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재벌 2세 거지 행각이 이해되는 이유

100억대 부자인 그녀는 왜 자살까지 생각한 걸까?

등록 2010.11.07 09:43수정 2010.11.07 09:4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계속되는 가난한 삶속에서 자극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부유한 삶속에서 자극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재벌 2세 거지'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가난한 삶속에서 자극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부유한 삶속에서 자극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재벌 2세 거지'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 윤태


요 며칠 중국에서 벌어진 재밌는(?) 일 때문에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네요. 길거리에서 밥도 굶고 어머니가 아픈데 병원비가 없다고 구걸하던 남자가 재벌 2세로 밝혀지면서 이슈가 됐습니다. 재벌 2세나 다름없는 삶이 따분하다고 느껴져 자극을 받으려고 거리에서 벌인 자작극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도 쏟아졌습니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대략 살펴보니 '철부지 도련님'이라거나 '정신병원에 가보라'는 등 그 수위는 정말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유함 속에서 재벌 2세 거지가 받고자 했던 '자극'은 무엇일까?

부유한 삶에서 따분함을 느꼈다는 그 '재벌 2세 거지'가 받고자했던 '자극'이 뭔지 생각해봤습니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자극'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지긋지긋한 삶에 넌더리와 따분함 때문에 로또에 당첨되는 즉 벼락부자 되는 '자극'을 느끼고 싶어 할 겁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재벌 같은 부유한 사람들은 그 부유함의 넌더리와 따분함 때문에 거지가 돼 보는 색다른 '자극'을 느끼고 싶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 글에서는 전제가 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부유함에 넌더리와 따분함이 느껴진다는 부분인데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르고 상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서 부유한 삶이 따분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극히 드물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가난한 사람의 관점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입장을 본 것이지만 부유한 사람들 당사자들은 어쩌면 따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일이지만요.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편하게 길거리에서  떡볶이도 먹어보고 영화도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늘 무엇인가에 매여 있는 삶이 답답하다고 종종 연예뉴스를 통해 심정을 토로하는 모습을 봅니다.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대신 그들만의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에 만족하면서도 마음 한켠엔 대중들의 일반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인기 연예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마찬가지로 재벌 2세 거지도 평범한 삶에 대한 색다른 경험, 자극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100억대 부자인 그녀 '나는 감정도 없는 인형'이라며 가장 불행하다 토로

이번 사건을 보면서 10년이나 지난 일이 떠오릅니다.

당시 인터넷 채팅이 한참 유행할 때 온라인에서 한 친구를 잠깐 동안 알게 됐습니다.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는데 집안이 100억대 그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였습니다. 한 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온라인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한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20대 초반 나이에 당시 국내 최고 고급차인 에쿠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당시에는 출시 초반이라 눈에 잘 띄지도 않던 고급차였죠. 그 고급차량이 자신에게 너무 건방져 보여 본인에게 맞는 차로 바꾼다고 하더군요. 저는 대중교통으로 직장을 다닐 때라 그 친구가 처음엔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100억대 재산의 부자와 비교적 터놓고 말과 글을 주고받음에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애로사항은 많았습니다. 그 애로사항은 돈이 많아서, 배가 불러서, 호강에 겨워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면 너무나 많은 돈으로부터 오는 부자유(不自由)와 물질 만능에서 오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고민이었던 겁니다. 물론 이 문제도 상대적인 관점에 따라서 '애로사항'이 되거나 '배부른 고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자신을 인형처럼 대하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아무 감정도 인격도 없는 겉보기엔 예쁘고 화려한 인형취급 받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남들은 모두들 자신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자신은 본인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부자인 사람도 나름대로의 '자극' 받고 싶어한다

그녀는 가슴이 따뜻한 남자를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있어 자유연애라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대등한 위치의 집안과 결혼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방침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는 그녀였습니다.

사랑과 애정도 없는 결혼은 사업을 번창해나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 혹은 도구라고 그 친구는 당시 말했습니다. 그 결혼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구체화될 무렵 저와 휴대폰 통화 하면서 울며 자살하러 옥상에 올라가는 그 친구를 밤중부터 새벽까지 설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마음을 고쳐먹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했다는 소식과 함께 연락이 끊겼지요.

벌써 10년전 일이네요.

지금은 아주 식상한 드라마 소재로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소재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제게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부자가 겪는 그 나름대로의 고충도 직,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 '재벌 거지 2세'가 느끼고 싶어하는 '자극'에 대해 무조건 돌팔매 등 마녀사냥으로만 대응할 게 아니라 부자가 갖고 있는 그 따분함, 물질 만능에 따른 소외된 인간성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헤아려보면 굳이 그 '자극'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a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써 오고 있는 메모 일기. 2001년 2월 부유함 속에서 소박한 삶을 누리고자 했던 그 온라인 친구의 애로사항을 들을수 있었습니다.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써 오고 있는 메모 일기. 2001년 2월 부유함 속에서 소박한 삶을 누리고자 했던 그 온라인 친구의 애로사항을 들을수 있었습니다. ⓒ 윤태


a  '자살소동 새벽까지 달래기'라는 10년전 문구가 생생하게 적혀 있네요. 부유한 사람들은 그들 삶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음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례였습니다.

'자살소동 새벽까지 달래기'라는 10년전 문구가 생생하게 적혀 있네요. 부유한 사람들은 그들 삶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음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례였습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재벌2세 거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