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0일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가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
권우성
미 국방부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5월 유지보수를 마친 조지 워싱턴호는 7월 21일 부산항에 들어온 뒤 당시 동해에서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열린 한미합동해상훈련 '불굴의 의지'에 참가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양국이 대북 억지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애초 서해에서 열려 했던 이 훈련은 중국의 반대로 동해로 옮겨 진행됐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얼마든지 대북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이 냉전시대처럼 군사적 충돌을 각오하고 무력시위를 하는 그런 시절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우려했다.
그는 "긴장만 고조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정부에) 묻고 싶다"며 "서해상 대규모 군사훈련은 결국 중국마저 긴장시켜 동북아 신냉전 대립구도를 격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동북아 대결구도를 평화 체제로 바꿔야 할 때에 또다시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긴장까지 높인다면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질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도 "28일부터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서해상에서 실시한다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행동 대 행동'으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양국은 서해상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통해 힘을 과시하려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과시용 행동이 긴장 고조로 연결돼 또 다른 군사적 충돌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까한편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은 연일 호전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군사적 대응, 전면전 등을 설파하며,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나서라는 식으로 주문한다.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은 24일 국회 국방위에 참석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매번 강조했지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며 "공군기를 동원해 바로 북한의 해안포 진지를 초토화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도 "앞으로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계속하고 북한이 그 핑계로 다시 도발할 경우, 장관과 합참의장직을 걸고 전투기와 야포, 각종 수단을 동원해 그 진지를 불바다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호국훈련의 뜻에도 맞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몇 배로 응징하라", "필요하다면 북한의 미사일 기지도 타격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보복 개념의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까.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실현가능성 없는 얘기로 진단한다. 남측의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대북 연구자는 "지금은 정치권이 흥분한 상태라 막말을 쏟아 붓지만 조만간 보수세력으로부터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올 것"이라며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남북대화 카드를 들고 보수를 설득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전쟁이냐 평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 만일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맹비난하면서 이제 와서 선제공격을 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북한과 다를 게 없는 수준'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자위수단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북한의 자위력에 명분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로 이 지역의 분쟁문제를 끌고 가자는 여론도 있지만 이 역시 1985년 국제해양법상 분쟁 지역에서 벌어진 분쟁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는 현재 전쟁 중인 지역이고, 전쟁 와중에 전쟁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유리한 해석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치부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명박 정권에 약일까 독일까연평도 포격 직후 트위터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국의 진보에게 불행을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첨예한 이슈였던 청와대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점거 농성 등 산적한 문제를 블랙홀처럼 한 방에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치적으로 불리해진 MB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카드를 북한이 쥐어준 셈이라는 한탄까지 이어졌다.
정말 이명박 정권에 유리하게만 작용할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달랐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MB가 G20 때 치적으로 강조했던 '코리아 프리미엄'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며 "이번 사건으로 외국인들은 '코리아 리스크'를 여전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힌 서울G20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직간접 경제효과 21조가 날아간 셈이라는 것.
'경제대통령', '코리아 프리미엄'을 강조했지만 '위기관리능력 부재', '안보 무능'으로 결국 G20 경제효과마저 갉아먹은 꼴이라는 게다.
문제는 한반도 위기는 늘 있었고 북한의 무력도발 또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연례행사'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정착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대북전문가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장기화한다면 우발적 충돌을 막을 평화장치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결국 연평도 포격 사건이 평화협정과 남북대화, 정상회담을 끌어내는 기제가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