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되는 문무대왕함 대원들이 가상의 해적선을 검색하기 위해 오르고 있는 훈련 모습.
윤성효
2009년 1월 소말리아 출신의 언론인이자 분석가인 모하메드 압시르 왈도는 <소말리아의 두 종류 해적: 왜 세계는 다른 한 종류의 해적행위는 외면하는가?>라는 글을 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소말리아 해역에서의 불법 어획과 산업폐기물 투기를 외면하는 국제사회를 비난하고 다른 국가들이 소말리아의 해적 행위만 비난하고 자신들의 불법 어업 행위와 산업폐기물 투기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불법 행위가 소말리아 어민들이 해적에 합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4월 미국의 유명한 독립 뉴스 프로그램인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부 기능이 마비된 소말리아의 약점을 악용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영국, 러시아,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대만, 필리핀, 한국, 중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말리아 어부들은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불법 어업 행위를 단속해 달라고 하소연했지만 모두 무시당했으며 오히려 이제는 많은 나라들이 해군을 보내 자국 어선들의 불법 행위를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나라가 자국 어선의 어업 해적 행위를 보호하고 있다. 한때 소말리아 해안경비대와 민간순찰대를 피해 달아났던 배들이 자국 해군의 보호를 받아 돌아오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부당한 일이다.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소말리아 사람들의 생존에는 관심이 없다. 때문에 어부에서 해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해적이 된다."오히려 소말리아 어선들은 자국의 해역에서 외국 해군들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데모크라시 나우>가 만난 어부들과 상인들은 미국을 포함해 늘어나는 외국 해군 때문에 적반하장으로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우리를 체포한다. 우리는 해상에서 전함을 상대해야 하고 때로 헬기에서는 마치 우리가 해적인양 의심하고 촬영을 한다. 하지만 우린 해적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국 해군들을 무서워하고 어업에 종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너무 많은 전함들이 소말리아 해역을 순찰하고 있고 상업 선박이 해적선으로 의심을 받아 조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독성이 있는 산업폐기물 투기도 소말리아 해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70년대부터 산업선진국들의 폐기물 처리업자들이 자국의 엄격한 규제를 피해, 또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규제가 약한 국가에 산업폐기물을 버려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1992년 이래 유럽 회사들은 내전과 정부 기능의 마비라는 약점을 이용해 소말리아 해역에 산업폐기물을 버리고 있다.
모하메드 압시르 왈도는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 전날에도 소말리아 어민들이 컨테이너 두 개 분량의 산업폐기물을 실은 배를 아덴만에서 발견했고 결국 그 배는 체포됐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독성이 있는 산업폐기물은 물론 핵폐기물 투기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불법 어획과 함께 이것이 바로 그가 국제사회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 다른 형태의 해적 행위다.
계속되는 내전과 마비된 정부 기능, 가난과 실업, 국제사회의 외면, 그리고 상대적으로 강한 나라들의 부당한 행위 때문에 소말리아 사람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소말리아 사람들은 해적 행위를 정당한 자기보호로 생각하고 또한 해적들도 이를 악용해 자신들을 해적이 아닌 민간 "해안경비대"로 부르기도 한다.
2009년 4월 비비시가 인터뷰한 한 해적은 자신이 해적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06년 해적인 친구가 소말리아 수자원을 약탈하고 있는 배를 납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그것이 국가에 봉사하고 그 대가로 큰돈까지 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는 곧장 총을 들고 해적에 합류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팔고 먹을 만큼 충분히 생선을 잡았다. 그러나 외국 배들의 불법 어획과 산업폐기물 투기 때문에 물고기 떼가 사라지고 생존을 위협받게 되었다. 나는 해적에 합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이제 나는 두 척의 배와 좋은 차도 있다. 내 사업도 시작했다."해적 행위, 일반 주민들의 삶에 도움되는 것 아냐그러나 모든 소말리아 사람들이 비슷한 논리로 해적 행위를 정당화하고 영웅시하는 것은 아니다. 푼틀랜드 주의 주민들은 불법 어획이 어민들을 해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적 행위가 일반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해적 행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백 명의 무장한 남자들이 해적이 되려고 푼틀랜드로 몰려들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또 해적들이 몸값으로 받은 달러가 지역 경제에 유입되면서 물가가 비싸져 보통 사람들은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희망이 거의 없는 삶에서 해적은 어부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자 젊은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도 받지 못하고, 정부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고, 계속되는 내전 속에서 성장해 아는 것이라곤 무기 들고 싸우는 것밖에 없는 젊은이들에게 말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가 소말리아의 상황을 외면하고 다른 나라들이 취약점을 악용해 계속 자국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해적과 납치의 증가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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