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상품.
조을영
해마다 수능철이 되면 한철 장사로 반짝 나오는 것이 있다. 이른바 '수능 대박 기원 선물'이다. 이제 수능 선물은 마음을 담아서 합격을 기원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일종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하지만 어느 명절이나 기념일 선물 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수능 선물의 내용물은 겉과 다르게 간소하기만 하다. 찹쌀떡, 휴지, 포크, 엿 등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물을 갖가지 포장지와 꽃장식으로 공들여 포장하고 나면 그 선물은 가히 명품이라 할 만한 대접을 받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고 있다.
수능을 하루 앞 둔 시내 거리를 걷다보면 제과점 마다 수능 상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이 가격 만큼 질이 우수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겉표면이 다 말라서 갈라진 찹쌀떡, 잘 팔리지 않는 비인기 초콜릿을 묶음으로 넣어서 값비싼 가격을 매긴 경우 등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반드시 화려한 선물을 해야만 자신의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또한 수능일 역시 매달 펼쳐지는 무슨 무슨 '데이(day)'의 일종으로 취급 받아서 우리는 값비싼 값을 치르며 얼결에 공동 구매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정성이 담긴 자신만의 선물을 수줍게 고르고 밤새 서툰 문장으로 마음을 담은 카드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옛 시절 추억들은 촌스런 짓, 시간 낭비란 허울을 쓴 채로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데이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주 내용물은 큰 상관없이 얼마나 화려한 포장을 하였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느라 겹겹이 싸일 수밖에 없는 포장 박스와 장식 리본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게 될지에도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