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청광장의 은행잎

진정한 낭만은 자연순리를 거스리지 않는 것

등록 2010.11.27 18:18수정 2010.12.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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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내내 땀 흘린 보람
금빛 아닌 똥빛이라
벼 가마니 차곡차곡
시청 광장 한 켠에 쌓아두고
벼 매상 올려달라 소락데기 질러대도
눈하나 까딱하지 않는 군주


가을 낭만 과시하듯
시청 광장 가득
금빛 은행잎으로 뒤덮었다.

도로변 은행잎 모아다
시청 앞에 나락처럼 펼쳐 놓은 은행잎
낭만은 무슨 낭만!
보이는 것에 현혹되는 서민인줄 아나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서그럭서그럭-
농민들 시름 같아 발걸음조차 두렵다.

여보소, 군주님!
출퇴근길 밟히는 나뭇잎들
푹신함만 느끼지 말고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농민,시민  가슴 헤아리소

순청 시청앞 광장에는 해마다 은행잎으로 뒤덮혀 있다. 순천 광장에 커다란 은행나무고목이 자리해 자연 바람에 날아든 은행잎이면 좋으련만 도로변 은행잎들 쓸어모아 흩뿌려 놓은 모습이 영 눈에 가시다.

정원박람회를 앞둔 시로서 진정한 자연의 미를 살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자연과 현대인과의 융화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먼 태고적 전설을 주저리주저리 담은 마을 앞 당산나무처럼 그렇게 세월을 품은 넉넉함에서 오는 것이리라.


우리 순천정원박람회도 이 같은 옛 풍경을 그려내는 아름다운 정원박람회로 이끌어지길 바란다. 단순하게 한해에 그치지 않고 땅을 아는 농민의 마음, 작은 손길로 세상을 이어가는 서민들의 마음을 품어 길이길이 후손에게 전해지는 그런 나무들, 풀들, 사연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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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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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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