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 안 하시면 싸게 해드릴 게요"

[주장] '온라인 최저가' 때문에 죽겠습니다

등록 2010.11.19 09:34수정 2010.11.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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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편리한 세상이다. 돈만 있으면 어디에서 무엇이든 살 수 있다. TV에선 수많은 채널들이 24시간 홈쇼핑으로 소비자를 불러 모으고, 인터넷에는 대형쇼핑몰과 가격 비교 사이트가 넘쳐난다.

사고자 하는 물건의 모델명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면, 그에 대한 가격과 물품 정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우르르 쏟아진다. 한 술 더 떠,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긍정과 부정을 가늠해 볼 틈도 주지 않고 너무나 당연한 듯,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아 버렸다. 오프라인 소비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 하더라도, 이런 흐름 속에 약자는 더 소외되고 자본의 집중은 더 가속화 될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맹점이 내포되어 있음을 주목하는 눈길은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최저가격들... 온라인 쇼핑, 편리하기만 할까?

온라인 판매 방식은 '온라인 쇼핑몰 1세대'라 할 수 있는 인터파크와 같은 종합 쇼핑몰 형식에서, 일정정도의 판매 수수료만 지불하면 누구나 입점해 물건을 팔 수 있는 오픈마켓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종합 쇼핑몰의 경우 물품을 갖춰 놓거나, 판매해야 할 인력, 창고 등 많은 관리·유지비를 필요로 하는 반면, 오픈마켓 방식은 입점한 업체가 판매와 배송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쇼핑몰보다 관리가 쉽고 훨씬 많은 상품을 다양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

현재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대형 쇼핑몰은 대부분의 상품을 오픈마켓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나의 대형 쇼핑몰 밑에서 수천, 수만 명의 판매자가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하나의 쇼핑몰에서 수많은 가격의 동일한 상품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포털 사이트(다음, 네이버 등)에서는 직접 판매자까지 검색되어 한 상품을 파는 수백 명의 판매자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판매 방식은 입점주(자영업자)에겐 판매를 늘려 주고, 소비자에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긍정적인 효과만을 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판매의 특성상 '최저 가격 제시'가 절대적인 경쟁력이 되다 보니 온갖 방식의 편법·불법 판매가 일상화되어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소비자의 경우, 상품을 주문한 뒤 "고객님, 그 상품은 재고가 방금 소진 되었습니다", "실무자가 가격 정보를 잘못 올렸습니다",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은 발행이 안 됩니다, 발급 받으려면 부과세 10%를 더 내야 합니다", "다음 주나 되어야 물건을 보내 드릴 수 있겠네요", "주문하신 카메라는 A/S 센터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 쪽에서만 A/S 가능합니다" 등등의 이해하지 못할 변명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이 쏟아져 나오는 건, 판매자들이 다른 상인들보다 10원이라도 가격을 싸게 올리려고 물건도 확보하지 않은 채 미끼 상품 가격만 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상인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제품과 함께 나가는 경품을 빼기도 하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등을 발행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달아놓기도 한다. 한마디로, 편법과 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 없는 상인들은 무너질 수밖에

네이버에서 검색한 삼성 SHS-100V 헤드셋 도매 시장 유통가 8500원 정도인 이 제품은 네이버 검색결과 8000원 이하 가격이 즐비하다. 대부분 1개만 주문 가능. 택배비 선결제가 조건이다. 택배비는 2500원에서 3800원까지 다양하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삼성 SHS-100V 헤드셋 도매 시장 유통가 8500원 정도인 이 제품은 네이버 검색결과 8000원 이하 가격이 즐비하다. 대부분 1개만 주문 가능. 택배비 선결제가 조건이다. 택배비는 2500원에서 3800원까지 다양하다. ⓒ 안호덕


이런 왜곡된 유통 구조에서 표면으로 드러난 소비자의 피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물건을 정당하게 팔고 적정한 이윤으로 상생과 공존의 현장이 돼야할 시장. 하지만, 요즘엔 온라인과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최저 가격' 경쟁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지방 상권과 정당한 방법으로 물건을 팔고자 하는 대다수의 상인들은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지방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 납품을 해야 하는데 삼성 헤드셋 SHS-100V란 모델 50개를 구해 달란다. 이 헤드셋의 경우 PC방이나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많이 사용하는 모델로 수요가 많은 편이다. 거래에는 흥정이 있기 마련.

