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황진하 의원과 안형환 대변인이 전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마을에서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쟁이란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무모한 일도 자행할 수 있는 극악사태다. 전쟁은 국력이나 무기의 우열로 판가름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단 전쟁이 나면 교전수칙 같은 것은 아예 무시되기 마련이고 전쟁터는 참혹 그 자체가 되고 만다.
월남전,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모두 미국이 승리했는가. 막강하기 짝이 없는 국력과 무기를 가진 미국도 승전하지 못한 전쟁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하찮은 국력과 미국의 '빽'을 저울대에 올려놓고 그 기울기에 현혹돼서 만용을 부리고 있으니 전쟁이 무슨 체급 운동경기인 줄 아는 모양이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우라늄 합성도 진행하고 있다 하잖나. 전쟁을 동화나 무용담으로 듣고 자란 부유한 세대, 전쟁의 참상은 외면한 채 겁 없이 전쟁을 입에 올리는 그들의 환상과 착각이 너무 끔찍했다.
이번 연평도 사태를 주목하면서 나는 이 밖에도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평도를 서해의 조기잡이 섬쯤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이 섬이 행정구역인 인천과는 120㎞ 떨어져 있는 반면 북한진지와는 13㎞의 지척에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다.
더 놀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전 이후 반세기 동안 이런 국지전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주민들 모두 평화롭게 생업에 종사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번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가 분명하다. 하지만, '전쟁의 달인'이라는 군인이 정권을 쥐고 있을 때도 아무런 교전이 없었는데 군대도 못 간 대통령 시대에 들어와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군사분규가 더 격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치밀했던 북한군, 안일했던 우리 군우리는 북한이 '호전성의 괴뢰'라고 배워왔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그들의 호전성을 감안한 대응책을 미리 강구하고 대비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상상 속의 액션을 즐기는 환상적 호전성으로 무장되어 있음을 보여 주었을 뿐, 현실 감각은 턱없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국방위원들의 인식이 이러하니 우리의 국방은 환상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까운 시기에 전쟁이 꼭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마저 든다. 특히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군의 불량 장비나 무기류의 오작동은 우리의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 날도 반격무기의 상당수는 고장이었다고 하잖나.
군사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번 연평도 사태는 북한이 '치밀하게 준비한 도발'인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공격이 1차에서는 전면의 군부대를, 그리고 2차에서는 이전에 방첩대와 헌병대가 사용하던 건물과 신축중인 군시설에 정확히 조준되었다고 한다.
이런 정밀도라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고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공격의 정밀도가 높아졌다면 앞으로의 전쟁은 더욱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일.
또 연평도사태에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이미 '예고된 도발'이었다는 점이다. 사건 당일 북한은 몇 차례에 걸쳐 사격중지 요구를 해왔고 사격훈련을 실시할 경우 그로 인한 이후의 사태는 우리 측의 책임이라는 것을 우리 군에 통보해 왔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었다. 이 날 북한군의 심상찮은 움직임이 분명히 감지되었으나 이를 무시해 화를 키웠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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