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 폐막식
이선옥
- 첫 시도인 만큼 경험이 없었을 텐데, 제작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촘촘하게 계획을 세웠나? 포스터를 본 학생들의 반응은?
"2년 전부터 기획했던 영화다. 남들 보란 듯이, 힘들어서 안 하는 걸 해 보고 싶었다. 괜히 했다 싶어 후회도 엄청 한다(웃음). 할 게 너무 많더라. 우선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뮤지컬영화를 좋아하는 애들이 많으니까 반응이 좋았다. 40명을 뽑는데 뜻밖에 400명이 지원을 해서 이틀 동안 20시간씩 꼬박 오디션을 봤다. 너무 많이 왔다. 보컬, 안무, 연기를 선택하게 해서 봤다."
- 아니, 그렇게 배우에 대한 수요가 많단 말인가? "보통 인문계 친구들에겐 이런 기회가 거의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길이 없으니 돈도 안 주고, 아무 보상도 없는데 몰려든 것 같다. 뽑힌 배우들의 부모님들께 일일이 편지를 썼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룩 흘러내리는 이 여름에...'로 시작하는 비장하고 진지한 편지를(웃음). '요즘엔 이런 분야가 많이 발달되어 있고, 원하는 진로에 맞춰서 진학에도 도움이 될 기회다'라고 간곡하게 썼다. 전화도 엄청 했다. 요금이 몇 배나 더 나왔다. 다행히 뽑힌 배우들 모두 중도 탈락 없이 함께할 수 있었다.
연습실을 빌렸지만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고 밤에 와서 새벽까지 이용했다. 아침 6~7시에 집에 갔다. 교통비만 겨우 줬다. 다행히 방학이라 성적 저하가 안 보였는데, 그 후과가 요즘 서서히 드러난다(웃음). 연습을 하면서 여학생들의 생리통이 그렇게 심한 걸 처음 알았고, 실제 영화 찍으면서 정말 몰랐던 많은 일들 때문에 힘들었다. 연습하면서 민원도 들어와서 뺨 맞을 뻔하고 그랬다. 밤새 여자애들 남자애들 섞여 있고, 춤과 노래를 하고 그러니까... 좌충우돌하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다."
- 뮤지컬 영화라 노래가 무척 중요한데, 곡은 어떻게 만들었나? "바보처럼 처음엔 '작곡가를 뽑아야지' 그런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오디션에 작곡을 공부하는 친구가 들어왔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데 그 친구가 곡을 만들었다. 함께 해보니 중학생들도 너무나 잘하더라. 원래 고등학생으로만 생각했는데 바꿔서 중학생도 42명 중 15명이나 된다."
- 각본은 오디션 전에 완성되어 있었나? "대강의 각본만 있었다. 배우들 뽑은 후에 각각의 캐릭터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썼다. 연습을 하면서 각자의 특징들이 나오니까 여성스러운 남학생 캐릭터라든지 원래 각본에 없던 캐릭터가 나오기도 하고, 수정도 하게 되고 그랬다."
- 연습실을 빌리려면 돈이 들었을 테고, 장비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했나?"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장비를 빌렸다. 몇 군데 알아봤는데 가장 싼 데가 거기였다. 인천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계속 반납하고 다시 빌리고 그랬다. 부모님한테 빌리고, 부모님 몰래 친척들한테도 빌려서(웃음) 마련했다. 총 제작비가 150만 원쯤 들었는데 지금 다행히 본전은 뽑았다(웃음). (별로 안 들었다는 얘기에 펄쩍 뛰며) 나한테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용돈이 한 달에 3만 원이었는데(웃음). 50만 원 예상했는데 너무나 돈이 많이 들었다. 편집은 방송반 편집기를 쓰기도 하고. 부모님이 감자 삶아주시고 간식 주시고 그랬다. 형이 고3이었는데도 부모님이 많이 지원해주셨다."
- 고생고생 끝에 완성한 대한민국 첫 청소년 뮤지컬 영화의 시사회 반응은 어땠나?"배우들은 모두 영화가 처음이라 신기해했다. 촬영장에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시키는 대로 장면만 찍다가 그게 화면으로 편집된 것을 보더니 많이 놀라더라. 아, 이게 그 신이었구나 하면서. 어렵게 찍었다. 내 능력을 떠나 한 명 한 명이 진심을 담은 영화다. 보고 나서 그런 게 느껴졌다."
제작자는 좌충우돌, 배우들은 난생 처음,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오디션 공개모집 포스터 문구대로 '40여 개 전국 및 국제대회'에 출품되었다. 그리고 이내 수상 소식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 수상 성적이 화려하다고 들었는데..."출품한 지 한 달 만에 수상 소식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9월 8일에 완성해서 전국 40여 곳에 출품했는데 그중 9곳에서 수상을 했고, 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10월 9일, 인천부평청소년창작영상제에 첫 출품을 했는데 우수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그때가 가장 기뻤다. 그 뒤에 한양전국청소년영상대전에서 최우수상, 10월 14일 공주신상옥청년영화제 특별상, 10월 23일 대한민국청소년창작영화제대상(여성가족부장관상), 10월 24일 제10회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 3관왕, 10월 29일 제15회 대진대학교미디어페스티벌 고등학생영상공모전 1위, 그리고 제10회 퍼블릭액세스 청소년 부문 작품상이 지금까지 수상한 내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