"사장님. 얼마에 납품해야 되는 데요? 가격 얼마나 맞춰주면 되겠습니까?"
"글쎄요. 싸면 쌀수록 좋겠지만 학교 선생님이 인터넷 검색해서 7800원 이하로 납품하라고 하네요."
"사장님. 인터넷 가격 믿을 게 못 된다는 것 알고 계시잖아요? 그 가격 어림없습니다. 만 원이 넘을 겁니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지만 학교에서 그 가격에 납품해 달라는데 어떡합니까? 이것 때문에 거래 안 할 수도 없고…아무튼 가격이나 알아봐 주세요."

전화를 끊고 평소 거래를 해왔던 총판점에 전화를 했다. 낱개 가격이 9000원인데 50개 수량은 8500원에 주겠단다. 혹시 나에게 비싸게 부르는게 아닌가 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네이버에 모델명 SHS-100V을 입력하자 관련 정보가 쏟아졌다. 최저가 7800원에서 최고가 2만3600원.

최저가 업체에 전화를 했다. 특별가격으로 판매하는 제품으로 낱개 판매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수량을 구매하려면 다른 창으로 들어와서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판매자가 안내해준 창으로 들어가니 판매가 9050원에 할인을 적용해서 8080원이다. 소비자한테 1개 한정으로 파는 낱개가격은 7800원이지만 수량이 많을 경우 8080원에 사라는 이야기다. 많이 구매할수록 싸지는 게 아니라 비싸지는 유통 구조. 이런 것이 소위 '미끼 상품'이며 소비자들은 잘 이해하기 힘든 구조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곳에 전화를 했다. 이 업체의 판매가격은 7840원이다. 방문 수량(결제를 하고 찾아가서 물건을 찾는 것)은 안 되고 1개만 주문가능하며 택배비 3800원을 포함한 돈을 선결제해야 한다고 한다. 50개를 한꺼번에 구매할 수 없고, 구태여 구매하려면 낱개로 50번 제품값과 택배비 결제해서 구매하라는 이야기다.

오픈마켓 대부분은 택배회사와 택배비를 계약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작은 상품의 경우 택배비는 도서지방을 제외하면 2000~2500원을 넘지 않는다. 대형 쇼핑몰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일부 오픈마켓 업체들은 상품에서 마진을 남길 수 없으니까 택배비를 부풀려 마진을 창출하는 편법적인 판매방법까지 동원하는 것이 온라인 유통의 현실이다. 몇 군데에 전화해봐도 똑같은 소리다. 낱개 판매, 택배비는 반드시 선결제.

"사장님, 온라인 가격 어림도 없습니다. 제가 8500원에 가져오면 사장님에게 9000원은 받아야 합니다."
"참내, 인터넷 가격 때문에 죽겠네요. 학교에서는 인터넷에서 그 가격보고 납품해달라고 하니, 선생님들에게 다 설명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9000원에 내려 주세요. 이것 때문에 학교 거래 안 할 수도 없고…"

온라인 대형 쇼핑몰이 오픈마켓 판매 방식을 도입하면서 만들어진 이런 과열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오프라인 상권, 지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 지방 컴퓨터 업체들은 대부분 폐업을 했거나 남아 있는 업체들도 판매보다는 A/S나 잉크 충전 등으로 근근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기준 가격이 돼버린, '인터넷 최저가'

a 네이버에서 캡처한 로지텍 V220 이 제품은 도매 상가 유통가격이 3만 원대 후반이다. 정품이 1만5천 원대 판매된다는 것은 도매 상인들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리퍼브 제품이거나 다른 상품 경품으로 제공되었던 것일 확율이 매우 높다.

