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겉그림 〈논의 강의〉
바이북스
"공자의 꿈은 군자가 되는 것이었다. 군자란 대부 이상의 관료를 지칭한다. 그는 말단 관리로 시작하여 대부로 승진했으므로 군자의 꿈을 이룬 셈이다. 그리고 죽은 후에는 생전에도 꿈도 꾸지 못했던 영광을 얻었다. 그가 죽은 지 500여 년이 지나 소왕(素王)으로 인정되어 성인으로까지 추대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어록인 논어라는 책은 소인을 배척하고 군자가 되기 위한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논어는 맨 앞에 학이(學而)편 첫머리를 '군자'로 시작하여 맨 뒤의 요왈(堯曰)편 끝머리를 '군자'로 끝낸다. 이처럼 논어는 수진제가치국평천하를 목표로 하는 군자학이다."
이는 묵점 기세춘 선생의 <논의 강의>(이세춘 저, 바이북스 펴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선생이 논어를 강의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오늘날의 논어 번역서들이 하나 같이 유교적 처세술과 격언집으로 덧칠해 있는 까닭이다. 그만큼 신자본주 사회에서 성서처럼 왜곡돼 있는 논어의 진수를 바로 건져올리고자 함에 그 뜻이 있다.
아울러 이 책은 <도올 논어>의 잘못된 부분을 다양하게 지적하고 있다. 선생은 도올이 이야기한 논어 이야기가 역사적 사료들을 무시했다고 밝힌다. 또한 해석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논어의 뜻을 왜곡시키고 변질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유가 뭘까? 선생은 도올이 공자를 무사(武士)계급에 속했다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공자가 무를 전혀 모른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기 때문이란다. 또한 도올이 공자를 '무당의 아들'이라고 해석한 것과 '도둑출신'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선생은 분개한다.
선생은 도올이 인(人)을 도성 사람으로, 민(民)을 성 밖 야인으로 칭했다지만, 그것은 고대 도시국가 정도로 생각한 발상이라 한다. 선생은 당시 중국에는 성안에 귀족계급 외에도 사민, 공민, 상민이 거주했고, 성 밖에 농민이 거주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공자는 결코 무당의 아들이거나 도둑출신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선생은 묵자의 연구자답게, 이 책을 통해 묵자와 공자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끄집어낸다. 묵자는 당시 노동자 출신으로 가난과 전쟁으로 고통 받는 민중문제를 제기한 진보주의자였고, 공자는 왕도, 복례 그리고 정명 등 왕도주의를 내세운 보수주의자였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공자가 당시의 천자와 군주들을 전적으로 신뢰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논어는 시대가 변하는 데 따라 그 시대에 알맞은 처세훈으로 번역되고 읽혀 온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은 21세기 신자본주의 시대이므로 그에 걸맞게 윤색되어 번역되고 있다. 그래서 공자는 신자본주의 시대의 위대한 경영자로 둔갑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이제는 군자란 자본주의 시대에 잘 적응하는 관리나 회사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처세훈은 철학도 역사성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공자의 처세훈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2,500년 전 공자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나라와 가정과 벗들이 있었고, 사랑도 증오도 술수도 싸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처세훈이 아니라 사상서가 되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836쪽) 총 10장으로 되어 있는 책은 제1장 농노와 난세, 제 2장 공자와 묵자는 보혁의 쌍벽, 제 3장 공자의 출신과 인품, 제 4장 공자의 꿈, 제 5장 난세의 처방, 제 6장 천신과 제정, 제 7장 공자의 정치사상, 제 8장 인성 수양, 제 9장 도덕론, 제 10장 처세훈 등으로 나뉘어 있다. 아무쪼록 기세춘 선생의 이 강의를 통해 공자와 논어의 진면목을 건져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어 강의 -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기세춘 지음,
바이북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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