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장에 제공된 샤프연필, 불량이었나?

심 부러지고 똑딱 소리 잦아 학생들 불편제기... 교육과정 평가원 "문제없다"

등록 2010.11.19 16:24수정 2010.11.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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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에게 지급한 샤프연필.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이 제품의 품질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 ⓒ 이정희



"선생님 샤프연필이 이상해요. 연필심이 계속 부러져요. 빨리 바꿔 주세요. 급해요 급해."

18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2교시 수리영역 시간, 문제를 풀던 수험생이 지급받은 샤프연필의 샤프심이 계속 부러지자, 시간에 쫓겨 다급한 나머지 스스로 샤프연필을 분해하다 결국 감독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일은 다른 시간, 다른 학생에게서도 일어났다. 기자가 수능일인 18일과 수능 다음날인 19일 충남도내 다수 학교의 감독교사와 100여 명 정도의 수험생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수험생들이 수능 당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지급받은 샤프연필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일반 연필은 휴대가 가능하지만 샤프연필은 수험장에서 지급받는 것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샤프 끝이 흔들리며 계속 부러지고, 똑딱 소리가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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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1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에게 제공한 샤프연필(사진위 5개). 아래 파란색 샤프연필은 2009학년도에 지급되었던 사프연필. ⓒ 이정희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샤프연필의 문제점은 대략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샤프심이 계속해서 부러져서 나왔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누를 때마다 똑딱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몇몇 학생들은 시험 도중에 샤프연필을 분해해서 연필심을 교체하기도 했고 다른 필기구를 준비하지 못한 수험생의 경우에는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문제를 푸는 등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10여 개의 해당제품을 사용해 본 바에 따르면 연필심 자체의 문제인지, 샤프심을 밀어내주는 '끝부분 금속성 부품'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단부의 연필심 공급부분을 5~6회 정도 누르자 일정한 크기(1~2cm) 단위로 연필심이 수차례 부러져서 나오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최하단의 연필심 배출구를 손으로 흔들어 본 결과 좌우 유격이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보관하고 있던 2009학년도 대입수능 당시 제공됐던 샤프연필과 비교해 본 결과 손에 쥐어지는 느낌과 연필심 배출을 위해 상단부를 눌렀을 때 나타나는 똑딱거리는 소음 크기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제품은 부드럽고 조용한 반면 이번에 지급된 제품은 그렇지 못했다.

"(듣기평가 시간 감독교사, 조용히 다가가서) 학생 똑딱 소리가 너무 커요. 주의해 주세요."

샤프연필과 관련된 학생과 감독교사들의 불만사항은 상당히 많았다. 앞에서도 언급됐지만 샤프심이 계속해서 부러지는 바람에 특히 듣기평가와 수리영역 시간에 불편을 겪었다는 주장과 샤프심의 똑딱소리가 부정행위를 하기 위한 신호로 의심이 되어 수차례 확인을 했다는 감독교사도 있었다.

실제로 충남의 한 고사장에서는 책상 위에 쌓인 부러진 연필심 때문에 OMR 카드가 검게 훼손되어 부랴부랴 카드를 다시 작성하기도 하였고, 똑딱거리는 소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던 감독교사가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또한 수리영역시간에 개인 연필을 준비하지 못한 한 수험생은 "계속 부러지는 연필심 때문에 샤프연필을 수차례 분해해서 연필심을 주입하는 바람에 문제를 풀면서도 시간에 쫒기는 초조함이 더했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샤프심이 부러지는 것도 문제지만)똑딱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시험장에서는 유난히 크게 들렸기 때문에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눈치를 보면서 문제를 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진학담당 교사는 "그동안에는 학생들에게 구태여 개인용 연필 지참을 강조하지 않았는데 내년부터는 가급적 수험생 본인이 직접 연필을 지참하도록 권장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과정평가원, "일부 특이한 상황일 것, 조사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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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 ⓒ 이정희

이 논란은 제품에는 문제가 없으나 수험생들의 개인 느낌이나 상황에 따른 주장일 수도 있으며, 특정지역에 제공된 특정제품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문제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기되는 정황들이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것들이어서 관계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능시험을 위하여 비행기의 이착륙도 금지시키고, 학교 주변의 자동차 도로까지도 폐쇄시키는 등 철저한 대비를 하는 마당에 시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필기구에서 논란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 수능연구관리본부 담당자는 "해당 제품은 엄격한 입찰을 통해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있을 수는 없으며, 만일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운반과정이나 개인의 취급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전체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적된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인된 바도 없고 (시험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는)대규모 민원도 발생한 일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해당 제품의 품질을 다시 확인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급한 샤프연필은 국내 유명 문구전문 업체인 B사가 입찰을 거쳐 샤프 81만 자루, 0.5mm 샤프심 5만4900통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샤프연필의 금속부분에 'CHINA'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으로 추정된다.

한편, 19일 오후 현재 다음 아고라에는 <역대최악의 수능 샤프, 이런 불량품을 어떻게 쓰라고요?>라는 글이 올라오자 4만여 회의 조회 수와 함께 13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이번 수능 샤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수능 샤프 관련 글 ⓒ 다음 아고라 캡쳐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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