네이버에서 캡처한 로지텍 V220 이 제품은 도매 상가 유통가격이 3만 원대 후반이다. 정품이 1만5천 원대 판매된다는 것은 도매 상인들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리퍼브 제품이거나 다른 상품 경품으로 제공되었던 것일 확율이 매우 높다. ⓒ 안호덕


또 다른 예로, '로지텍(logitech)'은 키보드와 마우스 등 컴퓨터 주변기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에서 생산된 노트북용 무선 광마우스 'V220'은 현재 대리점에서는 생산이 중단된 '단종' 제품으로 남아 있는 수량이 그리 많지 않으며, 도매가격은 3만 원 후반대다. 그런데 쇼핑몰 오픈마켓이나 비교 사이트에는 이 상품에 대한 가격 정보가 넘쳐난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100개(11월 12일 기준)의 가격 정보가 있으며, 정품 가격은 1만6010원~6만7500원으로 다양하다. 용산이나 도매대리점에서 3만 원대 후반에 유통되는 제품이 인터넷에서는 1만6010원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그 차이는 오픈마켓 상품 설명을 아주 자세히 읽거나, 판매자에게 꼬치꼬치 캐물어야만 알 수 있다.

3만 원 이하로 올려놓은 상품들은 리퍼브 제품(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되거나, 배송과정에서 흠집이 난 제품들)이거나 정식 수입원을 통하지 않은 제품, 혹은 다른 상품의 경품으로 제공되던 것들이다. 도매 상가를 찾는 소비자에게 이 제품 가격으로 4만 원을 제시하면 설명할 기회도 없이 '폭리꾼' 취급당하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에서 1만 원대 가격을 보고 더 싸게 살 것이라고 도매 상가를 찾은 소비자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적정 가격을 제시하고도 폭리꾼 취급받는 상인들 입장에서야 하소연할 곳 없이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런 유통구조에서 지방 소매점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단종된 제품도 올라오는 대형 쇼핑몰...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나?

a 네이버에서 캡처된 HP B209A 복합기 네이버에서 검색한 HP 복합기 이 제품은 2009년 9월에 출시되어 현재 단종된 제품이다. 도매 상가에서는 유통이 되지 않는 제품이다. 무상 A/S기간이 1년임을 감안하면 자칫 무상수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네이버에서 캡처된 HP B209A 복합기 네이버에서 검색한 HP 복합기 이 제품은 2009년 9월에 출시되어 현재 단종된 제품이다. 도매 상가에서는 유통이 되지 않는 제품이다. 무상 A/S기간이 1년임을 감안하면 자칫 무상수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 안호덕


HP에서 판매된 B209A라는 복합기가 있다. HP 고객지원센터에 문의한 결과 이 제품은 2009년 9월에 출시되었고 현재는 후속 모델이 출시돼 단종됐다고 한다. 이런 제품의 경우 도매상가나 유통점에서 새 제품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만약, 사더라도 팔리지 않아서 오래 방치된 제품이거나, 이상이 있어 팔지 못한 제품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대형 쇼핑몰과 오픈마켓에는 이 제품에 대한 정보가 넘쳐 난다. 위 사진은(11월 9일)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얻은 자료다. 새 제품이라고 등록한 업체만도 26군데 이르고 11번가, 인터파크 등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에는 이 제품을 판다는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최저 가격 순으로 전화를 해봤다. 물건이 있다는 대답도 있으나, 대부분이 단종된 제품인데 가격 정보를 내리지 못해 그렇다고 변명을 한다. 한 업체의 경우 전화를 끊고 다시 들어가 보니 가격 정보는 없애고 '본 상품은 판매가 종료된 상품입니다'라는 문구를 올려놓았다. 내 전화를 받고 정보를 수정한 것이다.

이런 제품의 경우 제조사에서 정한 '무상보증기간 1년'이란 시간을 초과했거나 보증 기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A/S센터는 출고일을 기준으로 무상보증기간을 정하는데, 위와 같은 제품은 구입한 날짜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무상 A/S를 받을 수 없다.

물건의 가격을 비교해서 살 수 있는 비교 사이트의 입점 업체 관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G마켓이나 11번가 등 대형 쇼핑몰은 그나마 결제가 해당 쇼핑몰에서 이루어지고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발행을 강제하고 있지만 '다나와' 등의 비교 사이트는 입점 업체의 입점 수수료만 받고 있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알아서 결제하고 거래증명서(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를 발급하는 형식이다. 가격이나 거래증명서 발급을 판매자가 전부 맡고 있다 보니, 불법이나 편법을 해도 제제 수단이 없는 것이다.

12일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ASUS K42DR-VX043V라는 노트북을 검색해 봤다. 총 67개 업체의 가격이 올라와 있는데, 카드/현금동일몰 5개 업체, 제휴 쇼핑몰 11개 업체, 일반 판매몰 51개 업체인 것으로 나와 있다.

