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수, 엄청난 양의 깨짱뚱어
성낙선
점심 무렵에 대전해변에 도착한다. 고흥반도를 한참을 달려왔는데 해변에 도착해서 보니까 바다 건너 코앞이 바로 오늘 아침에 출발한 안남마을이다.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대전해변을 떠나 풍류해변까지 가는 길에 길을 헤맨다. 그 바람에 다시 해안으로 다가가는데 산을 하나 넘는다. 조금 마음이 급해진다.
오후에 풍류해변에서 후릿그물 체험행사가 있다. 가능하면 행사가 진행되기 전에 도착해 호흡을 가다듬고 싶다. 하지만 풍류해변을 지나쳐 다시 되돌아가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지체한다. 결국 내가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후릿그물 체험행사가 끝난 뒤다. 아쉬운 마음에 해변 한쪽 갯바닥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는 체험객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제와 오늘에 이어 두 군데 어촌체험마을을 지나오면서, 요즘 어촌이 내가 평소 알고 있었는 어촌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서해에서는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잦아, 어촌체험마을이 남해처럼 시끌벅적한 광경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안남어촌체험마을과 풍류어촌체험마을에서 실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행사가 진행이 되는 걸 보면서, 어촌이 도시 사람들의 입맛만 만족시키고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의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마음과 공허한 정신까지 살찌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해, 남해, 동해를 가릴 것 없이 가까운 해안 마을에서 다양한 어촌체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어촌체험에 바다 생물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외에도 그 마을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어촌체험마을(
www.seantour.org)'과 '바다여행(
www.seantour.com)'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재미있고 유익한 체험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교육적인 목적의 '체험'을 즐기기 위한 행사라는 것이다. 물고기나 바지락을 잡는 행사가 있다고 해도 그 양이 대부분 체험을 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알고 가는 게 좋겠다. 양에 연연하지 않으면 바닷가에 사는 갖가지 생물을 구경하고 직접 채집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