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의 큰 물줄기, 시민기자도 만들 수 있다

시사저널 전 현직기자 23인이 쓴 <기자로 산다는 것>

등록 2010.11.01 16:13수정 2010.11.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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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기자로 산다는 것〉 ⓒ 호미

▲ 책겉그림 〈기자로 산다는 것〉 ⓒ 호미

<사상계>와 <창작과 비평>은 우리시대에 주목받은 잡지였다. 시대의 흐름에 야합하지 않는 바른 목소리를 낸 까닭이다. 1960~1970년대를 지나 1900년대에 그런 잡지를 찾으라면 뭐가 있을까? 아마도 시사저널이지 않을까. 그만큼 시사저널은 광고와 편집을 철저히 분리한 대표적인 주간지로 꼽힌다.

 

시사저널 전 현직기자 23인이 쓴 <기자로 산다는 것>은 그곳에서 일한 시사저널 기자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말이 에피소드지 그 속에서 한 시대를 맞서 싸운 기자들에게는 남다른 애정과 애환이 교차될 것이다. 특별히 우리시대에 최고 작가로 떠오른 김훈과 제주도 올레를 개척한 서명숙도 그곳의 편집장으로 몸담은 바 있다.

 

언론인들은 시사저널을 일컬어 '기자 사관학교'로 부른다. 이유가 뭘까? 그만큼 강하고 엄하게 훈련시킨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곳의 기자훈련방식은 결코 주입식 교육과는 다르다. 취재와 아이템 등 모든 글쓰기를 기자 스스로 개척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방목식 교육이 그것이다. 그곳에 들어간 이상 모든 기자들은 자기 스스로 살아남은 방법을 터득한다는 것이다.

 

"우선, 시사저널처럼 독자적으로 생존하면서 제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 온 시사 주간지가 단 한권이라도 있는가? 앞으로 있을 수 있겠는가? 다음, 시사저널만큼 한국 사회의 잡지문화에 시각적 영향을 끼친 잡지가 또 있는가? 셋째, 시사저널만큼 초기 투자를 많이 한 잡지가 한국 사회에 있는가? 마지막으로, 시사저널만큼 완성도 높은 기사를 쏟아낸 시사 주간지가 한국 사회에 또 있는가?"(59쪽)

 

이는 시사저널의 차이점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시사저널은 다른 주간지와 달리 광고와 편집을 철저히 분리시켰고, 경제계 인사들의 외압도 꿋꿋하게 맞서 싸웠고, 촌지를 받은 관행으로부터도 단호히 비켜나 있었다. 대신 아날로그식 글쓰기 같은 행위를 통해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사실 시사저널이 한때 휘청거렸던 이유도, 그리고 노조를 결성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광고주의 압력에 사주가 무릎 꿇은 것. 그런데 그 같은 일은 요즘 언론사에도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자본시장에서 언론이 외길을 걷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은 이치인 까닭이다. 그만큼 언론사 사주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점에 있다.

 

그렇지만 어느 언론사든지 광고주의 청탁보다도 더 중요시 여겨야 할 덕목이 있다. 신속한 속보와 심층적인 분석이 그것이다. 일간지라야 속보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지만 주간지 정도라면 정말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현장을 주시해야 한다. 사실(fact)없는 추측성 기사는 종종 허접한 쓰레기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른바 그곳의 선배들이 줄곧 이야기한 바가 그것이다. "드러난 현상만 좇지 말고 큰 물줄기가 어디로 가는지 예측해 그 길목에 서 있으라"고 한 것. 그래서 그랬을까. 이숙이 기자가 1996년 정치팀으로 발령받은 이래 곳곳의 정치판을 누비고 다녔던 이유가. 하지만 그것은 정치부 기자들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의 기자들이 함께 감당해야 할 몫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떠한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그들은 기자석에 앉아 글을 짜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현장에서 소재를 얻고, 현장에서 고민한 흔적들을 글로 담아낸다. 그러니 정재계 인사들이 보여주는 내용을 되풀이하는 앵무새 언론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글쓰기에 임해야 한다. 인류사의 그 큰 물줄기는 시민기자 스스로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0.11.01 16:13 ⓒ 2010 OhmyNews

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 23명 지음,
호미, 2014


#시사저널 #기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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