이중 일반 판매몰은 '현금몰'이라고 불리는데 카드/현금동일몰이나 제휴 쇼핑몰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평균 가격이 98만 9000원인데 일반 판매몰은 51개 업체 중 43개 업체가 96만 2000원을 가격으로 올려놨다. 이렇게 올려 놓은 업체에 전화를 해보면 하나 같이 대답은 일률적이다.

현금몰로 싸게 팔기 때문에 카드 결제는 물론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 된다는 것. 카드 결제나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을 원할 경우 부가가치세 10%를 더 내라는 업체들도 있다. 즉, 싸게 사려면 세금 계산서나 현금영수증 없이 사고, 그렇지 않으면 물건값의 10%를 더 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물품 거래에 있어 부가가치세를 빼고 판매하는 행위는 분명 불법이다.

'부가가치세를 뺀 거래'에 합의하는 순간, 소비자도 범법적 거래를 동조 내지 방조하는 것이 된다. "세금계산서, 현금계산서 없이 현금으로 싸게 드릴게요"라고 해서 성사된 거래에서 소비자에게 얼마의 이익이 돌아갈지 모르지만, 이는 매출 누락이나 세금계산서 부당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교사이트에서 현금몰이라고 불리는, 일반 판매몰 대부분의 업체에서 최저 가격을 내세워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거나 해당 증서들의 발행시 물건값의 10%를 추가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는 비교 사이트 운영 업체나 국세청 등이 개입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심각한 문제다.

'상생'이 시기상조라면 편법·불법이라도 바로 잡아야 

온라인 시장은 오늘도 전쟁 중이다. 최저 가격을 내세우기 위한 온갖 편법과 범법적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정직하게 법을 지키며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소비자들에게 '폭리 장사꾼'으로 찍혀 왕따가 되는 현실이다.

서울 도매점에서 물건을 받아 팔고 있는 지방 상인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온라인 최저가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기준 가격'이 된다. 하지만 지방 상인들이 이런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비단 컴퓨터 유통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온라인 서점의 쿠폰 적용이나 편법적 할인 정책에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지방 도시의 서점이 문을 닫는 현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런 책임을 오픈마켓이나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만 묻는 것은 올바른 문제 해결의 방도가 될 수 없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이야 편법, 불법을 자행하는 상인들의 몫이지만 이를 조장하거나 방기하는 구조를 그냥 두고서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없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 최저 가격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금계산서와 현금영수증까지 발행하지 않고 팔아야 하는 구조에선 판매자들도 일종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온라인 판매와 소비의 순기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간벽지에서는 감히 찾을 수 없는 물건도 컴퓨터 앞에서는 금방 찾을 수 있고, 내일이면 집으로 받아 볼 수 있다. 가격 거품이 사그라지면서 소비자가 바가지를 쓸 경우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어쩌면 온라인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오프라인 판매가 줄어드는 현상은 시대상의 반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명의 이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SSM 문제로 대변되는 대형 자본과 대형 마트에 의한 자영업자, 재래상권의 몰락은 비단 그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 쇼핑몰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가격 전쟁을 하고 있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다.

얼마 전 포털 업체인 네이버가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온라인 시장의 포화 상태에 따른 과열 경쟁, 온라인 시장의 오프라인 시장 잠식 등 유통시장의 혼란을 감안하면 포털 업체의 오픈마켓 시장 진출은 지방상권, 소매 상권에게는 존립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유통법이나 상생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최소한의 상생조건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지만, 온라인 시장은 상생은 그만두고서라도 편법, 불법의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조차도 변변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회에서 SSM 관련 법안 처리를 두고 논란 끝에 유통법을 먼저 통과시켰다. 25일 상생법도 처리한다는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상생의 시장을 만들어 가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런 마당에 온라인 대형 쇼핑몰에서의 지방 상권·영세상인들 생존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허나, 최소한 편법·불법이 일상화되어 버린 온라인 시장에서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공정 사회를 이야기하는 정부의 책무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정부가 소비자와 정직한 상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안호덕 기자는 컴퓨터·주변기기 유통업에 십수년 째 종사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안호덕 기자는 컴퓨터·주변기기 유통업에 십수년 째 종사하고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 #SSM #상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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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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