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6일. 갈대숲과 어울어진 철새들의낙원인 고흥만 인공습지(저류지)의 노을.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
송성영
전남 고흥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인 만큼 그 어느 지역에 비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 어느 도시도 흉내낼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는 셈이다. 팔봉산, 마복산, 천등산 등 빼어난 산과 어우러진 청정해역, 매년 가을이 되면 온갖 철새들과 더불어 천연기념물들이 날아든다는 고흥만의 인공습지까지 더 하니 고흥군이 왜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흥만 인공습지로 날아든다는 천연기념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가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얼마 전인 11월 초, 아이들과 함께 떠나기에 앞서 고흥만 철새들과 첫 인사를 나누기 위해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지구상에서 같은 생명으로 태어나 평생 한두 번 만나볼 수 있을까 말까한 낯선 인연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다. 인공습지에는 철새도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닭, 청둥오리들이 떼 지어 먹이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조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 눈에는 노랑부리저어새는 물론이고 큰고니나 재두루미는 보이지 않았다.
고흥만 인공습지에 수십마리가 떼지어 날아온다는 노랑부리저어새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11월 6일. 고흥생태문화 모임 '느티나무' 카페 운영자인 강복현 선생(봉래 초등학교 봉래남 분교장)과 송재겸 선생(동강 중학교)을 통해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한 천연기념물들이 날아오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난 2006년부터 고흥만 인공습지의 노랑부리저어새를 관찰해 온 송재겸 선생. 학생들과 더불어 '고흥만에서 겨울을 나는 국제적인 희귀조류 노랑부리저어새의 먹이행동에 관한 탐구활동'을 해왔다.
"먹이는 물론이고 휴식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