데 휴학이라도 하고 나도 뭐 하나는 만들어놔야지."

별 다른 계획없이 휴학을 하려는 친구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친구를 선뜻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사회는 충분한 시간적인 투자를 통해 스펙을 쌓아놓지 않고서는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학생들에게 1년 쯤, 모든 걱정을 뒤로하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하고 개발할 시간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교육과학기술부의 '2010년 교육기본통계조사'에 의하면 이번 해의 휴학생 수는 총 110만 6488명으로 전년대비 9402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이상 재적 학생 중 휴학생의 비율은, 일반대 31.4%, 전문대 35.6%, 대학원은 12.7% 정도이다. 졸업생의 수는 총 62만8689명으로 전년대비 7,939명이 감소했다.

이렇듯, 졸업생의 수는 줄어들고, 휴학생의 비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휴학은 필수불가결한 하나의 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대학생들에게 있어 휴학하지 않고 단번에 이른바 '칼졸업'해버리는 것은 무언가 준비가 덜 된 모습으로 비취기도 한다.

더군다나 휴학을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통화된 분모로 비슷한 시험들을 준비한다. 다양한 생각과 창의력을 가져야할 학생들의 대다수가 똑같은 목표를 향해서 뛰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경쟁은 더욱 더 심화될 수 밖에 없고, 입사를 해서도 직업을 통해서 얻는 만족감 또한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쉽게 지치고 공부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돼 그 결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휴학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는 하지만, 그 시간들은 대부분이 전형적인 입시 시험과도 다를 바없는, 공무원 시험준비, 언어 연수 등으로 획일화된다.

이러한 우리나라 학생들을 생각해보며, 지난 2008년 방영됐던 MBC의 <신년기획 교육 3부작- 열다섯살, 꿈의 교실>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1부에서는 한국의 입시제도와 비슷한 현실을 가지고 있는 아일랜드의 사례를 방영했다.


아일랜드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6년제로 통합운영하고 있다. 6년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3학년때 주니어 과정수료시험을 치러야하고 다시 3년 뒤에 졸업시험을 쳐야 한다.

졸업시험 점수로 대학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시험에 해당한다. 그런데 주니어 과정 수료 후 3년 내내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전환학년의 기간동안, 1년을 쉬게 해준다.

중등교육과정은 12세부터 시작한다. 저학년(Junior Cycle Year)은 1-3학년, 전환학년(Transition Year)은 4학년(15세), 상급학년(Senior Cycle year)은 5-6학년(17세) 이며 이후에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전환학년을 통해 시험을 치르지 않고, 광범위한 교육, 기술과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간동안에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다양한 수업을 통해 직업활동을 경험해볼 수 있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보다 명확히 자신에게 맞는 일을 알게 되며, 자신이 왜 지금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유를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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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교육 아일랜드 학생들이 음악활동을 하는 모습. ⓒ mbc 스페셜 신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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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교육 아일랜드 학생들이 특별활동을 하고있는 모습. ⓒ mbc 스페셜 신년 특집


아일랜드 내에서도 맨 처음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때 아이들이 그 시간을 보낸 후 행여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진 않을까 우려때문에 반대도 있었다고 한다. 이 제도가 실행되기까지 절차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차차 제도의 보완을 통해 교육제도를 완성했단다. 

놀라운 것은 20년 전에는 유럽의 변방국가, 단순한 낙농국가로 인식되던 아일랜드가 교육강국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는 것. 방송에 따르면, 아일랜드 아이들의 성적은 전환학년 이후 수직 상승을 이루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었다. 전환학년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전환학년을 경험한 아이들의 2년 후 성적이 평균 26점 높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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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교육 특별학년 체험 학생과 미체험 학생간의 수능시험 성적비교연구(1997) ⓒ mbc 스페셜 신년 특집


아일랜드 아이들은 다양한 직업체험과 사회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진로를 이른 시기에 정하게 되고, 충분한 시간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후회없는 미래를 선택한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도 더 큰 능력을 발휘해 전체사회의 큰 효과를 이끌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위해 충분히 고민해 볼 시간이나, 경험의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단순한 경쟁적 입시교육으로 인해, 지식의 끝없는 공급만을 추구하며 성적화 되어진 진로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 그러한 학생들이 대학교를 진학한 이후에도 확고한 마음의 결단없이, 선택한 학과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못하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대학생들에게 허락된, 휴학의 시간마저도 단순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식의 시간으로 보내기 마련이다.

아일랜드처럼, 1년의 시간이 아이들에게 허락된다는 것은 단순히 꿈같은 이야기일까? 한국사회의 과잉경쟁과 팽배해진 사교육 문제는 우리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빠른 속도보다는 제대로 된 방향이 중요하다.

비록 아일랜드처럼, 아이들에게 1년이 주어지는 등의 획기적 변화는 아니더라도 방학의 시간들을 잘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회참여활동 마련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깨우고, 자신의 진로를 보다 명확히 결정할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휴학을 권하는 것에 익숙해 지는 것이 아니라, 꿈을 먼저 권할 수 있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교육이 되기를 바란다.
#휴학생 #취업 #아일랜드 #교육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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